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용품 등을 판매하는 대형 체인점 오피스 맥스는 마케팅 전문 회사로 하여금 소비자들의 제품 구입패턴을 집적 매장에서 관찰하도록 용역을 주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매장 리모델링에 적용하고 있다.
소매점들이 새로운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과학적 방식을 도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핵무기 실험에 사용되는 통계학 방식까지도 원용될 정도다.
“주먹구구식으론 안 된다”
오하이오 마케도니아에 있는 오피스 맥스(Office Max) 매장에 한 손님이 들어갔다. 이 손님은 정문 안쪽 바로 옆에 있는 쇼핑백을 집어 들었다. 이 손님은 오피스 맥스가 고객의 쇼핑 성향을 분석하기 프로젝트를 의뢰한 쇼핑 분석 인류학자 앤 마샬이다. 마샬은 레이저 프린터와 팩스 머신 코너 옆에서 한 남성 고객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이 남성은 쇼핑백을 들고는 펜 코너로 갔다. 마샬은 이 남성이 무슨 코너에 가며 무슨 물건을 사고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등에 대해 기록했다.
대형 소매점들, 전문회사 고용해 ‘소비자 주머니 열기’ 연구
매장에서 손님들 소비패턴 직접 관찰해 제품진열 재조정
자기공명 이용한 뇌파 변화감지법, 광고효과 파악에 활용
전면 또는 컬러광고는 “별로”… 반쪽 면에 컬러광고가 효과적
최근 들어 대형 체인점들이 매출 증대를 위해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제품을 무수히 진열해 일종의 박리다매 방식을 취하고 있는 이들 대형 소매 체인점들은 손님들이 마진이 많이 남는 제품을 가급적 많이 구입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과학적 마케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의 일환으로 이들은 핵무기를 실험하는 데 사용되는 첨단 통계 방식을 원용하고 있다. 오피스 맥스는 마케팅 전문회사인 뉴욕의 엔비로셀(Envirosell)에 의뢰했다. 소비자의 뇌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과학적 방식까지 활용할 정도다.
오피스 맥스의 제품담당 매니저인 리언 베로는 “소비자들이 우리의 매장에서 제품을 놓고 어떠한 행동 패턴을 보이는 가를 알아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다”고 했다. 오피스 맥스는 각 매장 캐시어의 현금출납기를 전체적으로 연결해 제품 판매 상황을 체크한다. 일례로 바인더(binder) 코너 옆에 디바이더(divider)를 진열해 놓고 바인더 구입자들이 얼마만큼 디바이더를 구입하는지 조사했다.
그런데 바인더 구입자가 디바이더를 구입하는 경우는 낱개로 하는 정도였다. 그리고 패키지 째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다른 코너에 가서 둘러보았다. 그래서 바인더 옆에 디바이더 패키지를 진열해 놓았더니 매출이 늘었다. 과학적인 조사 결과를 적용한 덕이다.
엔비로셀의 창업자인 페이코 언더힐은 2000년 출간한 ‘Why We Buy’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매장의 통로가 좁으면 소비자들이 그냥 지나치고 만다. 쇼핑할 마음을 잃는다. 또 매장 문 가까운 곳은 소비자들이 그냥 통과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중요한 제품들은 이 곳에 진영해서는 안 된다.
오피스 맥스 정문 가까이에 놓여 있는 샤핑백을 소비자들이 지나치고 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라는 게 언더힐의 주장이다. 오피스 맥스는 통로가 좁았고 진열대가 높아 소비자들이 찾고자 하는 물건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매장마다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통로를 넓히고 물건을 소비자들의 눈에 쏙쏙 들어오게 하는 작업이다.
오하이오 마케도니아 매장은 리모델링 이후 소비자들의 절반 이상이 매장 구석까지 들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 전에는 3분의 2가 뒤쪽에는 아예 발길을 대지 않았었다. 주목할 만한 변화다.
UCLA 정신치료학과 조슈아 프리드먼 교수는 소비자들의 뇌의 활동의 변화를 정밀 검사를 통해 알아냈다. 맘에 드는 물건을 보았을 때 생기는 뇌파의 변화를 바탕으로 마케팅 전략을 새로이 강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프리드먼 교수는 클린턴 해정부의 정치 자문역이었던 그의 동생 토머스와 함께 이미 2004년 유권자 투표 성향을 분석하는 데 바로 이 뇌파 변화 감지 방법을 활용했었다.
또 뇌파의 자기공명 방식을 이용해 자동차 광고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조사해보았다. 멋진 차 광고를 내보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의 뇌파가 반응했다. “저 차를 사고 싶다” 또는 “저 차는 싫다” 등의 반응이 나타났다.
다시 말해 특정한 제품에 대한 광고를 내보내고 이에 대한 소비자의 뇌파 검사가 제품 판매 여부를 사전에 알아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광고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잠재적 소비자를 특정 제품 구매자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소매업 자문회사인 테네시 녹스빌의 퀄프로(QualPro Inc.)는 핵무기를 시험할 때 사용하는 통계학을 활용한다. 퀄프로의 창업자 찰스 홀랜드는 자동차 광고의 경우, 전면 광고 자체가 큰 효과를 낼 수 없고, 천연색 광고만으로도 자동차를 많이 팔 수 없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나 두 가지 요인을 적절히 결합할 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글서 반 페이지 크기에 천연색 광고를 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비용은 줄이면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과학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한 마케팅 전략의 열매였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