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 있는 정책 연구 단체인 케이토 연구소(Cato Institute)의 이반 일랜드 국방정책 연구부장은 미국이 이락을 무력 공격하지 말아야 할 10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그 요점들을 여기에 간추려 보자.
1. 이미 생화학 무기까지 보유한 것으로 보이는 이락은 무력 공격에 맞서 이스라엘과 중동의 유전, 미국 국내에까지 공격을 감행, 엄청난 인명과 물질적 피해를 초래하게 된다.
2. 이락 침공과 점령은 세계의 이슬람들을 자극,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숫자를 증가시키고 활동을 더욱 왕성하게 한다. 미국의 공격적인 대응을 바라고 있는 극단주의자들은 미 우방국인 터키, 이집트, 요르단, 쿠웨이트 등의 정부도 흔들리게 한다.
3. 미국의 이락 공격은 당면한 알케이다 조직과의 전쟁도 힘을 빠지게 만들 것이다. 이락의 위협은 상당히 과장되어 있다. 지금까지의 경제적, 외교적 제재 정책이 어느 정도 효력을 얻고 있고,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4. 걸프 전 때와는 달리, 우방국들이 미국의 공격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 지금 무력 행동을 하면 미국은 외교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 반미 세력은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5. 현재 엄청난 적자인 미국 정부가 전쟁 비용과 그 뒷 처리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 전쟁으로 세계의 유가가 급등할 것이다. (이상 ‘샬롯 오브저버’ 지 8월 17일 자 논설 난에서 인용.)
일랜드 연구부장의 논지가 암시하는 것은 이미 미국의 중립적 외교 정책 단체인 외교 협회(CFR)가 지난 7월에 내놓은 보고서의 내용과 맥을 같이 한다. 현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한 이 보고서는 “미국은 다른 나라를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오만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 미국은 독립된 기구를 만들어 미국의 이미지를 향상시킬 해외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것은 필자가 이미 지난 2월에 읽게 된 소책자에서 사회, 인문학자들이 9.11 테러사태와 관련하여 쓴 전문 엣세이들에 나온 주된 논리와도 같은 맥락이다. 사회, 정치, 경제학자들은 이스라엘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 이슬람 국가들을 포용하는 화합 외교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카터 정부의 백악관 안보 보좌관을 지낸 브레진스키 교수는 최근 ‘워싱턴 포스트’에 보낸 특별 기고문에서, 공격을 당하지 않았는 데도, 위협(threat)이 있다고 먼저 공격하는 것은 지극히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미국이 먼저 공격을 시작할 때는 부시 대통령이나 몇몇 측근들이 결정할 것이 아니라, 미국 국민과 세계 여론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샬롯 오브저버’ 지 8월 21일 자 보도)
미국은 무력과 경제력으로 아직도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갖고 있지만, 미국을 증오하는 반미세력은 세계 곳곳에 퍼져 있다. 이락의 테러 지원과 각종 무기 개발, 독재 정책, 인권 탄압, 반미주의 등이 무서운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현실은 반미 운동과 반미 세력이 점점 더 커 가는 상황이다. 또 우방국과 세계 여론도 이락에 대한 무력 공격을 반대하고 있다.
지금은 미국과 미국 정책 결정자들이 냉철한 이성으로 주위를 잘 둘러보아야 할 때이다. 부시 대통령은 일부 강경 보수 세력이나 군수업자들의 이야기에 눈이 어두워지지 말아야 한다. 중립적 입장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국의 앞날을 위해 제시하는 전문가들과 군사 전략가들의 이야기에 귀를 열어야 할 것이다.
<애팔래치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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