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성과 탄식이 오갔던 한국과 일본의 LA 결승전의 열기는 그대로 애틀랜타 밤 하늘에도 옮겨 졌다.
23일 밤 LA 다저스 구장에서 벌어진 제2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결승전에서 한국팀이 10회 연장 끝에 3대5로 패배 하자 각 주점마다 설치된 대형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지켜보던 한인들은 아쉬움과 함께 한국팀의 선전에 만족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준결승이 있었던 21일에 이어 23일 밤에도 둘루스 철기시대 등 애틀랜타 주요 주점과 음식점에는 대형 스크린으로 보여지는 한국야구팀의 선전을 보기 위해 모여든 한인들로 빈 테이블을 찾아 보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그러나 그 동안 승리로 이끌었던 대부분의 경기에서와는 달리 1회와 2회 초반에 점수를 뽑아 내지 못하고 오히려 일본팀에 다소 밀리는 양상을 보이자 TV를 통해 경기를 지켜보던 한인들의 표정에는 다소 불안한 표정이 스쳐 갔다.
아니나 다를까? 결국 3회 초에 한국팀의 선발투수로 나섰던 ‘의사’봉중근이 1사 1,,2루의 위기에서 오가사와라에게 선취점을 내주자 철기시대에 모여든 한인들의 입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침울했던 분위기도 잠시. 5회말 한국팀의 유일한 메이저 리거 추신수의 1점 홈련이 터지자 애틀랜타 하늘에는 대-한민국을 외치는 함성 소리로 가득했다.
직원들과 함께 철기시대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김창환 조지아 크리스찬 대학 총장은 “초반 부진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리가 승리할 것을 믿는다”며 주멱을 불끈 쥐며 ‘파이팅’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9회까지 한국팀이 2-3으로 리드 당하자 한인들은 승리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앞에 있던 소주잔을 기울이며 준우승도 잘했다며 서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동네 이웃들과 일부러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철기시대를 찾았다는 박철환(38,둘루스 거주)씨는 “아직 9회 말이 남아 있지만 이기긴 어려운 것 같아 보인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9회 말에 한국팀은 투아웃에 1,2루의 절호의 기회에서 ‘꽃범호’ 6번 타자 이범호가 일본팀의 3번째 투수 다르빗슈에게 안타를 뽑아내 동점포를 이끌어 내자 대형TV화면을 통해 경기를 지켜보던 한인들은 서로 어깨를 끌어 안으며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더글라스 빌에서 휴대폰 가게를 운영하던 김석한(40, 스와니 거주)씨는 “한국팀이 우승할 줄 알았다”며 옆 테이블 손님들과 서로 손뼉을 치며 감격스러워 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연장 10회 초 투 아웃 주자 2,3루 위기에서 숙적 이치로에게 철벽 마무리 임창용이 중전 안타를 허용 2점을 내주자 분위기는 역전됐다.
이날 경기관람을 위해 오후 7시부터 철기시대를 찾았던 이혜자(36, 스와니 거주)씨는 “1루가 비워 있었는데 왜 무리하게 정면승부를 했는가?”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결국 10회 말 공격에서 추가 점수를 올리는데 실패해 준우승에 머물자 응원을 나온 한인들은 아쉬워하면서도 그 동안 선전을 보인 한국팀 선수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철기시대 주인인 케빈씨는 “정말 한국팀이 잘했다. 비록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힘든 이민생활에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했다. 한국팀 모두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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