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넛 오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페르디의 친구가 코코넛 속을 파내고 있다. 코코넛 속에서 밀크를 짜내 열을 가열하면 오일이 되는 데 고생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갤론당 판매가격은 0.5달러에 불과하다.
코타베스지역에 사는 페트루스 삭바나씨가 월드비전의 식수개발사업 덕분에 아이들이 30분씩 걸어가 물을 길어오지 않아도 된다며 수도관에서 물이 나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3천여 어린이 월드비전 통해 희망
월드비전 - 본보 사랑의 결연 인도네시아 쿠팡을 찾아 3
<김동희 특파원> 본보가 연중 특집기획으로 펼치고 있는 ‘2008 현장을 가다 - 세계가 우리의 무대’ 시리즈의 일환으로 월드비전 현지 답사팀과 함께 쿠팡의 비스마락 초등학교를 찾았다. 월드비전 미국 후원자들이 결연을 통해 지원하는 학교들이다.
교실건설·교복 지급 온마을 진료 혜택도
쿠팡지역에는 약 3,000여명의 어린이들이 월드비전을 통해 미주 한인을 비롯한 후원자들과 결연을 맺어 도움을 받고 있다. 매달 후원자들이 내는 30달러의 후원금은 후원아동에게 현금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다. 어린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 전체의 교육과 보건의료, 농업관개, 소득증대 사업을 지원하는데 쓰인다.
지역 전체를 개발하고 발달시켜 후원 아동들이 건강한 삶 속에서 자신의 꿈을 이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대신 후원 아동들은 교복이나 학용품은 우선적으로 무료 지급 받으며, 생일선물은 직접 전달된다.
월드비전이 쿠팡지역 어린이들에게 지원의 손길을 보낸 것은 1980년. 당시만 해도 말라리아에 의한 어린이 사망, 특히 5세 미만 어린이들의 가난과 질병에 의한 사망률이 증가하면서 월드비전 후원자들의 사랑의 손길이 전달되기 시작했다.
단돈 5달러가 없어 치료제를 구하지 못해 말라리아로 죽어가는 어린이들. 수인성 질환에 노출돼 속수무책으로 고통을 받다 죽어가는 어린이들, 그리고 교육을 받지 못해 문맹 수준을 넘지 못하는 이곳에 월드비전이 진료소를 마련하고 학교를 지어주며 가난과 질병에서 벗어나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같은 노력으로 지금이 쿠팡은 당시에 비해 몰라보게 변해 있었다. 부족한 교실을 건설해 주고 이들에게 학용품과 교복이 지급되면서 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부담이 덜어지는 데다가 교육률이 높아지면서 가난을 극복하는 지혜가 생겨난 것이다.
쿠팡 비스마락 초등학교에서 만난 어린이들은 너무나 맑고 밝았다. 28년간 계속된 월드비전을 통한 한인 등 후원자들이 전달한 훈훈한 온정의 손길이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 현지 월드비전 관계자들은 앞으로 2년 후면 월드비전의 현지 구호가 모두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뻐했다.
1교시 수업시작은 오전 7시15분. 집까지의 거리가 평균 걸어서 30분이라고 하니 초등학생 ‘꼬맹이’들이 학교 간다고 새벽부터 부산을 떠는 셈이다. 저학년과 고학년이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7시15분에 시작한 첫 수업은 9시30분에 끝난다. 2시간15분 동안 휴식 없이 진행되는 것.
어린이들은 정오까지 종교, 사회, 수학, 인도네시아어, 과학, 체육, 영어 등 다양한 과목을 배우며 체육시간엔 축구, 배드민턴, 족구, 체스를 즐긴다.
김전중 사범이 비스마락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이자 아이들이 신나게 따라하고 있다.
‘차렷, 얍’ 한국어로 태권도 훈련
■ 쿠팡에 울려퍼진 태극함성
‘차렷, 얍’ ‘앞차기 준비, 얍’ ‘태권, 태권도’
인도네시아의 시골마을 쿠팡에서 태극 함성이 울려 퍼졌다. 펜실베니아주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전중 사범은 비스마락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한국의 국기인 태권도의 진수를 보여주겠다며 태권도 시범을 보인 것이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운동장에 모인 동심들은 ‘얍’ ‘태권’ 등의 우렁찬 함성을 따라하며 태권도 삼매경에 빠졌다.
아이들은 발차기를 따라 할 때 신발(슬리퍼)이 자꾸 벗겨지자 이를 땅바닥에 가지런히 벗어놓은 채 맨발로 앞차기 연습에 몰두하기도 했다. 김 사범의 다리가 하늘 높이 뻗어 올라가는 것과 달리 자신들은 잘 되지 않자 친구들과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이내 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카메라 들이대자 손 흔들고 까르르…
■ 언어 달라도 우리는 친구
조금은 쑥스럽게 그러나 무척이나 신기하게 쳐다보던 눈빛들, 무슨 말이든 하고 싶은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주저하던 모습들, “볼레 세야 포토?”(Boleh saya foto: 사진 찍어도 되겠습니까?) 물으니 커다란 눈을 반짝이며 환하게 웃어 보이던 아이들.
인도네시아 쿠팡에서 만난 어린이들의 모습이다. 아직 디지털 카메라가 보편화되지 않아 카메라에 찍힌 모습을 보여주니 자기들끼리 뭐라고 주고받으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다시 한 장 더 찍어달라고 손가락으로 표시하더니 이내 같은 자리에 서서 손을 흔들어댄다.
