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서툰 아시안 아메리칸 이민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한 번쯤 미국 업소나 식당 또는 공공장소에서 인종이나 영어 미숙을 이유로 모욕을 당하거나 무시를 당하는 경험을 한다.
이같은 경험을 하는 아시안 아메리칸들은 대부분 인종적 욕설의 대상이 되는 것과 같은 노골적인 행위가 아니라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미묘한 방식으로 차별을 당한다. 이같은 유형의 인종차별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데, 시카고에 있는 의류업체 H&M의 한 스토어에서 최근 발생한 사건은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지난 달 프래니 리처즈라는 이름의 한 필리핀계 미국인 여성이 시카고에 있는 H&M 스토어에 옷을 사러 갔다. 은퇴한 공군 간호사로 시카고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리처즈는 이 스토어의 백인 남자 직원에게 완벽한 영어로 탈의실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 그런데 이 백인 남자 직원은 탈의실의 위치를 가르쳐주는 대신 리처즈의 인종을 이유로 그녀를 조롱하는 태도를 취했다고 한다. 이 직원은 리처즈를 ‘우편 신부’(mail order bride)라고 부르고 혼성 영어 액센트를 흉내 내며 “표지판도 못 읽나? 여기 탈의실이라고 쓰여 있잖소”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리처즈가 걸어가자 이 백인 남자 직원은 다시 아시아계를 조롱할 때 흔히 사용되는 ‘칭, 칭, 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그녀를 놀려댔다. 리처즈는 스토어 매니저에게 항의했지만 스토어 매니저는 서면으로 된 공식 항의를 접수하기를 거부하였고 인종차별적 행위를 한 백인 남자 직원이 사과하도록 하지도 않았다.
피해를 당한 리처즈는 지난 9월21일 이 사건을 시카고 인간관계위원회에 공식 신고하기에 이르렀고, 노스웨스턴대 학생들을 포함한 아시안 아메리칸들이 지난주 이 스토어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며 그 백인 남자 직원의 해고를 요구하였다.
이 사건을 보며 필자는 개인적인 불매운동 리스트에 의류업체인 H&M을 포함시키고자 한다. 이 업체가 아시안 아메리칸들을 멸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버크롬비&피치’‘비타민 워터’가 포함된 불매운동 리스트가 점점 더 늘고 있어 조만간 수첩에 이를 적어가지고 다니며 샤핑할 때 어떤 상표나 물품을 피해야 하는지를 확인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한 사람이 불매운동을 한다고 해서 당장 큰 영향을 미칠 수는 없겠지만 상대가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기업이니만큼 아시안 아메리칸들이 힘을 합쳐 불매운동에 나선다면 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아시안 아메리칸들은 이들 회사들이 자신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행위를 해왔음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이를 알고 있다면 최소한 그들의 물건을 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돈을 벌게 해주는 것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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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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