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와 펩시는 미국 내 기업들 가운데 동종업종끼리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회사들이다. 코카콜라는 한 우물만 파는 식으로 음료 외 다른 업종은 거의 손을 대지 않았고, 펩시는 피자헛, 타코벨,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 등을 인수하며 문어발 기업확장을 해왔었다.
　하지만, 1997년부터 펩시는 패스트푸드 체인점과 식품사업부를 과감히 처분하기 시작했다. 문어발을 하나 둘 잘라내기 시작한 이유는 외형으로는 코카콜라를 압도했지만 순이익 면에서는 한 종류에만 집중하고 있는 코카콜라에 뒤쳐져‘빛 좋은 개살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문어발식 경영에서 탈피하려는 이유를 펩시코의 로저 엔리코 회장은 “펩시를 살리려면 부차적인 사업들을 잘라내고 우리가 제일 잘하는 한 업종에만 최선을 다해야만 살아 남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업종 전문화로 방향을 바꾸는 기업으로부터 대학 지원자들이 배울 것이 있다. 대학 진학에서 90년대가 ‘팔방미인’의 시대였다면 2000년대는 ‘한 우물만 파는’ 학생의 시대다.
　치열한 입시 경쟁이 가속화되어 학점, 표준시험 점수로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한 종목에서 자신의 특기를 뚜렷이 나타내 남다른 색깔을 가진 지원자를 대학들이 찾기 시작한 것이다.
　시대적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많은 학생들이 아직도 문어발식 또는 비빔밥 식 진학준비를 하고 있다. 학생회부터 시작해서 키 클럽, 문예반, 언어 클럽, 사진 반, 학교 앨범, 신문 편집, 토론 팀, 밴드 등 셀 수도 없이 여기저기 뛰어들어 이름을 걸어놓고 있다.
　봉사활동도 병원, 양로원, 도서관, 교회 등을 순회 공연하듯 돌아다니며 한다. 취미생활도 미술, 음악, 컴퓨터, 영화, 사진, 드라마, 운동 등을 넘나들며 모든 것을 조금씩 섞어서 하는 ‘비빔밥 식’ 취미생활을 한다.
　악기도 한 가지를 꾸준히 하기보다 피아노를 하다가 첼로, 바이올린, 그리고 플루트까지 여러 악기를 하나씩 다 건드려 본다.
　학생들이 한 우물을 파지 않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이유는 자신이 무엇에 열정을 갖고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요, 겉으로 보이는 활동기록이 길면 길수록 좋다고 착각하기 때문이요, 궁극적으로는 대학이 어떤 학생을 원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듀크대학의 크리스토프 구텐탁 입학처장은 이렇게 말한다. “모든 것을 골고루 잘하는 학생을 찾는 것은 안전한 방법이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다. 여러 군데 다리를 걸쳐놓은 학생은 무엇인가 한가지 일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적이 완벽하고 팔방미인 같은 지원자보다, 성숙한 학생, 즉, 열정을 가지고 무엇인가 남과 다른 것을 해보려고 한 마리 토끼만 쫓는 모험심 있는 학생을 선호한다.”
　이렇듯, 각 대학은 어느 한쪽에 몰두하여 색다른 열정을 보여주는 개성이 뚜렷한 지원자들에게 군침을 흘리고 있다.
　펩시콜라가 자신의 살을 도려내는 문어발 제거 정책으로 업계에서 경쟁력을 되찾았듯이, 매년 좁아지는 대학 관문을 통과하려면 여러 곳에 파 놓은 우물들을 메우고 한 곳만을 깊숙이 파기 시작해야 한다.
　한가지 특성을 고집하는 이유는 대학 가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평소에 자신이 무엇에 관심과 흥미가 있는지를 알아내어 개발하기 위함이요, 그것이 무엇이든 최고수준으로 만들려는 집중된 노력을 위함이다.
　자아 성취를 향한 열정표현의 결과는 대학으로 하여금 군침을 돌게 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