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에 경우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둘이 되지만 사람의 경우에는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한사람에 한사람을 보태면 두 사람 외에 두 사람이 보태짐으로서 제3의 이질적인 역동(逆動)이 형성된다. 다시 말하면 마주 앉았을 때 한 사람 한 사람을 따로 관찰하면 모두 제 정신이고 선량하지만 이 두 사람을 보태 놓으면 전혀 다른 형태, 심지어 독기를 품은 사람이 되기도 한다.
군중심리학자 ‘부 봉’의 말에 의하면 사람은 혼자 있을 때와 여러 사람이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안방에 가면 시어미 말이 옳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옳다’는 식으로 시어머니와 며느리를 각기 따로 접해 보면 모두 선량하지만 이 선량한 두 사람을 보태 놓으면 독기를 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한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음은 조선조 초기때 황희(黃喜) 정승의 일화중 “둘 다 옳다"는 양시론(兩是論)의 얘기다.
부인 : 며느리의 잘못을 가려주셔야지 며느리도 옳고, 시누도 옳다 하시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황희 : 듣고 보니 부인의 말도 옳소이다.
왜 그랬을까. 잘잘못을 직접 지적하는 것 보다 스스로 제 잘못을 깨우치도록 마음의 길을 터주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주 앉았을 때 남을 흉보거나 헐뜯는 일은 내가 아닌 제3의 이질적인 내가 세속적인 군중심리에 이끌린 군집성(群集性) 발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아닌 군집성 발언이라고 해서 면책(免責)이 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문제는 첫째로 치졸하고 어리석기 쉬운 이 군집성 심리로부터 각자가 어떻게 성숙한 지혜로 탈출하느냐에 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본래 지니고 있는 자신에 색깔을 염두에 두고 세속에 물들지 말아야 한다.
둘째는 이 세상에 완전한 것이 없다는 것은 곧 자기 자신도 완전하지 않다는 얘기다. 완전한 진리가 없기 때문에 인류는 수천 년을 두고 갈등을 계속해 온 것이다. 자신의 부족을 생각하고 항상 겸허한 마음으로 반성하여 남의 잘못에 관대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대인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혼자 조용히 앉아 있을 때는 자신의 결점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에는 남의 결점을 입밖에 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통념이 되였으면 한다.
그리고 대인관계에서 우리가 제일 먼저 생각할 일은 앞으로 가기 위해 백미러도 봐야한다는 것이다. 고달픈 이민생활에서 우리는 서로를 다독거리고 잘못은 될 수 있으면 들추지 말고 잘한 일에 박수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등에 진 짐도 무거운데 함께 가는 길동무까지 힘들게 한다면 그 어려운 길은 더 어려울뿐더러 잔인하다고 느끼지는 않는가.
그리고 또 한가지 상대방을 기분 좋게 불러주는 일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살맛 나는 사회를 만드는 기본이요 시작이기 때문이다. 정확한 직함이나 호칭을 몰랐을 때 좀 더 상대가 기분 좋게 들을 수 있는 표현을 가려 쓰는 사회, 이런 노력이 작게는 운집사회를 크게는 길거리를 밝게 해주는 녹색신호가 될 것이다.
남편이 격무에 시달려 며칠째 코를 골자 아내는 참다못해 남편을 깨워 몇 일째 불면증에 걸렸다고 푸념을 했다. 남편은 잠결에서 눈을 비비며 아내에게 “당신은 삼년전부터 코를 골고 있었지만 가사에 시달려서 그러려니 생각하고 당신의 코고리를 자장가로 여기면서 잠을 청했다"고 말했다.
상대의 잘못은 꽤나 지적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전혀 자각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가만히 눈을 감아보자. 감고 얼마쯤 지나면 자신에 가려진 본래의 나를 발견하면서 겸허해짐을 알게될 것이다.
대인관계에서 만남과 대화는 그 자체가 대인관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우선 부모와 형제를 만나고 그리고 주변의 많은 뭇사람과 만나면서 우리를 그들과 갈라놓을 때까지 수많은 만남을 거듭하면서 삶을 살아가고 그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 그런데 그 만남은 눈앞의 사람일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따지고 보면 사람만이 아니다. 책이나 그림 또는 음악 등 작품을 통한 그 작자(作者)일 수 도 있고, 믿음을 통한 절대자(絶對者)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싶다.
맴피스 한인사 편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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