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조선시대의 다양한 국수 문화
주로 메밀을 이용해 국수를 만들어 먹다가 조선시대에 와서 다양한 방법과 재료를 이용해 만들며 국수문화가 다양하게 발달하게 된다.
조선시대의 요리서인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옹희잡지], [요록(要錄)]등에 나오는 교맥면방(蕎麥?方), 사면방(絲麵方), 태면(太麵) 등이 재료가 밀이 아닌 메밀, 녹말, 콩 등이다.
특히 조선후기에 와서 밀과 메밀 말고도 칡가루로 만든 갈근면(葛根麵), 마로 만드는 산서면(山薯麵), 녹두가루로 만드는 청포국수, 물쑥 뿌리로 만드는 물쑥국수(天花麵), 밤가루로 만드는 밤국수(栗麵), 수수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만드는 꽃국수(花), 수수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만드는 수
수국수, 꿩이나 닭고기를 다져서 녹두녹말에 섞어 만드는 진주국수(眞珠麵), 밀가루를 달걀로 반죽해서 만든 란면(卵麵), 백토에 밀가루를 섞어 만드는 흙국수(土麵) 등이 있다.
조선후기의 [증보산림경제]에 보면 연뿌리나 연실가루로 만드는 연밥국수, 생강을 가루내어 만드는 생강국수, 감가루를 이용한 감국수, 마른새우를 갈아 섞은 홍(紅)국수 등 국수문화의 절정을 이루게 된다. 그런데 밀가루는 점성이 있어 쉽게 국수를 만들어 먹을 수 있으나 다른 곡분(穀粉)이나 전분은 국수발이 끊어져서 쉽게 성형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열탕(熱湯)속에 국수발을 밀어 넣는다. 1650년 경의 유학자 이시명(李時明)의 아내 장씨의 [음식디미방]에 보면 녹두국수, 모밀국수, 밀국수 만드는 법이 적혀 있다. 제 각각의 재료로 국수를 빼기도 했지만 서로 섞어서 다양한 국수를 만들었다.
즉 메밀과 녹두가루를 섞어 반죽을 한 다음 칼국수처럼 썰어 면을 만든다. 이를 물에 삶아 오미자국이나 토장국에 말아 먹었던 것이다. 이를 착면(着麵)이라 한다. [음식디미방]과 함께 [주방문]에도 보면 압착면(壓搾麵) 만드는 방법이 나온다. “바가지 및 바닥에 구멍을 뚫어 녹말풀을 담아 끓는 물위에 아주 높이 들고 박을 두드리면 밑으로 흘러내린다. 끓어서 익은 후에 건져 내면 모시실 같으니 사면(絲麵)이다. 반죽할 때 풀이 되거나 너무 질어도 안 된다”고 쓰여져 있다. 또 [주방문]에는 “가늘게 하려면 바가지를 더욱 높이 들면 된다”라고 하였다.
바가지를 이용해 국수를 뽑는 방법에서 국수틀을 이용해 국수를 뽑는 방법이 기계화된 최근까지 사용되고 있다. 이 국수틀에 대하여 [임원십육지] 섬용지(贍用志) 면착(麵搾)에는 [금화경독기(金華耕讀記)]를 인용하여 “큰 통나무의 중간 지름에 4-5촌(寸)의 구멍을 뚫고 이 둥근 구멍의 안을 무쇠로 싸서 그 바닥에 작은 구멍을 무수하게 뚫는다. 이 국수틀을 큰 무쇠솥 위에 고정시켜 놓고 국수반죽을 놓고 지렛대를 누르면 가는 국수발이 물이 끓는 솥으로 줄을 이어 흘러내린다”고 쓰여져 있다.
