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활영어’ 칼럼에서 Don’t be a sore loser.(비겁한 패자가 되지 말라)는 제목으로 쓴 글에 대해 사사세-워싱턴 공동대표 심영주씨가 반박하는 글을 이 신문에 올렸기에 몇 마디 답변하고자 한다. 우선 심씨가 우연히나마 내 칼럼을 읽어준 것에 감사한다. 내 칼럼은 캐나다 토론토를 포함하여 미주 전역 거의 모든 대도시에서 발행되는 동포신문에 수십년 간 연재되어 왔다. 그런데 심씨가 지적한 그 칼럼을 읽고 불만을 토로한 독자는 현재까지 심 대표가 유일하다. 심씨는 생활영어 칼럼에 나의 정치적 의견이 피력되는 걸 기대하는 독자는 “없다”고 아주 단정을 했다. 그렇다면 왜 미주전역 동포신문들은 그 칼럼을 실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심씨는 생활영어 칼럼이 일기예보 같아야 한다고 했다. 내 칼럼은 생활영어 얘기만 하라는 얘기다. 생활영어가 뭔가? 인사말이나 물건 사고파는 영어만 생활영어가 아니다. 정치도 생활의 일부다. 따라서 영어로 정치 얘기까지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내 칼럼의 역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 칼럼은 미국 커미디언들이 미국 대통령들을 조롱하는 조오크들을 자주 소개한다. 그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독자는 30여년 간 한분도 없었다. 심씨는 “순전히 정보전달의 성격만을 가져야 할 생활영어 지면을 도용,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피력하는 기회로 삼았다”고 도용(도둑질해서 쓴다)이라는 말까지 쓰며 비난했다. 내 칼럼이 싫으면 읽지 않으면 되고, 그것으로 성이 차지 않으면 칼럼 연재를 중지시키라고 신문사에 압력을 넣으면 된다. 내 칼럼이 영어 얘기만 계속 했다면 지루하고 따분해서 30년 이상 연재되지 못했을 것이다.
사사세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쟁하는 단체의 약칭인 줄 알았더니 심대표는 그냥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썼다. 정치의 ‘정’자도 모르는 순진한 어린 아이들 손에 “국정원이 만든 대통령, 우리는 부끄럽다!”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게 하고 사진을 찍어 신문에 대문짝만한 광고를 싣는 세상이 그가 말하는 사람 사는 세상인가 묻고 싶다. 나는 그 광고를 보고 서울 지하철 안에서 흔히 보는 앵벌이(나쁜 어른들에 의해 구걸을 강요당하는 어린이)가 생각나 몹시 불쾌했다. 사사세가 바라는 세상은 어린이까지 정치행위에 이용하는 세상은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
한국 국정원이 지난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국회 국정감사를 해보면 어느 정도 진상이 밝혀질 것이므로 그것을 기다려 보는 게 순서다. 그런데 사사세 광고는 국정원이 부정 투개표를 해서 문재인이 낙선되기라도 한 듯이 “부정선거 용인한 박근혜는 책임지고 물러나라”고 선동하고 “촛불, 박근혜 대통령 책임질 때까지 계속”이라는 한 인터넷 신문기사 제목을 광고에 인용했다. 과거에 미국 쇠고기 못 먹겠다면서 촛불시위 해서 나라를 어지럽힌 그 난동을 재현하라고 선동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대한민국은 이미 충분히 사람 사는 세상이다. 6.25전쟁이 남침이냐, 북침이냐는 질문에 대답을 거부한 여자가 대통령후보 TV토론에 나와서 박근혜 후보를 떨어트리려고 나왔다는 막말을 해도 너그럽게 받아들일 정도로 민주화 된 나라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밖에서 우리 조국을 ‘사람사는 세상’으로 만들려고 사사세가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보다는, 김씨 세습 독재정권 아래서 억압받고 굶주리는 우리 북녘동포들이 사는 북한을 사람 사는 세상으로 만드는데 사사세가 힘을 보태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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