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특파원 코너
▶ 김인영(서울경제 뉴욕특파원)
아침에 버스를 타고 오면서 뒷자리에 앉아있던 미국인 두 사람의 대화를 무심코 들었다.
“이번 증시 하락이 지난 70년대 약세장(bear market)과 비슷하다고 합니다.”“오늘 아침 신문에서 보았습니다. 어쨋든 내년에는 경제가 좋아져야 할텐데요.”두 사람이 증권투자를 하는지, 하지 않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미국은 물론 전세계 증시가 크게 떨어지면서 주가 폭락이 주요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 증시의 각종 지수는 연일 5~6년의 최저치를 기록하고, 일본 주가지수도 20년전 수준을 거슬러 내려가고 있다. 한국 증시의 종합주가지수도 600 포인트 아래로 무너졌다.
경제신문 기자를 하다보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주가가 언제 오르는지, 어느 종목이 좋은지 하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자라는 직종 자체가 윤리적으로 투자 정보를 제공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전문적인 지식이 없기 때문에 주가를 전망할 능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자료와 정보를 종합하면서 현재의 증권시장 사정이 어떤지, 어떻게 변할지를 분석해서 독자
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가능하다.
최근 세계적인 주가 동시 폭락의 진원지는 미국과 일본이다. 뉴욕 증시와 도쿄 증시의 폭락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전세계 증시에 폭락 도미노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인 미국 경제가 지난 2년동안 기력을 상실하면서 90년대 장기호황이 형성한 뉴욕증시의 자산거품이 급속하게 꺼지고 있다. 일본은 수차례 단행한 금융개혁의 결과를 얻지 못한 채 10년째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공격을 기정사실화하고 여론과 지지세력 확보에 몰두하고 있다. 전쟁 발발에 대한 우려는 유가 폭등을 유발, 세계경제와 증권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97년의 아시아 위기, 98년의 러시아 국가 파산이 국지적 금융위기로 지나갔지만, 지금의 위기는 세계 1, 2위 경제 대국에서 발원한 것인만큼 세계경제에 주는 파장과 진폭이 클 수밖에 없다. 글로벌 단일 시장이 완성된 21세기 첫 세계불황에선 뉴욕 증시 폭락이 일본과 유럽 증시를 흔들고, 도쿄 증시 폭락이 다시 뉴욕 증시를 동요케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뉴욕 증시의 블루칩 지수인 S&P 500 지수는 지난 9일 종가기준으로 2000년초 정점대비 49% 하락, 73~74년 약세장 때의 하락 폭(45%)을 넘어섰고, 나스닥 지수는 최고점의 5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지난 2년 반 동안의 뉴욕 증시 약세장은 1930년대 대공황 이래 가장 큰 규모라고들 한다.
요즘 미국의 증권 투자자들 사이에는 “사면 손해보고, 더 떨어지기 전에 팔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일부 대형 투자기관들이 다우존스 지수가 6,000 포인트대에 진입할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전통적으로 10월에 주식시장 대폭락이 있었다. 1929년 대공황도 그해 10월에 주가 폭락으로 시작됐고, 87년 블랙먼데이, 97년 아시아 위기, 98년 러시아 국가 파산때도 10월에 주가가 폭락했다. 올해는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이라크전에 대한 불안감이 겹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지난 98년 가을 주가가 폭락하자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은 “주가는 오르고 내리는 것”이라며 말한 적이 있다. 주가가 내리면 오르고, 역으로 오르면 내리게 돼 있다. 그래서 정점과 저점이 형성된다. 지금 증권시장도 언젠가 바닥을 형성하고, 그 다음에 오르게 돼 있다. 문제는 언제가 저점인가 하는 것을 아는 것이다.
뉴욕 증시에서 비관적 견해의 전문가들도 현재의 주가가 심리적인 공황상태에 의해 폭락, 기업 수익에 비해 낮게 평가돼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들의 분석을 믿든, 믿지 않든 그것은 자유다. 다만 과거 선례에 비추어 10월은 뉴욕 증시에서 잔인한 달이었다. 이달이 지나가면 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섞인 기대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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