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서 폭탄 맞아 두 다리 절단 베테런
휠체어에 몸 의지… 안내견 ‘레인보우’가 다리 역할
죄수들이 개와 교도소에서 같이 지내며 고강도 훈련
정부 지원 미약해 대부분 민간 지원으로 비용 충당
레인보우는 미국인들이 애완견으로 많이 기르는 여느 사냥개 래브라도 리트리버처럼 생겼다. 그러나 레인보우는 단순한 애완견이 아니다. 레인보우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다 두 다리를 잃은 베테런 로랜드 패퀴티(28)를 돕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패퀴티는 의족을 했다. 더 특이한 것은 레인보우 조련사가 교도소의 죄수란 점이다. 보통 베테런이 레인보우와 같은 안내견을 데리고 다니려면 눈이 멀거나 청각장애를 갖고 있거나 휠체어에 오랫동안 의탁해야 했다. 그런데 패퀴티와 같이 휠체어 신세를 오래 지지 않고 다리 보철수술을 받은 베테런이 안내견을 갖게 된 것은 이례적이다.
패퀴티는 궁극적으로 레인보우의 도움으로 목발을 완전히 버릴 생각이다. 그리고 레인보우 상체 부분에 걸쳐진 장신구에 금속 손잡이를 연결할 계획이다. 패퀴티는 “지팡이에 의지하기보다 레인보우에 의지하며 다니고 싶다”고 했다.
레인보우는 비영리단체인 뉴잉글랜드 안내견 서비스(NEADS)에서 마련된 ‘전투 베테런을 위한 안내견 프로그램’의 첫 졸업생이다. NEADS는 1976년부터 장애인들을 위해 안내견을 조련해 왔다.
NEADS의 사무국장 셰일라 오브라이언은 “의학 발달로 인해 부상자들이 더 오래 산다. 그러므로 이들 부상 베테런들이 조금이라도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안내견이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부시 대통령이 2001년 말 이 프로그램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법안에 서명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재정지원이 현실화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NEADS는 일반인을 상대로 기금을 모금해야 하는 처지이다.
안내견의 이름을 특정 기부자나 그 기관의 이름으로 지어주고 도네이션을 받는다. 레인보우는 로드아일랜드의 ‘레인보우 걸스’를 본 땄다. 메이슨스(Masons)의 산하단체인 레인보우 걸스 회원들은 팬케이크를 팔고 다른 이벤트를 열어 500달러를 모았다. 이 돈을 기부하면서 레인보우란 이름을 애완견에게 붙인 것이다.
오브라이언은 이 행사에서 그런대로 기금을 모았다. 개 한 마리에 이름 붙이는 값을 두 배나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개를 훈련시키고 구입하는데 1만7,000달러가 든다. 안내견을 사용하게 될 사람들이 NEADS의 도움을 받아 9,500달러 정도 모아야 한다. 여간 버거운 게 아니다.
그래서 오브라이언은 교도소를 활용하게 됐다. 조련 시간은 절반밖에 안 든다. 죄수 조련사들이 워낙 강도 높은 훈련을 시켜서다. 비용도 한결 저렴하다. 게다가 죄수들은 “우리가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뿌듯하다. 이런 일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안내견은 훈련 받는 동안 교도소에서 같이 지낸다. 그러다보니 교도소가 비좁다. 뉴잉글랜드 북동부 교도소에는 이미 268명의 죄수가 있다. 여기에 안내견들이 훈련받는다고 득실대니 교도관으로서는 이래저래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보람 있는 일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레인보우를 조련시킨 데이비슨은 훈련 대가로 매주 28달러를 받는다. 그 돈으로 레인보우에게 장난감을 사주었다. 생후 9개월이면 ‘혹독한 훈련’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게 데이비슨의 말이다. 이 과정을 레인보우도 끄떡없이 거친 것이다.
레인보우의 주인이 된 상이군인 패퀴트는 하던 일을 그만 두고 뉴욕 테러사건 수개월 후 군에 입대했다.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며 이라크에 파병된 군인들에게 잘 싸우라고 말하는 게 위선이라는 생각이 들어 입대했다”고 했다.
그는 2004년 봄 아프가니스탄으로 파견된 특수부대 위생병이었다. 그는 “나는 수백명의 군인들을 치료해 주었다. 그리고 수천명의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을 치료했다. 감기에서부터 총상까지 닥치는 대로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2004년 12월28일 타고 가던 차량 밑에서 폭탄이 터졌다. 그의 두 발은 심하게 상처 입었다. 두 발을 잘라야 했다. 그래도 패퀴트는 “레인보우가 내 곁에 있다. 내가 살아 있고 친구 레인보우가 있으니 괜찮다”고 했다.
물론 처음에는 팀웍이 잘 맞지 않았다. 레인보우가 갑자기 앞으로 나가 패퀴트는 넘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패퀴트는 좀 더 큰 안내견을 원했다. 자신의 몸무게를 좀 지탱해 줄 수 있는 개를 데리고 다니길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자 패퀴트와 레인보우는 서로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됐다. ‘팀웍’가이 그럴듯하게 맞고 있다.
<뉴욕타임스 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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