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밖에서 처음으로 태어난 ‘남중국 호랑이’ 새끼.
중국의 동물원에서 남아프리카 인공서식지로 보내져 야생으로 되돌아가기 훈련을 받고 있는 수놈 ‘남중국 호랑이’의 위용.
멸종위기 ‘남중국 호랑이’ 보존 십자군운동
중국 밖에서 첫 ‘호돌이’ 탄생 전 중국이 환호
한 마디로 장대한 모습이다. 온 몸은 황갈색 윤이 나는 코트로 뒤덮였다. 엄니는 길고 날카롭다. 이런 그가 긴 꼬리를 홱홱 흔들며 우리의 빗장 앞에서 불안스레 서성이고 있다. 이 호랑이, ‘327’로 알려진 이 호랑이는 우리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는 것이다.
‘327’은 멸종되어 가는 남중국 호랑이 중의 몇 안 되는 생존자 가운데 하나다. 그는 중국의 동물원에서 태어나 지난해 남아프리카로 옮겨졌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가망이 없는 운동으로 간주하고 있는 남중국 호랑이 보존 계획의 마지막 일환으로 먼 거리를 돌아 이곳에 온 것이다.
라호우 밸리로 불리는 이곳에서 ‘327’은 100에이커에 달하는 울타리가 처진 수풀 속에서 자유를 구가하면서 사냥하는 방법을 배우게 돼 있다. 그러나 이 다섯 살 난 수놈 호랑이 ‘327’은 여전히 콘크리트 우리에서의 안전한 삶을 원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어쨌든 적어도 흔들리는 풀을 무서워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처럼 여전히 자연을 두려워하는 ‘327’은 멸종 직전의 이 남중국 호랑이를 보존하고 또 그 개체수를 늘린다는 이 운동이 가망성이 없는 일임을 증명하는 것으로 일부 사람들에게는 비친다.
그러나 리 콴의 생각은 다르다. 북경 출신으로 디자인업계 중역을 지낸 그녀는 아주 야심찬 꿈을 지니고 있다. 그 꿈이 그런데 호랑이 보존 프로젝트 전문가들의 조롱을 사고 있는 것이다. 그녀와 미국인 남편 스튜어트 베이는 문화 대혁명 때 모택동의 박멸정책에 따라 거의 멸종이 된 남중국 호랑이를 끌어 모으고 있다.
그들의 계획은 말하자면 동물원에나 있는 남중국 호랑이를 훈련시켜 자연으로 되돌린다는 것으로, 이런 식이다. 중국은 호랑이 보존의 전문기술도 없고 현재로는 그 서식지도 없는 상태다. 그래서 동물원에나 보존돼 있는 60~70마리의 남중국 호랑이 중 대여섯 마리를 남아프리카로 가져와 종자를 늘리고 야생으로 되돌리는 훈련을 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거대한 초지에 울타리가 쳐졌다. 그 안에서 호랑이를 훈련을 시킨다. 일부 사냥감 동물을 풀어놓고 스스로 생존기술을 배우게 하는 것이다. 그 기간에 중국 정부는 호랑이 보존지역을 설정해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소개시키고 사냥감 동물이 살게 하는 등 호랑이의 야생 서식지를 복원시킨다는 것이다.
그 계획이 많은 야생동물 보존그룹의 조롱을 받고 있는 것이다. 어리석고, 비과학적이고, 돈 낭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호랑이 보존 전문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주디 밀스의 공격이 바로 그렇다. 그녀는 그 프로젝트를 생태관광의 옷을 입은 서커스 사이드 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돈 많은 아마추어 애호가의 자존감을 채워줄지 모르지만 한 마디로 ‘넌센스’라는 것이다. 야생동물 보존사업은 그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게 그녀의 지론이다.
주디에 따르면 베스트 방법은 서식지에 생존해 있는 몇 안 되는 남중국 호랑이를 보호하는 것으로 자연상태에서 그 개체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콴은 전 세계의 야생동물 보존 전문가들로부터 그 계획이 환영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런데 이처럼 조롱과 야유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콴은 그 일에 착수했다. “그들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그녀의 다부진 결의다.
