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니온 스테이션, 워싱턴 DC, Amtrak편 (겨울여행 3)
▶ 홍영남의 퓨전 라이프
기차 편으로 여행을 하는 생각은 무척 오래 전부터 해왔다. 그 동안은 이런 저런 일상의 핑계가 많아 미루어왔던 여행을 실천에 옮길 수 있었던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기차로 여행을 하는 것을 시간으로 따진다면 실용성이 없는 것은 확실하다. 예를 들어 오스틴 텍사스 공항에서 시카고 사이는 비행기로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그러나 기차로는 27시간 이상이 걸리게된다. 그것도 기차가 가는 시간만을 말하는 것이고 사실 중간 정거장에서 갈아타고 기다리는 시간을 포함하면 거의 삼일이 걸리는 여행이다. 그렇다고 비용이 저럼 한 것도 아니다. 오스틴 텍사스에서 시카고간의 왕복 항공권 가격은 $230정도이고 Amtrak 은 $234 이다.
기차 여행을 상상하면 영화나 책으로 통해서 알고 있는 장면들이며 이로 인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낭만적이라는 생각이다. 사실 예전에는 기차 여행이 무척 낭만적이고 사치스러운 여행이었다. 지금은 미국의 갑부들이 자가용 비행기로 날아다니지만 예전에는 자가용 기차를 가지고 서민들이 갈 수 없는 곳으로 휴양지를 찾아 다녔다.
기차 여행의 장점을 말하자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곤하면 눈을 감고 잠을 잘 수도 있다. 창 밖으로 스쳐 가는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고 따듯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도 이용하고 항공편으로 하는 여행에서 맛볼 수 없는 여러 가지의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좌석도 비행기 보다 훨씬 더 편안함이 비교가 되질 않는다. 평소에 읽고 싶은 책 한 권과 아이팟에 자신이 즐겨 듣는 음악이 가득 채워져 있으면 더욱 좋은 조건이다.
콜롬비아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새벽 1시가 조금 지나서 출발을 했다. 콜롬비아의 간이역 대기실에 들어서는 순간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거의가 반쯤 잠에 취해 졸고 있는 모습이 모두 홈리스들 처럼 보였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먹은 저녁 식사 메뉴를 짐작 할 수 있을 정도로 음식 냄새가 코를 찔렀다. 순간적으로 그 장면이 이번 엠트랙 여행을 미리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게 했다. 그것은 나의 오만한 편견이라는 것을 시인하고 반성을 하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떤 교통편으로 여행을 하든 옆에 어떤 사람이 앉아 있는 가에 따라서 여행의 경험을 좌우한다. 다행히 내 옆에는 매우 지적으로 보이는 70중반의 여인이 나와 동반을 하게되었다. 장거리 여행에서는 이것도 행운이다. 기차가 출발하고 시간이 잠시 지난 후 통성명을 한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친구가 오래 만에 다시 만난 것처럼 대회를 나눌 수 있는 공통점을 찾아냈다. 그녀의 남편이 미 육군 장교로 한국에서 근무 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때 부타 아줌마들의 수다가 시작되었고 그녀가 남편을 통해서 듣고 배운 한국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가 풀어놓는 그녀와 장단을 맞추다 보니 10시간 넘는 긴 여행이 마치 두 시간 정도로 짧게 느껴지면서 우리는 서로 헤어지는 것이 섭섭해서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하고 헤어졌다.
워싱턴 DC의 유니온 스테이션에는 정오 12경쯤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려 마중을 나와 있는 친구 Brigid의 안내로 유니온 스테이션을 돌아보면서 건물의 아름다움에 턱이 빠질 정도로 입을 벌리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클래식하고 웅장한 건물 안에 130개가 넘는 식당과 매장의 어울림은 마치 박물관과 쇼핑몰을 복합해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유니온 스테이션이 처음 문을 연 것은 1907년 10월 27일이었지만 1908년에서야 완공이 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 유니온 스테이션은 그 규모가 세계에서 가장 큰 곳으로 기록을 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유니온스테이션은 미국 내 철도 교통 시스템의 심장부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내가 더 관심이 끌리는 것은 당연히 건물의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유니온 스테이션은 Mr. Daniel Burnham이 설계한 건물이다. 그가 설계한 수많은 건물 중에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건물 중에 하나다.
이번 여행길에 들고 떠난 책(The Devil in the White City by Erik Larson)을 읽으면서 Mr. Daniel Burnham에 대해서 약간 이나마 정보를 알고 그가 설계한 건물을 바라보니 한층 더 관심이 끌렸다. Mr. Burnham은 하버드와 예일대 지망생이었으나 불행히도 시험 공포증으로 인해 입학을 못한 사람이다.
그는 건축 설계 도면을 그리는 일을 하면서 실력을 쌓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후 Mr. Burnham은 1892년 시카고에 21층의 건물을 설계하면서 세계최초의 고층 빌딩을 설계로 sky scraper라는 단어를 창조시키고 건축 설계에 역사를 남긴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건축 설계를 넘어서 도시 설계로 업적을 남긴 사람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 한곳의 하나로 꼽는 것이 바로 워싱턴 DC의 유니온 스테이션이며 시카고 세계박람회 전시관 설계와 세계박람회를 성공적으로(일명 콜롬비안 exhibition)지휘한 결과로 시카고의 이미지를 상승시켜놓은 사람이다. 다음 목적지는 시카고이며 그곳에 가면 Mr. Burnham이 남긴 흔적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것에 기대를 가지고 떠난다.
물론 워싱턴 DC와 유니온 스테이션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다만 이번 여행으로 새로운 것을 발견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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