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약혼녀 급거입국…고려대 동료 교환학생들 침통
　
　유복근 영사, WWU 당국에 교환학생 안전대책 당부
　
　교환학생으로 벨링햄 웨스턴 워싱턴 대학(WWU)에 도착한 첫날 밤 음주운전 차량에 치어 혼수상태에 빠져있던 고려대학의 최운규(25, 사진)군이 10일 끝내 사망, 대학과 벨링햄 한인사회가 비통에 잠겨있다.
　고대 서창분교(영문과) 재학생인 최군은 이날 오전 9시경 세인트 조셉 병원에서 급거 입국한 부친 최원호씨, 모친 김해옥씨, 약혼녀 송 모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시애틀총영사관의 유복근 영사가 전했다.
　WWU의 캐런 W. 모스 총장은 긴급성명을 발표하고 “지금처럼 극도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최군 가족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며 “대학관계자 모두가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고 말했다.
　사고 다음날 주한 미대사관에서 긴급비자를 발부 받고 밸링햄에 도착, 대학 측이 준비한 모텔에 체류중인 어머니 김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너무나 착하고 성실한 아이였다”며 “지금은 너무 놀랜 상황이어서 말하기 조차 힘들다고 말끝을 흐렸다.
　김씨는 벨링햄에 가서 공부하고 오겠다며 작별인사를 하고 떠난 아들이 어이없는 참변을 당해 믿어지지 않는다며 경황이 없어 장례절차도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군복무 후 복학한 최군은 지난해 말 3학년을 마쳤으며 고려대와 공동 학점인정 프로그램을 개설한 WWU에 유학, 2개월간 언어연수를 거쳐 1년간 수학할 예정이었다.
　현장을 다녀온 유 영사는 10일 오후 5시 WWU 학생회관 ‘바이킹 유니언’에 빈소가 차려져 가족이 조문객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한인사회에서는 김형찬 WWU 은퇴교수가 중심이 돼 유가족을 돕고 있다.
　최군은 벨링햄에 도착한 7일 저녁 7시50분 경 서울의 약혼녀 송씨와 부친에게 전화를 걸어 잘 도착했다고 전한 후 친구와 함께 WWU 기숙사로 돌아가다가 음주운전자의 차에 치어 참변을 당했다.
　벨링햄 경찰국의 데이비 리차드스 경관은 고대 교환학생들과 버스를 타고 ‘세홈 빌리지’ 쇼핑몰에 갔던 최군이 버스를 기다리지 않고 친구와 함께 걸어서 기숙사로 돌아오다 사고를 당했다고 설명했다.
　총영사관의 이준희 행정과장과 함께 현장에 다녀온 유 영사는 최군 가족이 11일 오전 부검이 끝난 후 장례일정을 정하고 시신은 한국으로 운구하기를 희망한다며 이를 위해 총영사관이 벨링햄 경찰국의 글렌 윙 아시안 커뮤니티 담당 수사관 등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모스 총장, 데니스 머피 학사담당 부총장, 디오도어 프렛 학생처장 등과 일련의 회의를 가진 유 영사는 4년 전부터 WWU와 자매결연을 통해 매년 30~50명 단위로 오는 고대 교환학생들의 안전문제에 각별한 신경을 써 주도록 요청했다.
　한편, 왓컴 카운티 검찰은 뺑소니 운전자 애쉴리 E. 윅(20)의 기소죄목을 차량폭행에서 ‘차량치사(vehicular homicide)’로 상향조정했다.
　사고를 낸 후 집으로 도주했다가 목격자의 신고로 경찰에 당일 체포된 윅은 5만 달러의 보석금이 책정돼 카운티 구치소에 수감돼있다.
　경찰은 윅이 사고 당시 음주와 약물복용 상태였다고 밝혔다. 윅은 체포직후 실시한 테스트에서 혈중 알코올농도 0.096를 기록했는데, 본인은 신경안정제 ‘제낙스’를 복용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워싱턴주 면허국은 21세 이하 미성년자의 경우 혈중 알코올농도 0.02 이상을 음주운전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정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