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lish for the Soul / 영어로 배우는 삶의 지혜
최정화/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darkness and light / 어둠과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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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orance of life is death.
삶의 무지가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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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과 빛에 관한 얘기가 있습니다. 언젠가 어둠이 주[主]님을 찾아가 한탄합니다. 주님, 당신 해가 날 못 잡아 먹어 죽습니다. 난 정말 지쳤다고요. 꼭두새벽부터 끈질기게 쫓아 다니며 벼라 별 속을 다 썩이곤 밤이 되어야 겨우 날 떠나죠. 내가 뭘 잘못했나요? 무슨 악감정이라도 있는 건가요? 이놈의 해 진짜 어쩌자고 날 찰거머리처럼 쫓아 다니며 못 살게 구는 거죠? 그나마 밤새 좀 눈 좀 붙이고 나면 눈 뜨자 마자 바로 코 앞에 또 탁 나타나는 겁니다. 난 또 도망 다니기 시작하고 이렇게 정말 셀 수 없는 나날들이 평생 영원히 계속되어 왔다고요. 이젠 더 이상 못 참겠어요. 제발 해를 불러다 뭐라 말 좀 해 주세요.
그래 주님께서 해를 불러 와 말합니다. 왜 어둠을 그리 못살게 구는 게냐? 어둠이 뭘 잘못하기라도 했단 말이냐? 도대체 무슨 원한이라도 있기에 그리 해코지를 하는 게냐? 어둠이라고요? 해가 되묻습니다. 난 태초부터 전 우주를 휩쓸고 다녔지만 어둠이란 녀석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요.
대체 어둠이란 어떤 작자입니까? 그 어둠을 좀 불러 주시겠어요? 내가 용서를 빌고 다신 못살게 굴지 않겠노라 다짐을 하죠. 주께선 해의 이 말을 듣곤 어둠과 해의 갈등을 잠시 보류상태로 밀어 놓으셨다는데, 아직도 이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었다는 소식은 들은 사람이 별로 없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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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orance of life is death.
삶의 무지가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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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과 빛의 애기를 살짝 윤색해 어둠 자리에 죽음을 빛 자리에 삶을 대입해 봅니다. 죽음이 주님을 찾아와 삶 때문에 못살겠노라 불평하고, 주님께 불려간 삶은 대체 죽음이란 작자가 누구냐고 되물으며, 삶이 태초부터 전 우주를 돌아 다니며 여태껏 죽음이란 녀석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말에 결국 죽음과 삶에 관한 문제는 아직도 주님의 미결 파일로 남아 있다는 우화.
형형한 눈빛으로 가슴을 관통하는 오쇼[Osho]가 일갈합니다. 삶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 수 있으리! 삶을 모르는 것 자체가 바로 죽음이 아니고 대체 뭐란 말인가! 살면서 죽어 있는데 어찌 살아 있으며 죽음을 알려 하는고?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요, 삶과 죽음은 늘 동시에 벌어지는 공시[共時]의 발현임을 체득할 때 비로소 참 삶의 나타남으로 죽음이 저절로 사라짐을 선언하는 오쇼.
참된 삶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 상태에선 늘 죽음의 공포가 밑바닥에 깔려 있답니다. 소소하고 자질구레한 일상의 두려움에서 심신의 종말인 듯 다가오는 노병사의 공포에 이르기까지 헛된 삶의 근저에는 늘 죽음의 공포가 저류로 흐르고 있답니다. 밑바닥으로 흐르는 그 두려움의 뿌리를 잘라내는 방법은 참 나의 깨달음 뿐이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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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orance of life is death.
삶의 무지가 죽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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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황제가 인도의 고승을 만나 청합니다. 내 마음이 불안하니 진정한 내면의 평화를 찾는 법을 알려주오. 어정쩡한 몸짓으로 못마땅하다는 듯 황제를 힐끗 쳐다 본 달마도인 가로되, 오늘 밤 잘 주무시고 내일 날 밝는 대로 그 불안한 마음을 데려 오시오.
밤새 어디 있는 뭘 ‘마음’이라 데려 갈지 궁리하느라 잡을 설친 황제 눈을 비비며 달마 앞에 서자 지체 없이 닦달하는 고승, 자, 그 불안한 마음이란 걸 가져 오셨는지요? 여전히 어리둥절한 황제 대답하시길, 글쎄 그게 도대체 어디 있는질 알기만 한다면... 곧 말 가운데를 차고 들어 오는 달마, 자, 이제 내가 그 놈을 이미 편안하게 해 놓았소이다! 꾸벅 하고 돌아서는 황제.
이게 바로 우리네 삶의 모습입니다. 왜 성공하려는지 뭐가 행복인지 진정한 내면의 평화는 뭔지 삶의 궁극적 의미란 뭔지 이런 모든 본질을 잊고 늘 외연에 머물며 아주 가끔 심각해져야만 잠깐씩 깨어 있는 공허한 존재. 삶의 무지로 어둠 속을 헤매는 자체가 바로 죽음이 아니고 뭐냐는 오쇼의 꾸지람이 또 한 번 전 존재를 관통하는 축축한 가을 밤입니다.
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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