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버지니아 공대 참사 사건 이후, 델라웨어, 멤피스, 루이지아나 주립대, 루이지아나 기술전문대, 그리고 최근에는 노던 일리노이대에서 캠퍼스 총기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끔찍한 살인사건 외에 캠퍼스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살펴보면 과연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까 의문이 간다.
대학생들의 음주와 마약문제를 연구하는 코어학회와 콜럼비아 대학소재 중독성물질 연구소에 따르면 대학생의 43%가 위험수준에 이르는 음주를 하고, 33%가 마리화나를 복용한 경험이 있다. 매년 신입생 159,000명이 술과 마약 남용으로 1년 안에 중퇴하고, 한 학생이 술값으로 지출하는 평균 비용은 일년 책값 450달러의 두 배가 넘는 950달러에 이른다. 한인학생이 많은 UW 캠퍼스에서는 2006년 한 해 동안 음주법 위반 407건, 마약관련 53건이 적발 됐다.
술, 마약, 섹스파티에 빠져있는 것이 대학 캠퍼스의 현실인 것을 부인 할 수는 없다. 이래서 3월 중순부터 날라 들어오는 합격통지서의 기쁨도 잠시다. 이런저런 위험요소를 염려하여 자녀를 멀리 있는 대학의 기숙사로 보내야 하나, 아니면 집에서 가까운 대학에 다니게 해야 하나 라는 고민으로 또다시 ‘잠 못 이루는 시애틀’은 계속된다.
시카고 대학은 2008년도 가을 학기부터 모든 신입생은 기숙사에서 기거하고 집에서 통학하는 것을 금지한다. 그 이유는 통학시간, 집안일등으로 시간 소모가 많아 통학생들의 학점(GPA)이 기숙사 학생들보다 현저히 뒤떨어져 도중하차 하는 학생이 많기 때문이란다.
학업능률이 떨어지는 것 외에 집에서 다니면, 캠퍼스의 행사, 강연, 연극, 클럽활동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참여도가 낮아지므로 자연히 친구 혹은 교수들과 사귈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 소외 당할 수 있다. 또한, 아침 수업을 빼먹기 일쑤고, 집 근처의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몰려 다니게 되고, 부모로부터 일일이 간섭을 받아 행동하는 어린아이로 되돌아 간다.
자녀를 집에서 다니게 하는 것은 경제적 부담을 덜고 캠퍼스의 위험요소를 피하려 하기 보다, 오히려, 고려가요로부터 시작해 김소월의 진달래 꽃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정서 속에 담긴 떠나 보냄에 대한 애처로움이 더 큰 이유인 듯싶다.
집밖에 나서면 고생이요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은 집밖은 이질적 공간이요, 그런 곳에 나서는 것은 마지막일 수 있다는 한국인의 정서구조다. 어느 한곳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정착 농경민의 피가 흘러서인지 자신의 고향과 정든 사람과 헤어지는 것은 창자를 끊는 아픔이었다. 이런 정서는 초장을 찾아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떠나는 것이 생활화 된 서양 유목민과는 다르다.
해서, 고려가요는 “붙잡아 두고 싶지만/ 서운하면 오지 않을까 두려워/ 서러운 님 보내옵나니/ 가시는 듯 다시 오소서”라며 돌아오라고 호소하고, 아리랑은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며 위협하고, 김소월은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라며 헤어짐의 슬픔을 억누른다.
악어들이 득실거릴 것 같은 집밖으로 자녀를 떠나 보내는 것은 부모로서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물에 빠져 죽은 학생이 있다고 보도되면 과잉보호 부모는 절대로 물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명령하고, 현명한 부모는 물에 빠져도 살아날 수 있는 수영 방법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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