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고, 온몸이 나른한 ‘’병 아닌 병’’이 유행처럼 번진다. 이른바 춘곤증이다. 1~3주면 회복하는 일시적 현상이긴 하지만 직장이나 학생에겐 매우 괴로운 계절병이다. 조물주는 봄에 이런 병을 주고, 또 약도 주셨다. 이른 봄에 나오는 냉이가 훌륭한 춘곤증 치료제다.
냉이가 춘곤증에 좋은 것은 독특한 향이 봄에 달아난 입맛을 되살리고, 삶의 활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또 ‘’피로 해소제’’인 비타민 B1(100g당 0.18㎎)이 봄나물 중 가장 풍부하다. B1은 우리가 먹은 밥. 빵 등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바꿀 때 필요한 비타민이다. 이 비타민이 결핍되면 탄수화물이 잘 분해되지 않아 젖산 등 피로 유발물질이 축적되며, 이는 춘곤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백석대 식품영양과 김미혜 교수). 비타민 B1은 냉이 외에 돼지고기. 장어. 콩. 땅콩. 현미 등을 통해서도 보충할 수 있다.
봄볕엔 며느리를 내보내고, 가을볕에 딸을 내보낸다는 옛말이 있다. 봄볕이 피부에 더 해롭다는 의미다. 이는 겨울에 자외선을 적게 받았던 피부가 봄 햇빛에 잘 적응하지 못한 결과다. 이처럼 봄볕에 노출된 피부를 보호하는데도 냉이가 추천된다. 비타민 C가 100g당 74㎎이나 들어 있기 때문이다. 같은 양의 오렌지(43㎎). 귤(44㎎). 레몬(70㎎)보다 더 많다. 비타민 C는 자외선에 의해 피부 주변에 생긴 유해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물질일 뿐 아니라 콜라겐(피부 조직의 구성 성분으로 부족하면 피부는 생기를 잃는다) 생성에 꼭 필요한 비타민이다.
그러나 문제는 비타민 B1과 C가 열에 취약하다는 것. 냉잇국, 냉이나물 죽 등 열을 가하거나 끓인 음식에선 대부분 파괴된다. 따라서 냉이는 무침 등 가열하지 않거나 살짝 데쳐 먹는 것이 좋다.
냉이엔 열을 가해도 잘 파괴되지 않는 비타민이 들어 있다. 비타민 A다. 이 비타민은 야맹증을 예방하고, 어린이 성장을 촉진하며, 감염에 대한 저항성을 높여준다. 부족하면 피부가 거칠어진다. 특히 비타민 A는 잎에 많은데, 100g만 먹으면 비타민 A와 C 하루 섭취 권장량의 3분의 1을 섭취할 수 있다.
채소치고는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다는 것도 냉이의 장점이다. 100g당 단백질 함량이 4.7~7.4g으로 배추(1.3g)보다 훨씬 높다. 대표적인 식물성 단백질 식품인 두부(9.3g)에 견줄 정도다. 따라서 두부. 된장찌개 등 콩을 재료로 한 요리에 물렸다면 단백질 공급원을 냉이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칼슘(뼈. 치아 건강을 도움). 철분(빈혈 예방). 식이섬유가 상당량 들어 있지만 열량은 100g당 31㎉에 불과하다.
한방에선 냉이를 소화제나 지사제로 이용해 왔다. 위. 장 건강에 이롭고, 간의 해독작용을 돕는다고 믿어서다. 또 뿌리는 눈 건강에 좋은 것으로 친다. 고혈압 환자에겐 냉이를 달여 먹도록 처방했다.
냉이는 이른 봄 들과 산에서 캐낸 자연산이 향이 좋고 맛있다. 뿌리가 매끈한 것보다 잔뿌리가 많은 것이 냉이 특유의 맛이 강하며 자연산일 가능성이 크다. 잎은 연하고 싱싱한 것, 뿌리는 너무 굵지 않은 것이 상품. 랩에 싸 냉장고에 넣어두면 2~3일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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