낯선 이방인들이 탄 자동차가 지나가자 신나게 그 뒤를 따라 달리던 꼬마들. 그 모습 위로 70년대 동네에 나타난 소독차를 쫓아가며 친구들과 한바탕 신나 하던 기억이 스쳐갔다. 국경과 시대를 초월하여 ‘동심’은 역시 ‘한마음’인 듯하다.
비스마락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해맑게 웃고 있다.
옥수수 농부, 물고기 양식 부자 꿈
각종 과일과 야채가 자라는 비옥한 땅, 랍스터가 잡히는 푸르른 바다.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도 낙후된 농업기술로 소득을 증대하지 못하고 있던 쿠팡 주민들에게 최근 변화가 일고 있다. 미주 후원자들의 후원금을 통한 기술교육으로 가계 수입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자녀 교육비 걱정을 덜게 됐다며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는 쿠팡의 아버지들을 만나봤다.
월드비전 소득증대 지원 주민들 생활환경 개선
‘파파’ 페르디를 만난 곳은 쿠팡에 있는 작은 마을 네이트에서다.
인도네시아어로 ‘바팍’(bapak)은 아버지란 뜻인데 언뜻 들으면 ‘파파’와 발음이 비슷하다. 안내 및 통역을 맡은 월드비전 인도네시아 직원 니켄이 페르디 아쿠누트(48)와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파파 페르디’(아마도 바팍 페르디였을 것)라는 말이 곧잘 들려와 기자 역시 그를 ‘파파 페르디’라고 부르며 쿠팡에서의 삶에 대해 물었다.
‘파파’ 페르디는 농부다. 코코넛 오일이나 옥수수, 피낭, 각종 과일을 팔아 한 달에 약 80달러의 수입을 올린다.
그런 그가 2006년부터는 민물고기 양식을 시작했다. 2007년 여름엔 마을 대표로 뽑혀 월드비전 지원을 받아 자바섬에서 선진 양식법도 배워 왔다. 자신감이 생겼다. 처음 3개 종 100여마리로 시작한 양식이 이제는 수천마리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올해 여름부터는 첫 판매도 시작할 계획이다.
민물고기는 2달러(1㎏)에 판매된다. 매일 100㎏(약 2,000마리)씩 구매하고 싶다는 제안도 받았다. 물량을 공급할 수 없어 거절했다. 만약 가능해진다면 한 달에 80달러를 벌던 ‘파파’ 페르디는 매일 200달러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꿈만 같은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재정적 여유가 없어 일단 보류다.
페르디는 “언젠가 꼭 가능해 지길 바란다”면서 “수입이 늘어나면 다섯 남매에게 보다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집을 리모델링하고 자녀의 진학에 대비해 교육비를 저축하고 싶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현재 ‘파파’ 페르디가 살고 있는 네이트 마을에서는 20여명이 월드비전의 도움으로 민물고기 양식을 시작, 가계 수입을 늘려가고 있다.
“고마워요. 미주 후원자들”
쿠팡 도심에서 약 75㎞ 떨어진 사흐라엔 지역 타르바 마을에 살고 있는 멜키 니투(34)는 약 3개월 만에 자신들의 삶이 많이 달라졌다며 월드비전 후원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381명이 살고 있는 타르바 마을사람들의 주업은 농사. 바다가 가까운 덕분에 랍스터 판매로 부수입을 올려 왔다.
이들에게 변화가 생긴 것은 지난해 12월. 마을 대표 2명이 월드비전의 도움으로 자바섬에서 1주일간 선진 랍스터 양식법을 익혀 왔다. 1주일에 3㎏에 지나지 않던 랍스터 수확량이 10㎏으로 3배 이상 늘었다. 5~6명이 부업으로 하던 랍스터 사냥이 이제는 16명의 주업이 됐다.
기존에는 일자 모양의 그물을 사용해 파도에 실려 오는 랍스터를 잡았다. 수확량이 일정치 않았다. 지금은 월드비전에서 제공한 둥근 모양의 특수그물 500개를 바탕으로 랍스터 양식을 시작했고 수확량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니투는 “수입이 증가해 자녀 세 명을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됐고, 곧 아기 돼지도 키우면서 또 다른 수익 모델을 만들 것”이라며 “커뮤니티를 개발하는데 필요한 많은 기술을 가르쳐준 월드비전이 고맙다”고 덧붙였다.
쿠팡 타르바 마을에서 랍스터 양식을 하고 있는 멜키 니투(오른쪽 맨 끝)씨가 동료들과 양식 중인 랍스터를 보여주고 있다.
아보카도가 물고기 먹이로
처음 ‘파파’ 페르디를 봤을 때 그는 뒷마당에 연못 앞에서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주먹 만한 아보카도를 물고기들에게 던져주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미국에서는 그 크기면 3달러는 족히 한다. 물고기들이 비싼 밥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니켄의 통역에 페르디는 눈이 동그래지더니 손으로 위쪽을 가리켰다. 주먹 크기의 아보카도들이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기자가 “이 집에서 가장 비싼 것은 저 나무”라며 부러워하자 ‘파파’ 페르디는 환한 미소와 함께 “그럼 2달러에 주면 사갈 테냐?”며 흥정도 늘어놓았다. 미국에서 간 일행들은 “아보카도를 먹고 자란 물고기는 정말 맛있고 몸에도 좋겠다”며 소곤소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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