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하고 따뜻한 날씨가 며칠 계속되어 벌써 봄이 왔나 싶으면 그 다음날엔 어김없이 비가 오거나 찬바람이 부는 것이 요즘 날씨여서 겨울이 봄을 샘내는 것 같다. 아직도 쌀쌀한 편인데 금년에는 부활절이 3월 말일이니까 예년보다 빨리 찾아왔다. 작년 부활절은 세금마감일인 4월 15일이어서 부활과 함께 세금도 내야함을 상기시켜 주었었다. 우리친구 하나는 모처럼 시간을 내어 골프를 예약해 놓으면 꼭 비가 온다면서 우리인생에서 보장된 것은 세금과 죽음뿐이라면서 골프를 칠 수 없는 날씨를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에는 스마트한 회계사와 변호사를 고용하여 세금을 한푼도 안내도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백만장자들이 수두룩하니까 세금이 누구에게나 보장된 것은 아니다. 그러면 죽음은 어떤가. 죽음은 누구나 한번은 넘어야 할 길이기는 하지만 죽음 역시 인생에 보장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죽어도 살 수 있는 것이 바로 부활절의 역설적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노신사 넷이서 골프를 치면서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사람이 말하기를 언젠가 우리가 죽어서 관속에 누워있을 때 나를 애도하는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을 듣기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옆의 동료가 대답하기를 "나는 사람들이 그 사람은 훌륭한 가장이었고 친절한 사람이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싶다고 했다. 또 다른 동료는 "그 사람은 겸손한 장로였고 사회에 공헌한 엔지니어였다"라는 말을 듣기를 원한다고 했다. 마지막 동료가 말하기를 나는 사람들이 "저 사람 좀 봐요. 지금 살아서 움직이고 있어요"하면서 놀라 외치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세 번째 노신사의 대답에서 느껴지는 삶에 대한 집념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삶에 대하여 그렇게 연민하지 않아도 영생할 수 있는 축복을 누리고 있다. 이것이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부활절을 기념하는 이유이다. 인간의 죄 때문에 십자가에 달려야만 했던 예수의 죽음은 인류역사에 가장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그 어두움의 뒤에는 부활의 여명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수의 빈 무덤은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말하기를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고 지금 우리에게 묻고 있다. 아무런 매력을 찾아볼 수 없는 우리인간을 포기하지 못하는 하나님의 인류에 대한 무한한 집착에 우리는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가.
지난주에는 샌디애고에서 열렸던 환경오염에 대한 학술발표회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그런데 내가 묶고있던 호텔 방에 비치된 성경책 갈피에 먼저 손님이 놓고 간 듯한 종이조각이 끼어 있었는데 거기에 다음과 같은 글이 쓰여있었다. 플로리다 해변가에 황혼이 깃 들면 매 주말마다 한 할아버지가 새우로 가득 찬 바구니를 어깨에 메고 부두가로 나온다고 한다. 순식간에 수 천 마리의 갈매기들이 할아버지 주위로 몰려들면 할아버지는 굶주린 갈매기들에게 새우를 던져주며 무엇을 중얼거리고 있는데 자세히 들어보면 "갈매기야 고맙다. 갈매기야 고맙다"라는 말을 되풀이한다고 한다.
이 할아버지는 이차대전 당시 전투비행임무수행 중 비행기가 바다에 추락하였다. 기적적으로 생명은 건졌지만 구명보트에 몸을 의지하며 수많은 날을 거치른 파도 속에서 낮에는 상어와 밤에는 추위와 싸워야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배고픔을 이겨내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하나님께 기적이 일어 날 것을 기도하며 모자를 얼굴에 덮고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무엇인가 얼굴에 와 닿는 것을 느꼈다. 순식간에 그것을 움켜쥐었는데 그것이 바로 갈매기였다. 그는 그것을 뜯어먹고 남은 뼈와 살로 낚시하여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구조 될 때까지 연명할 수 있었다. 이 할아버지는 갈매기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맹세하였다. 그래서 매 주말이면 부두에 나가 갈매기들에게 새우를 던져주며 마음속으로 우러나오는 감사하다는 말을 쉬지 않았다.
실지로 있었던 이이야기는 우리가 매년 왜 부활절을 기념해야하는지를 상기시켜주고 있다. 부활절은 바로 이 갈매기할아버지의 감사처럼 예수의 희생과 부활로 우리에게 죽어도 살 수 있는 영생을 주신 하나님께 표시하는 우리의 감격과 감사이다. 날마다 이 감사 속에서 산다면 우리는 언제나 행복할 수 있고 너그러울 수 있고 참을 수 있고 겸손해 질 수 있고 대범해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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