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의 결정이 시장균형 산출
지금까지 살면서 들어본 거의 틀림이 없는 말 중의 하나는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무한한 욕구를 한정된 자원으로 채워가자니, 어떤 일을 하든지 그것을 위해 포기해야 되는 그 무엇이 있게 된다는 얘기다. 이렇게 포기해야 되는 ‘기회의 가치’를 기회비용이라고 부르는데,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은 ‘그가 택한 길’의 기회비용이 되는 셈이다.
경우가 이렇다 보니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서 망설이게 된다. 주말 오후의 내기 골프와 달콤한 오수, 출근길의 5번과 105번 프리웨이 등은 가벼운 선택의 수준이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까 옮길까, 어디 어디 있는 마켓을 살까 말까, 거의 깡통에 이른 주식을 털어 말어 등은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고민이 되기도 한다.
필자는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 일년에 한번씩 찾아오는 예비군 훈련을 상당히 반기는 편이었다. 유니폼을 입는 대가로 그 기간에는 고민거리가 아주 적어지기 때문이었다. 아침 일찍 기상하여 사격이다 뭐다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꽉 짜여진 훈련 일정은 결코 유쾌한 것이 아니었지만, 그거야 뭐 그냥 그러려니 따라가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러니 우선 머리가 아주 개운해졌고 저녁에 뒤척거리지 않게 되었다. 즉 우리가 누리고 있는 선택의 자유는 다리 뻗고 잔 지난밤을 기회비용으로 하는 것이다.
선택의 폭이나 기회가 많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겠지만 그에 따른 고민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그것을 줄이려는 장치들을 개발하게 되는데, 그 중의 하나가 ‘어제 같은 오늘’과 ‘남들처럼 살기’이다. 과거 어떤 상황에서 고민이나 시행착오 등을 통해 결정한 것을 그 후의 유사한 상황에 고민 없이 지속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새로운 의사 결정의 번거로움이나 피곤함을 피하고,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소비행태를 보임으로써 추가적인 탐색비용 없이 대량생산의 결과인 저렴한 가격을 향유할 수가 있게 된다.
어떤 사람들이 이런 시험을 해봤다는 얘기를 읽은 적이 있다.
두 종류의 복권이 있는데, 하나는 당첨 상품이 현금 55달러, 다른 하나는 시가 50달러짜리 고급 와인 한 병, 자 어떤 복권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첫 번째 복권이지, 내가 정말 포도주를 원하면 그 55달러로 사면되니까. 그렇지만 답한 사람의 자그마치 25%가 포도주 복권을 찍었다는데, 그 사람들의 주장은 ‘만약 현금을 타게 되면 나는 필시 그것을 가지고 정말 즐기고 싶은 것보다는 필요한 것을 사게 될 거야’라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일탈을 꿈꾸고 때로는 실제로 그러기도 하지만, 대체로 선택하기에 앞서 필요한 고민을 하고, 여러 가지 제약조건을 감안한 최적의 결정을 하려고 노력한다. ‘어제 같은 오늘’과 ‘남들처럼 살기’ 또한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각 경제 주체들의 최적화 (optimization) 과정과 그에 따른 무수한 방향의 힘들이 시장 메커니즘을 통하여 균형상태 (equilibrium)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경제학 이론의 토대이기도 하다.
(213)892-9999
박준태
<퍼스트스탠다드은행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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