궁중음식이나 의례음식으로 올려 졌던 국수
조선왕조에서 궁중연회를 베풀 때 준비절차와 연회음식의 내용을 수록한 [진찬의궤(進饌儀軌)], [진연의궤(進宴儀軌)]를 보면 1791년-1902년까지 17회의 연회가 있었는데, 1827년 이후로는 국수장국이 빠짐없이 올려졌고, 1848년부터는 국수장국 외에 따로 장국에 말지 않은 건면을 큰상
굄에 올려놓았다. 세시풍습에도 햇밀을 거두어 드리는 초여름이면 계절음식으로 칼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고려 후기 공양왕 2년(1491년)에 가정 제례를 행할 때 제찬으로 면을 놓도록 정했으며, 조선시대 관혼상제 의례지침인 [사례편람(四禮便覽)]에는 면이 제사의 제물로 정해져 있다.
한편 갑자기 손님이 찾아올 때 국수를 주격음식으로 차려 내는 장국상(일명: 면상)이 있고 노인들의 점심식사로 국수장국을 대접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국수가 다양하게 쓰여 졌지만, 고려시대에 행한 풍사(風師), 우사(雨師), 뇌사(雷篩), 영성(靈星)에게 드리는 제사와 역대 종묘에 올리는 제물로 국수를 쓰지 않았으며, 사찰의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이나 토속신앙을 뿌리로 둔 무속제(巫俗祭)에도 국수가 쓰이지 않는다. 이렇듯 국수는 잔치음식으로 숭상되어 잔치날은 국수를 먹는 날이 되었다. 그러나 상고성(尙古性)이 깊은 제의(祭儀) 음식, 특히 무속제의에는 국수를 올리지 않았다
발전하는 중국, 일본 사이에서 퇴락하는 한국의 국수문화
이렇듯 한국의 국수문화는 동방삼국에서 조선시대까지 생활문화에 깊숙이 뿌리내리면서 다양하게 발전해 왔으나 조선이 망하고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국수 만드는 법이나 다양한 요리들이 하나 둘 사라졌다. 또한 고도성장으로 인한 경제적 발전, 문화의 다양성, 이로 인한 식생활의 변화와 함께 우리 것을 소홀히 하는 사대주의적 사고는 국수가 못 먹고 못 살 때 먹던 구황음식으로 폄하돼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오히려 중국이나 일본의 면문화가 우리를 월등히 앞서게 되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일은 우리의 전통적 의례국수, 다양한 기능성국수, 지역의 향토국수를 매뉴얼하여 이를 발전시켜 나가야 하겠다.
팔도에 걸쳐 다양하게 발전 된 향토국수
한편 이 국수를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해 독특한 향토 별미로 만들어 먹었는데, 허균(許筠)의 [도문대즉(屠門大卽)]에 경기도 여주의 차수가 나온다. 차수란 면발이 가는 국수로 밀가루에 계피가루를 섞어 만든 것으로 손가락에 감아 가늘게 한 것을 말한다. 여주의 차수 말고도 지역의 유명한 국수로 경상도 안동지방의 건진국수가 있다. 이 건진국수를 만들기 위해 제분기술이 요즘 같지 않은 예전에 월성 손씨 집안에서는 대청마루에 병풍을 펼쳐 놓고 한지를 깐 다음 밀가루를 쌓아 놓고 부채질을 해 밀가루를 날려 한지에 쌓이면 이 고은 밀가루로 반죽을 하여 건진국수를 만들었다. 60-70년대 까지 경북 영천에서는 마을에 국수방이 있어 국수방에 한지를 바르고 그곳에 밀가루를 쌓아 놓은 다음 바람을 일으켜 고운 가루를 내어 건진국수를 냈다.
안동의 건진국수는 밀가루와 콩가루를 3대1 비율로 섞어 찬물로 반죽하는데, 반죽을 안반에 놓고 홍두깨로 밀어 계속 반을 접어 창호지처럼 얇게 만든 다음 칼로 썬다. 가늘게 썬 국수를 끓는 물에 삶아서 찬물에 헹구어 건져 따듯한 온기가 빠지면 낙동강에서 잡아 올린 은어 달인 물에 말고 기름에 볶은 애호박과 실고추, 파, 달걀지단을 고명으로 얹는다. 이 건진국수야 말로 가난한 양반집에 드나드는 식객들의 푸짐한 요깃감으로 제격이었다.
