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은 1929년 주가 폭락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1929년 10월부터 11월 사이 다우 존스 산업 지수는 반토막이 났지만 다음해인 1930년 4월까지 낙폭의 절반을 회복했고 경기도 최악은 지났다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이를 무참히 무너뜨린 것은 은행의 줄도산 사태였다. 그 해 12월 뱅크런으로 문을 닫은 ‘US 뱅크’ 도산이 준 충격은 컸다. 가뜩이나 불안한 사람들을 패닉으로 몰고 간 것은 1931년 5월 오스트리아 최대 은행이자 황실 거래 은행인 ‘크레디트 안슈탈트’의 파산이었다. 유럽 최대 금융 재벌인 로스차일드가의 살로몬 마이어와 그 아들 안셀름이 1855년 세운 이 은행은 제1차 세계 대전에서 오스트리아가 패한 후 기울기 시작하더니 투자가와 예금주들의 뱅크런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았다.유럽 최대 은행의 하나가 쓰러지는 것을 본 유럽인들의 불안은 극에 달했고 유럽 은행의 줄도산은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번져 193
오랫동안 자동차를 리스하여 타다가 나이도 자꾸 들어가니 더 이상 페이먼트를 만들지 않기 위해 3년 전 일시불로 지불하고 새 차를 구입했다. 그리고 제일 먼저 한 일은 드디어 내가 원하는 자동차 번호판을 고르는 일이었다.리스한 자동차는 개인차량번호판(Personal License Plate)을 구입할 수가 없지만 구입한 차량은 융자를 하든 일시불로 내든 상관없이 소유주가 갖고 싶은 번호판의 숫자와 이름을 DMV 웹사이트에서 살수가 있기에, 평소에 그리도 갖고 싶던 이름들을 검색하게 되었다.캘리포니아 라이센스 플레이트는 7자리가 만들어져야하니 맨 처음 Mozart3를 입력 하였더니 이미 팔렸고, 그 다음에 Mozart5를 넣었더니 이것도 팔리고 없었다. 나의 두 딸이 어렸을 적 12년 동안 바이올린을 배웠을 때 바이올린 스튜디오의 모든 학생들이 반드시 배워야했던 곡이 바로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과 5번, 그리고 브루흐(Bruch)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이었다. 우리 가족은 이 곡
지난주 옛 회사동료로부터 오랜만에 전화를 받았다. 둘째 아들부부가 결혼 후 십수년 만에 낳은 손자가 요즘 아장아장 걷는다며 그 재롱 보는 낙으로 산다고 했다. 그 친구의 아들이 결혼할 무렵 이미 첫 손녀 출생의 기쁨을 누렸던 나는 “아무렴, 그렇고말고”라며 연신 맞장구를 쳐줬다.손자녀의 출생은 노인에게 묘한 행복감을 안겨준다. 본인 자녀가 출생했을 때보다 더 기쁘다는 노인들도 있다. 그런 행복감을 다음 세대에선 두 명 중 한명이 못 누릴 것 같아 안쓰럽다. 한국통계청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결혼이 필요 없다는 사람이 전체 국민 중 절반,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사람이 2030세대 중 절반을 상회한다.지난 20일은 ‘국제 행복의 날’이었다. 유엔이 행복추구를 인간의 기본 권리이자 인류사회의 궁극 목표로 규정한 결의안을 지난 2012년 193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선포한 기념일이다. 당시 유엔 사무총장이 반기문 씨였다. 국제 행복의 날 자체는 시들해졌지만 매년 그날 전후에 발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문명 테러
21세기의 최대 사건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단 예외로 돌릴 때 그 최대 근사치의 답은 9.11사태가 아닐까 싶다.2001년 9월 11일. 이날 발생한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집단 알-카에다의 미국에 대한 파상적 테러는 전 세계를 충격에 빠져들게 했다.미국은 곧바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그리고 2년 후 뒤이어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다. 이 잇단 전쟁은 엄청난 뒤 폭풍을 몰고 왔다.2011년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이 그 하나다. 거리시위의 거센 바람이 이집트, 리비아를 휩쓸면서 장기집권 독재체제들이 잇달아 무너졌다.9.11 사태로 촉발된 20년 가까운 이 전쟁시기동안 아랍-중동지역은 물론, 전 세계적 규모의 지정학적 변화도 뒤따랐다. 미국이 중동지역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동안 공산체제 중국이 부상, 결국 미-중 대결구도로 이어진 것이다.지난 19일은 이라크 전쟁 20주년이 되는
늦은 점심으로 밀국수를 삶는다펄펄 끓는 물속에서소면은 일직선의 각진 표정을 풀고척척 늘어져 낭창낭창 살가운 것이신혼적 아내의 살결 같구나한결 부드럽고 연해진 몸에동그랗게 몸 포개고 있는결연의 저, 하얀 순결들!엉키지 않도록 휘휘 젓는다면발 담긴 멸치국물에 갖은 양념을 넣고코밑 거뭇해진 아들과 겸상을 한다친정 간 아내 지금쯤 화가 어지간히는 풀렸으리라‘국수’ 이재무그래, 탕수육·팔보채·군만두 시키는 것보다 국수를 삶는 게 좋겠다. 찬바람 떠나자마자 냄비 물 올리지 않는 게 좋겠다. 미적거리다 아들이 보챌 즈음 천천히 가스 불 당기는 게 좋겠다. 각진 고속도로 지나 구불구불 친정마을 들어설 즈음, 후루룩 호로록 면치기하는 게 좋겠다. 달랑 깍두기 하나만 놓고 먹는 게 좋겠다. 설거지도 쉬워 먹은 흔적도 없어라. 대체 뭘 먹은 거야. 돌아온 아내가 혀를 차며 저녁상 차릴 때, 재바르게 숟가락이라도 놓는 게 좋겠다. 반칠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