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248km 폭 4km, 면적 2억 7,200만평.
비무장지대(DMZ)는 한반도 역사의 비극이 응축돼 있는 현장이다. 남북한 정상회담이 열려 분단 이후 최초로 직항로가 뚫렸을 때도 대한항공과 고려항공의 항공기는 이 지역을 통과하지 못하고 ‘ㄷ’자로 서해 상공을 돌아 서울과 평양을 오가야 했다.
최근 이 지역을 다룬 영화 ‘공동경비지역 JSA’ 가 대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DMZ를 소재로 한 문학작품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어 주목된다.
젊은 작가 박청호(34)씨의 장편소설 ‘갱스터스 파라다이스’(문학과 지성사 발행)와 임동헌(43)씨의 연작장편 ‘민통선 사람들’(늘푸른 소나무 발행).
영화 ‘공동경비구역…’도 원작은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박상연씨의 장편소설 ‘DMZ’이다.
박청호씨의 소설이 젊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DMZ를 평화ㆍ생태낙원으로 만들려는 구상 아래 은행을 터는 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면, 임씨의 작품은 민통선(민간인 출입 통제선) 사람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어 대조적이다.
’갱스터스 파라다이스’의 주인공 정수는 제대를 앞두고 휴가를 나와 은행 현금 지급기를 턴다. 우연히 범죄현장을 목격한 여대생 은채는 이 ‘대낮의 갱’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그와 함께 DMZ를 들어가 북한군 병사와 위악적 섹스를 한다.
정수는 분단 때문에 소외되고 고립돼 오히려 중세적 신성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땅 DMZ를 통째로 사서 세계 유일의 평화적 생태구역으로 가꾸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은행털기 시민연대’를 조직해서 한국은행까지 털려는 정수의 행각이 작가 특유의 속도감 있는 글쓰기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임동헌씨의 ‘민통선 사람들’은 민간인 출입통제선 북쪽과 남방 한계선 남쪽 사이의 공간에 자리잡은 남한의 최북단 마을 사람들의 유폐된 삶과 그것에서 비롯된 현실적 이유를 작가의 경험에 바탕해서 보여주려 한다.
작가는 "민통선 마을은 하나의 이념적 홍보공간이자 냉전시대의 사생아이다. 남북한의 지배 이데올로기의 한 방편으로 만든 것이 바로 민통선 마을이다"라고 말한다.
남북이 공히, 서로가 대치하고 있는 발치에서 민간인들이 농사를 짓게 함으로써 ‘우리네 백성들은 이렇게 번드르하게 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라는 것이다.
임씨는 10편의 연작에서 초등학생의 눈을 통해 남북한의 총격전, 대남방송, 자본주의 사회의 통제성을 보여주는 민통선 마을의 조직체계에 관한 에피소드들을 기록했다.
두 작가의 의도는 모두 DMZ가 한반도에 엄연히 존재하는 남과 북 이외의 ‘또하나의 다른 세상’이며 그것이 청산되어야 할 부끄러운 상징임을 보여주려는 데 있다.
박청호씨는 "우리 근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현장이자 심지어 미래에도 역사적 질곡으로 남게 될 DMZ는 하루 빨리 벗어나야할 참혹한 삶의 경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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