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신데렐라-80년대 미워도 다시한번-2000년대 홀로서기까지
드라마는 예외없이 시대상을 반영한다. 드라마의 여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눈물 콧물 짜내는 캐릭터이건,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또순이건 시대 배경과 동떨어진 딴 세상 인물인 순 없다. 작가의 상상력 또한 시대상에 구속받는 탓이다.
현재 방송 3사가 간판 드라마로 내세우고 있는 ‘주말드라마’의 여자 주인공을 살펴보면 80년대부터 지금까지 급변하고 있는 여성상을 차례로 확인할 수 있어 흥미롭다. 때론 유치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그들의 모습에선 우리 어머니와 누나 언니가 걸어온 길이 읽을 수 있다.
▲SBS TV <그래도 사랑해> 오순미(명세빈 분)
순미는 전형적인 신데렐라형이다. 계모 아닌 친엄마(반효정)에게 구박받는 것이 다를 뿐. 그는 집에서 하녀 취급을 받다가 어느 날 재벌가의 며느리로 변신한다.
그가 어머니의 구박을 받는 이유는 공부는 안하고 늘 사고만 치기 때문. 아저씨들이나 걸치는 점퍼를 입고, 건축일을 하느라 맨날 먼지구덩이에 속에서 살지만 "몸으로 부대끼며 사는 게 좋다"는 그는 그렇게 구박받아도 배시시 웃어 넘긴다.
마음이 착해 고생해서 번 돈을 남들을 위해 써버리는데 미래의 시아버지(이순재)도 불쌍한 노인으로 착각해 성심껏 도와주면서 첫 만남을 갖는다.
순미 앞에 나타난 백마 탄 왕자는 이기현(박상원). 나이 차가 있어 지금은 "아저씨"라 부르지만 곧 남편이 된다. 기현은 부자 아버지가 있으나 돈에는 관심이 없는 이상주의자. 풍류와 멋을 즐기는 착한 한량인데 생활력 강한 순미를 만나면서 인생관을 수정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바르게 이끈 순미를 신데렐라로 만들어준다.
▲KBS 2TV 주말극 <태양은 가득히> 박지숙(김지수 분)
박지숙(김지수 분)은 호텔에 근무하는 현실적이면서도 자기 계산이 분명한, 평범한 20대 여성이었다. 육체적인 아름다움을 이용할 줄도 알고, 자신의 능력을 한껏 발휘하는 법도 안다.
그러나 이런 캐릭터는 사랑 앞에서 맥을 못춘다. 사랑하는 남자 민기(유준상)가 자신의 야심을 위해 친구(박상민)의 애인인 부잣집 딸인 가흔(김민)에게로 떠나버리자 임신한 채 버려진 지숙. 아이를 차마 지우지 못하고 수면제를 삼켰다. 60년대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을 보는 듯하다.
연출진들은 이후 캐릭터가 ‘복수의 화신’으로 변신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아직까진 전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원망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탓에 시청자들은 당분간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 박지숙의 모습을 봐야 한다.
▲MBC TV <엄마야 누나야> 노승리(김소연 분)
승리는 이란성 쌍둥이임에도 불구하고 박복한 생모(장미희)의 손에서 자라 뒤늦게 생부(조경환)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도 성차별을 당한다. 버려진 이유와 차별받는 이유는 오로지 ‘여자’라는 사실 때문이다. 그러나 젊은 나이에 산전수전 다 겪은 승리는 이에 도저히 굴복할 수 없다. 원체 현실에 고개숙이지 못하는 체질이라 따라주질 않는다. 그래서 자신을 버렸던 식구들에게 당당하게 맞선다.
승리라는 존재는 인공수정과 대리모 문제가 불거지는 현실을 반영한다. 21세기이지만 남녀 차별이 상존하는 한국의 성차별 현실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세상은 얻고자 노력하는 자에게 많은 것을 준다는 평범하면서도 어려운 사실을 몸소 실천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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