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접종으로 미국 내 질병 발생률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새로운 백신이 시장에 나오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최근 보도했다. 올해 8세인 해나 터너는 생후 15개월 때 홍역, 유행성 이하선염, 풍진 예방주사를 맞았다. 일주일 후인 1998년 성탄절 이브, 하나의 몸이 불덩이가 됐다. 열이 화씨 105도나 됐다. 어머니 린다는 해나의 눈이 뒤집히고 팔 다리를 떠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15개월 때 홍역 등 세 가지 접종, 일주일 후 ‘경기’ 발작
10세 소녀 간염·디프테리아·풍진 주사 맞은 뒤 ‘자폐증’진단
미소아과의사 70% “자녀에 주사 안 맞히는 경우 적어도 한 건”
학계 “심각한 부작용 근거 없다” 발표 불구, 부모들 선택 딜레마
린다는 예방주사를 맞은 게 분명 해나의 증세와 연관이 있다고 여기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드물다. 그러나 린다로서는 더 이상 이러한 끔찍한 일을 겪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 4세인 스펜서, 11세인 라첼에겐 예방주사를 맞히지 않기로 했다. 해나는 말 배우기가 또래들보다 다소 느리다. 그러나 건강상 다른 문제는 없다.
하지만 린다는 고민이다. 예방주사를 맞지 않다보니 지난해 여름 온 가족이 석 달 동안 기침을 콜록콜록하며 지냈기 때문이다. 딸 해나가 ‘발작’을 일으키기 전에 백일해 주사를 맞힌 라첼만이 멀쩡했다. 예방주사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가족의 건강을 돌보는 어머니 린다가 고민할 만하다.
연방정부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아동 93% 이상이 취학 전에 예방접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소아과의사의 70%가 자신의 병원을 찾은 사람 가운데 적어도 한 명이 자녀의 예방접종을 거부한 것으로 보고했다. 그런데 CDC는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예방접종을 하라고 권고하고 있어 예방접종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CDC는 13개 질병에 대해 예방접종을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린다는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고 했다. 결정을 하기 싫어진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주사를 맞히자니 부작용이 걱정되고 안 맞히자니 병에 걸릴까 두렵다는 게 딜레마다.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가 예방접종 주사약의 ‘티메로살’(혈청 및 살균 소독제)이라고 불리는 수은 성분. 간염, 디프테리아, 풍진 주사약에 들어 있는 수은 성분이 문제가 되고 있다. 많은 부모들은 수은이 어린이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해악을 끼칠 것을 염려하고 있다. 혹시 이 수은이 어린이들의 자폐증에 연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마크 블랙실은 수은 중독과 관련해 의혹을 제기했다. 블랙실의 딸 미셸(10)이 1995-1996 사이 간염, 디프테리아, 풍진 예방주사를 맞았는데 나중에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 “정확한 인과관계는 모르지만 최근 어린이들 사이에서 자폐증이 부쩍 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분명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2001년 정부와 제약회사들은 티메로살의 사용을 줄이거나 제거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현재 감기 예방주사를 제외하곤 티메로살을 쓰는 경우는 없다. 물론 학계에서는 티메로살이 자폐증과 연계가 있다는 근거가 없다는 게 정설이다. 예방주사를 맞고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의사들은 그래도 예방접종을 권유하고 있다. 주사를 맞은 곳이 아프고, 부풀어 오르거나 약간 감염될 수도 있다. 그러나 병에 걸려 고통을 겪는 것보다는 낫다는 게 의사들의 입장이다.
게다가 예방주사로 인한 심각한 질병야기는 그야말로 추측에 불과하고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염려해 아이들에게 주사를 맞히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뉴욕 뉴 하이드 팍에 있는 슈나이더 어린이병원의 로리 루빈 박사는 “예방주사를 맞고 일정기간 뒤에 몸에 이상이 생기면 그 원인으로 주사약을 꼽는데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예방주사를 맞고 나서 차 사고가 나거나 총에 맞아도 주사 탓을 할 것인가” 하고 반문했다.
자기면역 질환을 앓고 있거나 면역체계를 억제하는 약을 복용하는 어린이에게 예방접종을 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그렇지 않는 일반적인 경우에는 주사를 맞혀 커다란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의사들은 조언했다.
의사들은 부작용이 전혀 없는 예방주사를 개발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어린이들이 가능한 적은 수의 예방주사를 맞도록 머리를 짜내고 있다. 당장 급한 것은 주사를 맞히되 당장 화급을 다투지 않는 질환의 경우 시간을 벌자는 것이다. 새로운 약이 개발되고 주사가 아니더라도 알약이나 붙이는 패치, 또는 코에 뿌리는 예방약도 나올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당분간은 예방주사를 둘러싼 부모들의 의구심과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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