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미술관 National Gallery of Art
서관의 돔. Photographed by David Hwang(왼쪽), 고흐의‘Self-Portrait’. 1889년 작. NGA(오른쪽 위), 다빈치의‘Ginevra de’ Benci’ 1474/1478년. NGA(오른쪽 아래).
워싱턴 D.C.를 방문했다. 그러나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단 하루밖에 없다면 어디부터 갈 것인가. 난 단연 내셔널 몰에 위치한 국립 미술관을 권하고 싶다. 높은 수준의 좋은 소장품들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건축적 가치 또한 미국 초기 미술을 집대성하고 있는 건물이기 때문에 그렇다.
무료 입장, 워싱토니언의 특권국립 미술관은, 세계적으로 가장 크고 유명한 스미소니언 재단의 19개나 되는 박물관, 미술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스미소니언 재단에 속해 있지는 않다. 워싱턴의 문화 혜택 중 하나는 스미소니언을 비롯해서 국립 미술관 또한 입장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세계 어디를 방문해도 이 같은 최고 수준의 작품과 전시를 무료로 제공하는 곳은 없으니, 워싱턴에 사는 이들의 문화 특권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미술관은 타이틀만 국립이지, 사실은 정부와 개인이 예산을 분담하고 있다. 즉 건물의 관리와 유지는 정부가 보조해 주지만, 작품 구입이나 특별 프로그램 등 전체 예산은 국민들의 기부와 자체 자금 운용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립 미술관은, 1937년에 앤드류 멀론(Andrew Mellon)이라는 사업가이자 미술 애호가가 자신이 모든 작품들과 사재를 국가에 기증하면서 시작되었다. 존경할만한 미국의 기부 문화는 그 이후 줄을 이어 많은 사람들이 기증을 함으로써 현재의 영구 컬렉션을 이루어내었다. 미술관이 소유한 작품은 무려 13만점으로 회화, 드로잉, 프린트, 사진, 조각, 장식 미술, 가구 등으로 가장 오래된 작품은 13세기 중세 시대로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이다. 이탈리안 르네상스 소장품이 강점이며, 미국에서 유일하게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이다. 뿐만 아니라 연중 새로운 특별전을 기획하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교육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야외 조각공원미술관 전체 도안과 신고전주의 양식의 서편 빌딩을 디자인한 사람은 죤 러셀 포프이다. 서관과 지하로 연결되어진 동관은, 현대 미술의 소장과 전시를 위해서 멀론의 자녀들의 기증에 의해 1978년에 증축되었다.
워싱턴 미술의 심장부
현대식 건물의 동편 빌딩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앞의 피라미드 모양의 조각으로 유명해진 아이 엠 페이(I. M. Pei)의 작품으로, 동관과 서관 사이에 위치한 피라미드 모양의 조각 작품은, 거울처럼 방문객 모습을 비춰주고 있다. 동관은 알렉산더 칼더의 대형 모빌(움직이는 조각), 마티스, 미로, 피카소, 폴록, 로드코 등 주옥같은 현대 미술들을 소장하고 있다. 동관에는 또한 연구자들을 위한 도서관이 있는데, 미리 약속을 하면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다. 아쉽게도 동관은 2013년부터 삼년간(2016년 가을까지) 내부 구조 개조를 위해 휴관을 하고 있다. 국립 미술관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중의 하나는, 야외 조각 공원이다. 서관에 로댕이나 드가의 주요 조각이 있기는 하지만, 6에이커가 되는 야외 조각 공원에서는 루이스 부르조아, 로이 리크텐스타인, 클래스 올덴버그 등 전후 주요 조각가들의 대형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조각 공원은, 여름에는 야외 재즈 무료 공연, 겨울에는 아이스 스케이팅과 더불어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워싱턴 내셔널 몰의 매력 중의 하나이다.
헤르메스의 청동상
서관으로 들어가려면 입구가 동서남북으로 네 군데나 있기 때문에 막연히 입구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면 낭패를 본다. 정확한 어떤 도로에 접해 있는 입구를 지정하든지 아니면 돔 아래라든지 내부의 특정 장소를 정하는 것이 좋다. 외관에서 바라본 서관은 미국 신고전주의의 대표적 빌딩 양식이다. 삼각형 모양(페디몬트)의 입구 지붕 장식, 그리고 열을 지은 기둥은 고대 그리스 신전인 파르테논에서 시작한 서구의 인본주의 건축의 대명사이다. 로마인들은 그리스 양식을 계승하여 모든 신을 모신다는 의미의 판테온(Pantheon)이라는, 견고하고 스케일이 큰 콘크리트로 만든 돔을 만들었는데, 프랑스와 영국이 19세기 다시 이 양식을 부흥시켰다. 건축가였던 미국의 제퍼슨 대통령은 영국 유학을 통해, 신고전주의를 미국에 정착시켰다. 서관의 1층(그러나 Constitution Ave 입구에서는 2층)에 위치한 돔의 가장 윗부분에는 동그란 모양의 창문(Oculus)이 있는데, 이는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는 신의 눈이라고 생각하고 디자인된 것이다. 로마나 파리를 가지 않고도 거의 유사한 판테온의 디자인을 국립 미술관 이층에서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돔 아래 분수에는 날아갈 듯한 모습의 머큐리(또는 그리스 신 헤르메스) 청동상이 서있다. 16세기 르네상스 조각가 지오반니 볼로냐를 모작한 19세기 무명작가의 작품으로, 머큐리는 지식과 진실, 평화와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신이다. 앤드류 멀론이 소유했던 이 작품은 많은 모작 중에서도 수작으로 국립 미술관의 현판처럼 날렵한 모습으로 서있다.
미술관의 백미, 다빈치 작품
서관에서는 중세 말에서 시작해서 르네상스, 바로크,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 인상과, 그리고 20세기 미술까지를 두루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초기 작품 ‘지네브라 드 벤치(Ginevra de Benci; 1474/1478)’는, 미술관의 훌륭한 르네상스 컬렉션 중에서도 백미이다. 16세의 부유한 집안의 딸인 지네브라의 결혼선물로 제작된 이 작품은, 그녀의 미와 덕을 표현하였다. 파리 루브르의 ‘모나리자’나 밀라노의 산타 마리아 델라 그라치에 있는 ‘최후의 만찬’으로 잘 알려진 다빈치는 회화, 조각, 건축가, 발명가로 다재다능한 천재 작가이다. 사실보다는 이상화된 관념적 모습을 그리던 시대에 다빈치는 대상의 특색, 성격, 외모를 최대한 진실하게 표현해 보려 하였다. 원근법과 명암법을 통해 실제 여인의 육체적 아름다움을 강조했을 뿐 아니라 그림 뒤편에 겹쳐져 있는 또 다른 그림에 종려나무(도덕성), 월계수(예술성), 로뎀나무(정숙함) 등을 이용하여 ‘아름다움이 덕을 장식한다’는 상징성으로, 외모와 내면의 미가 완벽한 그림의 주인공을 표현하고 있다. 당대에는 너무나 완벽주의였기 때문에 우울했던 작가, 사교적이지 못해서 재능만큼 성공하지 못했던 다빈치의 작품은 우리에게는 르네상스 미술의 진수로 다가온다.
이정실/ 미술 평론가독립 큐레이터GWU, UMD, WUV 출강artriolee@gmail.com
*모든 이미지는 국립 미술관과 사진작가 황휘섭에게 권리가 있습니다. (Courtesy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Or Photographer David Hwang)
*All Right Reserved@Artrio,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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