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머리 속으로만 그려오던 여행을 지난 12월 드디어 실천에 옮길 수 있었다. 아무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환경에서 혼자만이 즐길 수 있는 여행이었다. 나 자신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떠난 여행이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 부모님의 자식으로, 자매로, 아내로, 엄마로, 이웃으로, 친구로 항상 주변과 연결되었던 삶에서 훌쩍 떠나 혼자만이 생각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였다. 어쩌면 사치스러운 여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는 사회학자가 말했듯이 사람은 자신이 소속되어있는 환경에서는 평소 자의 타의가 기대하는 만큼의 항상 반복된 생활을 한다고 했다. 그러나 소속된 환경에서 벗어날 때 자신에게 기대되는 것 이상의 행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반복되는 생활에서 벗어나 일상의 책임에 구속되지 않고 오로지 자신에게만 몰두하면서 내가 아닌 나를 만나보고 싶어 떠난 여행이다.
당초의 계획은 텍사스에서 기차(amtrak)로 출발을 해서 동부 쪽을 돌아 시카고를 경유해서 다시 텍사스로 돌아오는 것이다. 기차로 여행을 한 경험이라고는 한국을 떠나기 전 서울-부산간의 여행과 몇 년 전 유럽 여행 도중 불란서 교통부 직원들의 파업 때문에 영국에서 출발해 바다 속으로 불란서를 지나가는 해저 기차를 타고 벨기에로 간 적이 있었다. 이 모두가 하루만에 끝나는 여행이었기 때문에 기차 여행의 분위기에 도취되기 이전에 끝난 여행이었다. 그리고 아주 오래 전의 여행이라 지금은 기억 속에서 사라진 지 이미 오래 전이다.
일단 킬린 텍사스에서 비행기로 출발해 콜롬비아 사우스캐롤라이나(Columbia, SC)에 도착했다. 양손에 작은 가방 하나씩 들고 매우 간단하게 시작한 여행이다. 텍사스에서부터 기차로 떠나는 것은 너무 긴 여행이 될 것 같아 텍사스에서 동부까지는 비행기로 출발한 것이다. 텍사스를 떠난 지 불과 몇 시간만에 도착한 환경에서는 내가 목표를 하고 떠난 여행의 실감을 느끼기에는 아직 멀었다. 지도상으로 보니 콜롬비아는 플로리다를 출발해서 뉴욕까지 가는 기차선의 중간지점 이었다.
콜롬비아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주의회 의사당 소재지며 작지만 역사가 깊고 매우 아름다운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미국영화에서 보았던 남부의 아름다운 도시를 연상케 하는 곳이다.
의사당 앞 정원에 있는 흑인들의 노예로부터 시작해서 남북 전쟁을 통해 노예로부터 해방이 된 역사 과정을 설명 해주는 조각들을 보았을 때 미국이 예전에 흑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이 얼마나 심했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흑인인구가 밀집된 곳이라 지난번 민주당 예비 선거 때 미국 최초 여성 대통령 후보자인 힐러리 클린톤을 꺾고 흑인 대통령 후보자 버라크 오바마를 우승으로 몰아 준 것도 흑인 유권자들의 역할이었으며 이로 인해서 흑인 유권자들의 위상을 높여 준 곳이다. 정치적으로 흑인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잘못된 것이며 아프로아메리칸 이라고 표현해야 하지만 아직은 흑인이라고 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흑인들에 비해서 한참 늦게 미국으로 건너온 우리 조상 님들 역시 이민 초기에 많은 인종 차별을 당했다. 하지만 흑인들이 격은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재삼 느끼게 했다. 우리 조상 님들의 이민 역사는 자의로 시작이 되었다. 비록 노동자로 시작 된 이민이지만 분명하게 목표지를 선택하고 자의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서 시작 된 이민이었다. 그래도 이민 초기에 많은 고난을 극복해야만 했다. 그에 비해서 흑인들은 본의 아니게 미국생활이 시작되었다는 것부터가 차이가 있다. 아프리카에서 온 흑인들은 자신의 선택이 아닌 강제로 잡혀와 노예로 미국 생활을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이민 생활과는 매우 다른 것이다. 완전히 타의에 의해서 시작된 것이었다. 우리 조상 님들이 겪은 인종차별은 생활하는 과정에서 불편한 정도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합할 것 같다.
어쨌든 미국 사회가 점차 다 인종 사회로 변화되면서 피부색이나 발음이 어려운 이름 정도로 인종차별의 이유가 되지 않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앞서 길을 닦아 놓은 초기이민 선배들에게 감사를 들인다.
콜롬비아를 위주해서 Ft. Jackson 주변에 한인들이 많이 살고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굿이 한인 밀집지역을 찾아가지 않았다. 이번 여행의 목표는 나 자신의 일상에서 잠적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교민들이 집중해있는 곳을 피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보면 이번 여행의 목표를 잊을 것 같아서였다.
콜롬비아를 거쳐서 여행 계획을 한 또 다른 이유는 꼭 한번은 방문하고 싶은 도시들을 당일 여행 할 수 있는 거리로 연결되어있기 때문이었다. 골퍼들에게 지상의 천국인 힐톤헤드 아일랜드(SC), 남부 요리의 여왕 폴라 딘(Paula Dean)이 살고 있는 사바나(GA), 그리고 매년 마스터스 골프대회 개최지인 오거스타(GA) 가까운 곳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