그 프로젝트에 따라 2003년에서 2007년 사이 동물원에서 태어난 다섯 마리의 남중국 호랑이가 남아프리카 라호우 밸리로 보내졌다. 그 다섯 마리 호랑이 중에는 ‘캐세이’ ‘호프’ ‘타이거우즈’ ‘마돈나’ 등 4마리의 새끼 호랑이가 포함됐다. 이 호랑이 새끼들은 담이 쳐진 100에이커에 이르는 이 인공 서식지에서 남아프리카산 조수를 사냥하는 훈련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중 ‘호프’는 이곳에 도착한지 2년 만에 심장병에 폐렴이 겹쳐 죽었다. 그리고 지난해 가을 종자번식용으로 ‘327’은 가장 늦게 이곳에 보내졌다. ‘327’은 호랑이 혈통기록부에 등록된 숫자로, 그의 이름이 된 것이다.
다른 호랑이들은 환경에 빨리 적용했다. 사냥하는 기술을 터득했다. 아무도 그들에게 사냥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러나 본능을 통해, 그리고 시행착오를 통해 이 동물원 출신 호랑이들은 남아프리카산 영양을 사냥해 스스로의 생존 기술을 배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이제 각자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 ‘타이거우즈’는 강가의 심홍색 새들이 지저귀는 풀이 우거진 곳에서 낮잠 자기를 즐긴다. 지난 11월 마침내 경사가 생겼다. 중국 밖에서 처음으로 남중국 호랑이 새끼가 탄생한 것이다. ‘캐세이’와 ‘타이거우즈’가 그 어머니와 아버지다.
11월은 남아프리카에서는 추운 봄이다. 이 때 태어난 그 새끼 호랑이는 어머니인 ‘캐세이’로부터 바로 격리됐다. ‘케세이’가 그 새끼호랑이를 거부했다. 거기다가 돌보아주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새끼 호랑이가 태어나면 어미는 혀로 핥아 온 몸을 닦아준다. ‘케세이’는 어미로서 그 역할이 훈련돼 있지 않은 것이다.
새끼호랑이는 동물원의 전문가에게 맡겨졌다. 두 달 반 이상 길러진 그 새끼호랑이는 이제 주의를 끌기 위해 큰 소리로 울어댄다. 또 동물원 방문객 앞에서 깡충깡충 뛰면서 재롱을 떨 정도로 건강한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백신주사를 다 맞고 생후 4개월이 되면 이 새끼 호랑이는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갈 예정이다.
이 새끼호랑이의 인기는 엄청나다. 그 이름을 어떻게 질 것인가. 이름 짓기를 공모하자 중국에서만 7,000명이 이름을 지어 보냈다. 이 남중국 호랑이 보존 프로젝트에 중국인들의 이해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 사육사가 그 호랑이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있다.
씨가 말라가는 ‘호랑이 족속’
8개종 중 3개종 이미 멸종
호랑이는 크게 8종으로 나뉜다.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일명 벵골 호랑이로 불리는 인도 호랑이다. 8종의 호랑이 중 가장 큰 종류는 시베리아 호랑이다. 아무르 호랑이로도 불리는 시베리아 호랑이는 몸길이가 최소한 3m 이상돼 인도 호랑이보다 근 1m 가까이 길다.
8종의 호랑이 중 발리 호랑이, 자바 호랑이, 카스피언 호랑이 등 3 아종은 멸종됐다. 현재는 남은 것은 수마트라 호랑이, 인도 호랑이, 시베리아 호랑이, 인도차이나 호랑이, 그리고 남중국 호랑이 등 5종이다.
남은 이 5종의 호랑이가 멸종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20세기 초반에만도 10만마리의 호랑이가 야생상태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현재에는 8,000마리가 채 되지 않는다. 호랑이가 자연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가장 주된 원인은 밀렵이고, 또 서식지 파괴와 이에 따른 고립생활 때문이다. 고립생활이라는 것은 그들의 서식지 사이사이를 인간이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막고 있기 때문에 서로 오갈 길이 막혀 암수가 만날 수가 없어 이는 즉, 2세를 생산할 수 없다는 것의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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