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했던 것과 다르다?
“다니는 대학이 마음에 안든다.”
전액 장학금을 받고 동부의 유명대학에 진학한 학생이 봄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와 내뱉은 불평이다. 대학이 시골에 위치해 반짝이는 도시 문화를 즐길 수 없다며 전학하고 싶다는 것이다. 학자금 부담으로 합격해도 포기하는 학생이 있는 상황에 그런 불평을 하는 것을 보면 모든 것을 가졌어도 만족과는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 인간임에 분명하다.
대학 미디어 연구소가 50개 주요 대학의 신입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56% 가 재학중인 대학에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답변했다. 날씨가 나쁘다는 불평부터, 멀리 떨어진 여친이나 남친이 그립다, 쇼핑할 곳이 없다, 학생들이 너무 놀기만 한다, 너무 공부만 한다, 심지어 이거 해라 저거 해라는 부모의 간섭이 그립다까지, 막상 대학에 다녀보니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부모의 선택에 이끌려 살아온 고교생이 대학의 유인물과 인터넷 정보, 그리고 짧은 캠퍼스 방문을 통해 알아본 후 지원한 대학들, 그 중 몇 군데서 온 합격 통지서를 놓고 5월1일 까지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 과정에 아무리 최선의 선택을 해도 반드시 후회가 따른다.
세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신발을 사러 가서 매장에 있는 모든 신발을 신어보고, 결혼을 앞두고 수 십명의 배우자감을 만나봐야 속이 차는 것처럼 어떤 상황에서든지 최고를 추구하려는 사람의 마음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를 비교해야 하는 상황은 ‘선택의 패러독스’를 만들어 오히려 사람을 우유부단하고 불행하게 만들지 않았나. 선택의 폭이 넓으면 넓을수록 고르고 또 고르느라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고, 피곤이라는 대가만 지불한다. “한군데만 더 지원했더라면” “이 정보를 진작 알았더라면” “선생님의 충고를 받아들였더라면” 같은 ‘…더라면’이라는 후회를 뇌리 속에 무한정 맴돌게 하는 피곤이다.
둘째, 주변의 의견이 후회를 낳는다. 한 학생은 US 뉴스, 프린스턴 리뷰, 월간 워싱턴, 포브스에 나오는 대학 순위를 보고 A라는 대학에 가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자신의 결정에 대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A대학은 한국 사람들이 잘 모르던데…”라고 던진 말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잡지사마다 다르게 매긴 순위, 사람마다 다른 조언 속에 방황하며 “이 대학에 갔다가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어쩌지?”라고 미리 하는 후회 속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셋째, 끝없는 비교가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와 함께 선택한 것에 대한 실망에서 오는 이중 후회를 가져온다. 피처대학에 다니는 한 학생은 포모나와 하비머드에 다니는 학생과 비교하여 “나보다 공부 못하는 친구가 더 좋은 대학에 다닌다”는 비교의식에 빠져 있다. 스와스모어의 배리 슈워츠 심리학 교수가 “명문대학 재학생일수록 다른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과 비교하며 괴로워한다”고 말한 대로 그는 스스로 만든 차별의 저주를 받고 있다.
대학교육은 주관적 경험이지 결코 객관화할 수 없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후회는 하되, 너는 너의 길이 있고, 나는 나의 길이 있으며, 객관화한 길도, 완벽한 길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나아가 “시애틀에서 서울로 비행하는 도중, 항로에서 가끔 이탈하지만 결국은 조금씩 조정하여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어느 조종사의 말처럼 조금씩 조정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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