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1차 토론 두후보 스타일 극명하게 대비
역시 고어는 ‘각론’에 강했고 부시는 ‘개론적’인 접근법에 능했다. 3일 1차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두후보는 스타일에서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
또 고어가 부시의 감세안이 일부 부유층들만을 위한 플랜이라고 공격하는등 ‘중산층 대변자’로서의 자신의 이미지를 부각하는데 집중한 반면 부시는 "고어가 행정부에 몸담고 있으면서 많은 기회가 있었는데도 자신의 계획을 실천에 옮기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공박하면서 "이제는 바꿔야 할 때"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고어는 ‘토론의 귀재’답게 수치와 사례를 열거하며 자신의 정책적 입장을 폈다. 어떤때는 부시의 플랜에 대해 상대보다도 자신이 더 잘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려 하는 듯 했다. 메디케어 처방약 커버와 관련, 부시를 공격하다 부시가 반박하고 나서자 "당신의 인터넷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또 국제문제와 관련해서도 발음하기조차 어려운 유고 야당지도자의 이름을 수차례 반복함으로써 모든 현안을 깊숙히 꿰뚫고 있음을 과시하기도 했다.
고어가 1차토론중 가장 입에 많이 올린 어휘는 "상위 부유층 1%". 고어진영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연설을 통해 "근로계층의 이익을 대변하겠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한 후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재미를 봤던 고어는 이날 토론에서도 상대후보와의 차별화 전략으로 이를 다시 원용했다. 공화당의 대선 공약이 ‘보통 미국인’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부유층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집중적으로 편 것이다.
고어는 토론회전 13명의 서민 지지자들로부터 ‘안방식 대화’로 토론을 이끌어 가라는 주문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전반적으로 고어의 토론스타일이 부드러워 지기는 했으나 부시를 공박할때는 예의 공격적인 성향이 순간순간 드러나기도 했다.
반면 부시는 수치와 같은 개론에는 고어에 상당히 못미치는 인상이었다. 그러나 대화형식으로 폭넓게 말하는 솜씨를 보여 비교적 후한 점수를 얻었으며 그의 선거진영이 가장 우려하던 큰 말실수도 별로 없었다. 또 소셜시큐리티와 교육, 그리고 처방약 문제가 거론될때는 고어의 공격을 되받아 치는 순발력을 보였다.
특히 처방약을 둘러싼 공방이 격화되자 "클린턴과 고어는 8년전에도 이를 약속했고 4년전에도 그랬다"며 "그들의 약속대로라면 노인들은 벌써 처방약 혜택을 받았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어가 무슨 약속을 하더라도 이번 또한 ‘구두선’으로 끝날것이라는 인식을 유권자들에 심어주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부시는 공약의 구체적인 이해에서는 고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나 앞으로 남은 2차례의 토론회에서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과제로 남게 됐다.
3일 토론회는 대조적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두사람 모두 대통령으로서의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유세중 상대를 거칠게 공격하던 것과는 달리 이날 토론회에서는 인신공격보다는 정책적 공방에 주력함으로써 유권자들의 의식에 부응하려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긍정적 점수를 받고 있다.
조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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