그외에도 북한지방이나 강원도지방에서는 감자, 강냉이 메밀, 도토리로 수제비 등을 만들어 먹었다. 감자 수제비는 감자녹말과 무거리로 만들고, 이를 동그랗게 만들기 때문에 감자옹심이라고도 하며, 강냉이 수제비는 강냉이 가루로만 만들거나 밀가루를 섞어 올챙이국수를 만들어 먹는다.
도토리수제비는 상실운두병(橡實雲頭餠)이라고 하는데, 도토리가루를 반죽하여 반대기를 지어 끓인 것이다.
황해도의 또덕제비는 닭국물에 밀수제비가 있고, 제주도에는 메밀가루를 익반죽하여 멸치장국에 넣어 미역을 넣어 끓인 메밀저배기가 있다.
북한의 음식을 소개하는 책인 자랑스런 민족음식 이라는 책에 보면 수제비와 같은 음식류를 뜨더국이라는 용어로 소개되고 있다. 밀가루뜨더국 , 강냉잇가루뜨더국 , 찬밀제비국이 소개되어 있다. 찬밀제비국은 차가운 장국에 만 수제비를 말한다. 손으로 일일이 뜯어서 만든다고 뜨더국이라고 한 것 같다.
오늘날 막국수의 유래는 태백산맥 화전민이나 산천농민들이 메밀을 반죽해 먹던 메밀 수제비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요즘은 냉면과 마찬가지로 여름에 주로 즐겨 먹지만, 예전에는 간식이나 긴 겨울밤의 야식으로 먹던 겨울 음식이었다. 메밀가루에 전분을 섞어 반죽한 다음 손으로 비벼서 국수틀로 면발을 뽑아 끊는 물에 잘라넣어 익혀 먹는 것이 막국수다. 막국수의 막은 보편적 , 국수를 막 뽑아서 지금 바로 만든 이라는 의미로, 막국수 요리의 편리성과 대중성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소바만큼은 아니지만 요즘은 점점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이렇게 메밀이 포함된 면은 건강식품이나 다이어트 식품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메밀 성분과 칼로리가 적은 점, 비타민 B나 E가 풍부한 점이 건강식품의 중요 요건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막국수의 종류를 보면 (비빔)막국수 보통 막국수라 하면 이를 지칭하며 춘천막국수가 유명하다. 온면 막국수는 차게 먹는 일반막국수에 반해 뜨거운 육수에 말아 먹으며 평창과 정선지역에서는 「누름국수」로 유명하다. 산채 막국수는 일반 막국수에 산채나물을 첨가한 것이다.
꿩! 막국수 : 꿩고기 육수에 말고, 꿩고기 몇조각을 웃기로 얹는다. 춘천 변두리와 홍천가는 쪽에 몇 곳 막국수집의 주메뉴 중에 쟁반 막국수는 서울 사람들 기호에 맞게 변화된 것으로 서울 지역에 널리 퍼져 있다 1960년대 이전 춘궁기에 너무 많이 먹어서 이제는 먹기 싫다는 음식 중 한가지로 수제비를 꼽는다. 하지만 원래는 수제비가 배고픔을 면하는 구황 역할을 하는 요리는 아니었다.
수제비는 끓는 장국에 밀가루 반죽을 손가락으로 뜯어서 넣는 것으로 애호박과 버섯을 넣어 맛을 돋우는 요리를 말한다. 밀가루 반죽이 알맞게 잘 되면 손에 물을 묻혀 수제비를 얇게 뜯어내어 끓는 장국에 떨어뜨린다. 여기서 알맞은 크기로 잘 뜯어진 수제비는 국물위로 떠오르게 된다. 밀이 부족할 때 강냉이 가루나 감자 전분을 첨가하였는데 전분이 들어가면 수제비의 표면을 더욱 부드럽게 한다. 감자 전분 외에도 칡가루를 넣어서 칡수제비를 만들기도 하며 도토리 가루를 넣어 만들기도 한다. 우리의 국수는 본래는 생일, 혼인잔치 회갑연 등에 올려지는 잔치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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