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총리로 기대를 모았던 장상 총리서리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는 것을 보면서 ‘예상된 결과’라는 평가와 ‘의외’라는 놀라움이 한인사회에 교차하고 있다.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장상씨가 "아들의 국적문제나 경기도 땅 투기의혹, 강남의 아파트 시세차익을 위한 위장전입 시도, 불분명한 출신학교 기재, 아파트 두 채를 터서 사용한 것 등 총리로서의 도덕성을 문제삼았지만 그것이 그렇게 큰 문제였는가?"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그보다는 "이러한 의혹들에 대응하는 장상씨의 답변이 의연하고 당당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당리당략에 따른 인사청문회의 ‘희생양’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이번에 장상씨에게 들이댄 잣대들을 들여다 보면서 한인들이 갖고 있는 이중적인 도덕기준이 더욱 확연해진 느낌이다.
■우선 ‘원정출산’이 아니라 미국에 유학중 태어난 아들이 미국 시민권을 가진 것이 그리도 문제가 되는 것인지 미국에 사는 교포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 아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태생에 따라 국적을 갖게 됐고, 부모는 몸도 아픈 아들의 장래를 위해 시민권을 유지토록 했을 뿐이다.
미국 시민권을 가진 아들을 둔 부모로 장상씨를 평가하기보다는 총리로서 국정 수행능력이 있는지에 인사청문회는 초점을 맞추어야 했다.
한 의원은 장상씨가 한때 미국 영주권을 가졌던 점까지 들먹여 "미국 시민이 되려고 했던 사람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총리가 될 수 있는가"라고 따졌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정부는 해외에, 아니 좁게는 미국에 사는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는 모두 한국에 기여할 수 없다고 보는지, 국회의원의 자질을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한때는 영주권자였더라도 이를 포기하고 고국에 돌아와 열심히 살았고, 한국의 고위 공직자로서 경륜을 펴보려고 했었다면 앞으로의 능력을 평가해야 하지 않았을까?
월드컵 기간중 "히딩크를 대통령으로 모시자"는 말이 나온 것은 이처럼 소아병적인 혈통주의에 매달리는 한국 정치인들을 상징적으로 통박한 것이었다.
■교포들이 이번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장상씨가 아들의 시민권과 자신의 영주권 취득 사실에 대해 떳떳하고 당당하게 대했었더라면 오히려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많았다. "총리가 될 줄 알았더라면 미국 시민권을 포기시켰을 것"이라는 초기 답변보다 "아들의 장래를 볼 때 미국 시민권을 유지시켰다"고 말했어야 했다.
기자의 상상이지만 아마 장상씨도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한국인들의 이중적인 감정을 잘 아는 그는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영어를 잘하고, 미국에 이민 가고 싶지만 일단 한국에 사는 동안에는 미국에서 온 사람을 곱지 않게 보는 세태에 그는 본능적으로 움츠러들지 않았을까? "시민권이 그렇게 문제가 된다면 포기하겠다"고 말한 아들의 말을 보면 한인들의 끈질긴 순혈 단일민족주의에 저항하지 못하는 한 젊은이의 고민이 읽혀진다.
이번 청문회 결과에 맞는 한국 국회의 윤리상이 나올지 국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남을 징계하기에만 가혹하고 스스로는 더 심한 부패의 악취가 나는 한국 정치인들에게 더 혐오감을 갖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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