대학 등록금이 매년 치솟아 돈이 없어 공부 못한다는 말이 핑계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원유나 금값 상승 속도보다는 느리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들은 물가 상승률 2배가 넘게 등록비를 올렸다. 주립대 평균 학비는 5년전 보다 35%, 10년전 보다는 두 배로 뛴6200 달러, 사립대는 지난해보다 6.3% 상승한 24,000달러를 기록했다.
아무리 살펴도 대학 등록금이 물가 상승률보다 더 올라야 할 이유는 없다. 주립대는 주정부 교육 예산삭감을 주원인이라 핑계 대고, 사립대는 교수임용, 첨단기기 설치, 실험실 개선 등 학업에 관련된 비용이 늘어나서 학생과 부모에게 짐을 지울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등록금 인상의 속을 파헤쳐 보면 대학들이 쉬쉬하는 것이 있다. 첫째는 그들의 낭비벽과 비효율적 운영이다. 더 많은 지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부틱 호텔을 방불케 하는 부엌과 화장실이 딸린 초호화판 기숙사, 최고급 헬스클럽에서나 볼 수 있는 운동시설 등으로 씀씀이가 늘고 있는 것은 말하지 않는다.
둘째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이용해 등록금 인상을 부채질 한다. 자녀의 성공을 위해서는 좋은 대학에서 교육을 받게해야 한다는 수요에 편승, 경쟁력이 심한 대학들은 싼 게 비지떡이요, 등록금이 비쌀수록 좋은 대학이라는 잘못된 군중심리를 이용해 부모의 허리를 더욱 졸라매게 한다. 일부 대학 행정관들은 대학 교육비를 의료보험처럼 생각하라고 종용한다. 자녀의 교육은 장래를 위한 보험이기 때문에 매년 올라가는 수업료에 불평말고 익숙해지라는 뜻이다.
셋째는, 입학 전형시 대부분 대학은 같은 학업성적을 가졌으면 학비를 흔쾌히 낼 수 있는 학생을 선호한다. 소위 말하는 Need-blind admission (학비를 낼 수있는 경제력에 상관없이 심사하는 입학 전형)을 철저히 지키는 대학은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이래서, 입학만 시켜주면 얼마든지 돈을 다 내고 다니겠다는 조기지원자가 몰리는 대학들과 입학전형시 불이익을 피하려고 아예 재정보조 신청을 포기하는 지원자가 많은 대학들은 마치 경매 입찰에 붙이듯이 등록금을 올린다.
이렇듯, 대학이 재정부족으로 학비를 올리는 것은 아니다. 하버드 350억, 예일 230억, 스탠포드 170억, 프린스톤 160억 달러를 선두로 대학들은 수억 또는 수십억 달러의 기부금 돈방석에 앉아있다. 투자회사에 신탁된 기부금은 1년에 평균 20%라는 투자 수익률을 올리고 있고, 그 수익과 이자만으로도 신입생 전원에게 등록금을 한푼 않 받아도 견딜 수 있는 대학이 수십 개 있다. 하지만, 기부금이 재학생을 위해 재정 보조비나 장학금으로 쓰여지는 것은 5% 미만이다.
이런 와중에 연방정부는 저금리 학자금 대출을 점점 제한하고 있고, 학자금 대출업체들은 이 틈을 노려 6.8% 연방 학자금 이자보다 많게는 3배 이상 높은 20%를 적용하고 융자금액 한도액도 10만 달러까지 늘려주는 호의(?)를 베풀지만, 대학졸업생이 평균 3만 달러 이상의 부채에 시달리는 것은 함구한다.
대학은 교육이라는 수요에 따라 이름을 공급하고 돈을 챙기는 곳이다. 특히 지명도가 높은 대학일수록 돈 없이 공부 못한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Washington Monthly 가 가난한 학생에게 직업-계층간의 사회적 유동(socialmobility)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을 기준으로 대학순위를 낸 결과, 하버드 27위, 예일 38위, 프린스톤 78위, 스탠포드 9위로 나타난 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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