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나는 워싱턴 교외에서 열리는 워크샵에 일주일간 다녀 왔다. 저녁에 여기 저기 백화점들을 기웃거렸는데, 내 눈에 띄게 괜찮아 보이는 상품들이 모조리 중국산이어서 새삼 놀랐다. 거대한 규모의 중국의 미국 시장 진출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대로 가면 ‘중국의 침입’이라고 해야할 정도로 미국 상품을 몰살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실크로 만든 고급 옷들이 화학섬유로 된 옷들보다도 오히려 싸게 나와있으니, 소비자의 입장에서 왜 사지 않겠는가.
왠지 씁쓸한 기분으로, 벌써 몇 년 전부터 미국의 전역에서 골치 거리가 되고 있는 ‘레이디 벅’(lady bug, 딱정벌레? 빨간 바탕에 까만 점들이 박혀있다.)들 또한, 중국제 수입상품들을 담은 나무 상자들에 슬어있는 알(egg)의 형태로 미국에 들어왔었다는 것을 나는 상기하게 되었다. 레이디 벅은 해충을 먹어치워 이로운 벌레로 알려져 있지만 이들이 너무나 많아져서 집안에까지 들어와 온갖 가구와 창문에 붙어있는 것은 물론 벽 사이에 침입해서 집안 전체에 퍼지는 등 피해가 많다. 이 벌레가 이처럼 빨리 번진 것은 원래 미국의 생태계에는 없던 것이기 때문에 천적도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레이디 벅과 함께 또 미운 벌레 중에 일본산 비틀(japanese beetle)이 있다. 한창 일본의 전성 시대에 이 비틀들이 꽃과 잎들을 먹어치우는 것을 보면서 “벌레까지 일본제야?" 하고 한탄했던 때도 있었다. 중국산 레이디 벅과 일본산 비틀은 글로벌 경제 시대의 결코 반갑지 않은 부산물이라 할 수 있다.
금년에는 중국 출신인 ‘뱀 대가리 물고기’(snakehead fish)가 미국의 일곱 개 주에서 발견되어서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이 물고기를 식용으로 수입하는 것을 금지했고 이 물고기를 죽이는 데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타일랜드와 미얀마 사람들이 전생에 큰 죄를 지은 사람이 환생한 존재라고 믿는다는 이 민물고기는 징그럽게 생긴 매우 큰 입과 빽빽한 비늘들을 가지고 있어 뱀대가리와 비슷한 모양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 물고기는 본래 중국의 양자강이 고향이다. 날카로운 이빨과 강력한 턱뼈로 이 ‘뱀 대가리’는 다른 물고기를 단 한 번에 절반으로 잘라 먹어버릴 수가 있고, 제 몸집만큼 큰 먹이도 삼킬 수 있다고 한다. 톨피도(torpedo) 모양을 한 이 물고기는 1 미터 크기까지 자라는데, 같은 물에 사는 다른 물고기와 벌레들을 모조리 먹어치워서 아주 씨를 말리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한 존재란다. 생태계와 먹이 체인을 파괴하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먹이가 없어지면 이들은 육지로 ‘걸어나가서’ 물이 없어도 사흘까지 견디면서 다른 못이나 강으로 옮겨간다는 것이다. 상상을 해 보라, 걸어 다니는 물고기를! (그래서 미국 언론은 ‘land-walking predatory fish’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애초에 이 물고기가 미국에 상륙한 것은 이것이 아주 맛이 좋기 때문에(유일한 장점?) 식용으로 수입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매릴랜드 주의 경우, 이 물고기를 수프 용으로 수입했다가 못에다 버렸다는 것이다. 뒤늦게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한 미국 당국은 이 물고기의 정체를 전에는 몰랐다는 말인가? 어쨌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당국은 이들을 몰살시키는 방법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물을 빼서(drain) 죽이는 방법은 물이 흘러가는 다른 곳으로 새끼들과 알들이 옮겨가는 등 완전치 못하기 때문에, 매릴랜드 주의 관계자들은 최소한 80마리의 새끼 뱀대가리 물고기가 목격된 이 연못에 독을 풀어서 죽이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가장 효과적인 화학 독극물을 찾아내기 위해 한 가지씩을 이 새끼들에게 시험해보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노력과 돈을 들이더라도, 괴물 수준의 생존력을 가진 물고기를 완전히 없앤다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 나는 좀 비관적이다. 알려진 것만 벌써 7개 주에 침입을 했으니 더욱 그렇다. 생태계의 혼란과 환경 파괴가 우려된다. 이래저래 미국은 테러리스트들뿐만 아니라, 중국으로부터도 공격을 당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인간 사회에도 다른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자신의 영달만을 추구하는 ‘뱀 대가리 물고기’와 같은 존재들이 있고 그들을 깡그리 없애버리는 방법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애팔라치안대 정보기술 시스템 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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