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이 하계올림픽의 꽃이라면, 동계올림픽의 꽃은 여자단식 피겨스케이팅이라고 할 수 있다. 2월8일 개막한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의 최대 관심사 역시, 누가 새로운 은반의 여왕으로 등극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이번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종목에 출전한 미국 대표팀 선수들 가운데 눈여겨볼 선수로서는 미셸 콴, 사라 휴즈와 더불어 사샤 코헨을 들 수 있다.
코헨은 척추골절상으로 인해 지난 시즌 전미 피겨스케이팅 대회에 불참한 이후, 이번 동계올림픽에 나서기 위해 절차부심해 왔다.
우크라이나 이민자의 딸인 코헨은 17세 나이와 특유의 앳된 모습이 무색하리 만치 강인한 의지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어지간한 선수 같으면 일 년전 척추골절상을 당하고, 올해 다시 빙판 위에 오를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코헨은 동계올림픽을 불과 한 달 앞두고 벌어진 전미 피겨스케이팅 선수권 대회에서 두 차례나 심판진을 놀라게 한 묘기를 펼치며, 미셸 콴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로써 코헨은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을 뿐 아니라, 메달권에 진입해 있음을 만천하에 입증했다.
코헨은 지난 90년대 이후부터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꿈을 불태워 왔다.
코헨은 지금도 1992년 크리스티 야마구치, 94년 옥사나 바이울,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98년 테라 리핀스키가 금메달을 따낸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코헨은 리핀스키가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장면에서 가장 커다란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다.
나가노 올림픽에서 리핀스키는 미셸 콴의 적수가 안 된다고 생각되었으나, 결승전에서 소녀다운 천진난만함과 고난도의 더블 트리플 점프 연기를 완벽히 소화함으로써, 미셸 콴을 따돌리고 극적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코헨은 자신도 리핀스키처럼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결정적 순간에 환상적 기량을 발휘함으로써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금메달을 차지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코헨의 피겨스케이팅 스타일은 레이백 스핀과 안정적 회전동작을 바탕으로 리핀스키보다 훨씬 더 발레적인 분위기를 풍긴다고 평가받고 있다. 또 코헨의 안무동작은 달콤함과 음악성이 적절히 배합되어 다른 어느 선수보다 더 예술적인 분위기를 발산한다.
근년 들어 여자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은 엄청난 에너지와 고도의 테크닉이 요구되는 트리플 엑셀 동작을 포기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에 비해 코헨은 공중 4회전 점프를 하는 최초의 여자선수가 되겠다는 무서운 집념 하에 쿼드러플 새클로우 동작을 부단히 연마해 왔다. 그러나 회의론자들은 코헨이 지나친 욕심을 부리다가 또 다시 척추부상을 당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코헨의 개인코치 존 닉스나 어머니 갤리나 역시 코헨의 집념에 내심 염려하면서도 본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 주고 있다.
이들은 코헨이 4회전 점프시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특별 척추보호 장비를 구입해 주었다. 올해 72세의 할아버지 코치 닉스는 왕년에 누이 제니퍼와 함께 미국 페어 스케이팅 대표선수로서, 올림픽에 두 차례 출전했던 경력의 소유자다.
코헨의 강한 집념은 때로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한다.
지난번 전미 선수권전 동안 숏 프로그램이 끝난 직후, 롱 프로그램에 대비한 훈련시간에 코헨은 미셸 콴과 충돌했다. 이날 연습에서는 미셸 콴도 사라 휴즈와 거의 충돌할 뻔했지만, 사람들은 코헨만 ‘경쟁선수를 위협하는 비신사적 선수’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코헨은 자신은 누구를 의도적으로 위협한 적이 없으며, 빙판에서는 얼음과 스케이팅에 신경 쓸 뿐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자신은 매스컴이 뭐라고 써 대든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말하는 당찬 일면을 보였다.
그러나 코헨의 어머니 갤리나는 이같은 비판 여론에 적잖이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특히 스케이팅 관련 웹사이트들에는 코헨에 대한 비판 기사와 함께,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대표팀에서 코헨을 배제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들이 쏟아져 나왔다.
"코헨이 의도적으로 미셸 콴을 위협했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 4년 전에는 코헨이 다른 선수에게 부딪쳐 21바늘이나 꿰매는 중상을 당했었다. 그때 가해자 선수는 끝까지 잘못을 시인하지 않았으나, 우리는 그것을 문제삼지 않았다."
갤리나는 이렇게 항변한다.
이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단식 우승후보 일순위로는 지난 달, 전미 선수권전을 통해 극적으로 슬럼프에서 재기한 미셸 콴이 꼽힌다.
특히 미셀 콴의 최대 라이벌인 러시아의 이리나 슬러츠카야 선수가 최근 극도의 부진을 거듭하고 있어, 콴의 생애 최초 올림픽 우승 가능성은 한층 더 높아 보인다.
그러나 세계적 선수들의 실력 차이라는 것은 고작해야 종이 한장 차이다.
4년 전 나가노 대회에서 미셸 콴이 리핀스키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듯이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런 점에서 코헨은 물론, 지난 번 전미 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사라 휴즈도 여전히 강력한 올림픽 우승후보의 반열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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