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둥둥 신호 보내면 돌고래가 물고기떼 몰아
▶ 이라와디 강 어부가 그물 던져 고기 잡아
![어부와 돌고래 협업 / 미얀마의 고기잡이 ‘신비스런 전통’ 어부와 돌고래 협업 / 미얀마의 고기잡이 ‘신비스런 전통’](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17/09/01/l_2017090201000101100001561.jpg)
미얀마의 이라와디 강에서 몇 대째 돌고래들과 협업으로 고기를 잡는 어부들은 이젠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고조부 때부터 돌고래들과 소통하며 가업을 이어 온 어부 우 마웅 라이가 이라와디 강에 배를 띄우고 그물을 들고 있다.
![어부와 돌고래 협업 / 미얀마의 고기잡이 ‘신비스런 전통’ 어부와 돌고래 협업 / 미얀마의 고기잡이 ‘신비스런 전통’](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17/09/01/l_2017090201000101100001562.jpg)
선체를 둥 둥 둥 두드리는 소리는 돌고래에게 보내는 신호다.
![어부와 돌고래 협업 / 미얀마의 고기잡이 ‘신비스런 전통’ 어부와 돌고래 협업 / 미얀마의 고기잡이 ‘신비스런 전통’](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17/09/01/l_2017090201000101100001563.jpg)
인간과 소통하며 어업을 돕는 돌고래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찌는 듯 무더운 여름 오후, 미얀마의 만달레이에서 10마일쯤 거슬러 올라가 이라와디 강에 배를 띄운 어부는 끝을 뾰족하게 갈아 만든 단단한 나무 막대로 실로폰 치듯 선체를 둥 둥 둥 두들겼다.
두들기는 소리에 이끌려 둥근 머리의 회색빛 이라와디 돌고래 한 마리가 근처 수면으로 떠올랐다. 곧 10여 마리의 돌고래들이 모여 들었고 그들은 그물을 들고 배위에서 기다리는 어부 쪽으로 물고기 떼를 몰아오기 시작했다. 어부가 그물을 던져 물고기 떼를 건져 올릴 때 돌고래들도 그물에 걸리지 않으려고 달아나는 물고기들을 쉽게 잡아먹을 수 있다.
그러나 햇볕에 그을린 어부가 그물을 던지려 할 때 통나무를 가득 실은 뗏목이 옆을 지나가는 바람에 돌고래들은 물속으로 들어가고 물고기 떼는 흩어져 버렸다. 낙심한 어부는 다시 막대기를 두드리며 ‘파트너들’에게 신호를 보내지만 미얀마 제2의 도시인 만달레이에서 오는 뗏목들의 행렬은 쉽게 끝날 기세가 아니다.
아내와 함께 고기잡이에 나선 우 틴 미우는 이라와디 돌고래들과 협업으로 고기잡이를 할 줄 아는 미얀마엔 이제 불과 수 십 명만 남은 어부 중 하나다. 방글라데시와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이 지역의 강에 사는 멸종위기 돌고래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미얀마의 돌고래만이 인간과 협업하는 것으로 분류되어 있다. 전 세계에서 인간과 야생동물 간 협업으로 알려진 극소수의 사례 중 하나다.
이라와디 돌고래와 인간의 소통 역사는 길다. AD 800년 경 중국문헌에 “퓨 사람들(버마인)이 이 동물을 중국에 매매했다. 그들은 이 동물을 강 돼지라고 불렀다”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언제부터 돌고래가 포획 대상이 아닌 ‘파트너’가 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틴 미우(44)는 역시 어부였던 자신의 증조부 시대에 시작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자신의 형과 삼촌으로부터 돌고래와 협조해 고기 잡는 법을 배웠다는 틴 미우는 그 당시엔 어부들이 모든 돌고래들에게 이름도 붙여주며 가깝게 지냈다면서 돌고래들이 밤에 보트에서 잠든 어부들에게 물을 뿜어대며 동 트기 전에 고기를 잡으라고 깨우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협업은 미얀마가 지난 10년 반세기에 걸친 군사정권하의 고립에서 벗어나면서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국가가 현대화되면서 돌고래들에 대한 위협이 가중된 것이다. 불법 금광의 수은, 농장의 비료, 공장의 산업 쓰레기 등으로 이라와디강의 오염은 날로 심해졌다. 선박들의 트래픽이 심해지면서 충돌사고로 돌고래들이 죽기도 했고 자동차 배터리를 사용한 불법 조업으로 감전사를 당하는 돌고래도 늘어났다.
2012년 야생생물보호사회의 보고서에서 77마리로 집계되었던 이라와디강의 돌고래는 지난해 65마리로 줄어들었다. 미얀마 정부는 만달레이 북쪽 50마일까지를 돌고래 특별보호지역으로 제정했으나 전기충격 조업이나 오염에 대한 단속시행은 별로 실시되고 있지 않다.
뗏목 행렬에 손을 멈추고 있던 틴 미우는 뗏목들이 다 지나간 후 다시 선체를 두드리며 파트너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목에 흰 밴드가 눈에 띠는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파트너는 꼬리를 치켜들며 물고기들이 모여 있는 지점을 알리는 신호를 보내 왔다. 어부가 그물을 던졌다. 그물 속에서 물고기들이 펄떡거린다. 그러나 가족들이 먹기에도 충분치 않은 양이다. 좋은 시절엔 가족들이 실컷 포식하고도 장에 내다 팔만큼 풍성했었다.
돌고래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돌고래와 협업하는 어부들의 수도 줄어들고 있다. 지금은 돌고래의 숫자와 같은 65명만이 남았을 뿐이다. 그들은 늙어 가는데 젊은 어부들은 구하기가 쉽지 않다. 틴 미우도 아들에게 돌고래와 협업하는 고기잡이를 훈련시켰었는데 아들은 큰 도시 만달레이로 떠나버렸다. 5명의 다른 젊은이들에게 가르치고 있지만 그들도 더 나은 돈벌이를 위해 도시로 떠날 것임을 알고 있다.
돌고래와 어부의 협업을 되살리는 최선의 희망은 에코관광이다. 매년 돌고래를 보러 700~1,000명의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돌고래에 대한 관심만 높지만 조금씩 어부들을 따라 돌고래와의 고기잡이 체험에 나서는 관광객들도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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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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