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퀸즈 플러싱 다운타운 일대에서는 한인 및 타인종 여성기관들이 공동으로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침묵시위 행사를 펼쳤다.
올해로 26년째 매년 10월이면 전국적으로 ‘가정폭력 인식의 달(National Domestic Violence Awareness Month)’로 지켜지고 있다. 뉴욕 일원 한인 관련기관에서도 10월마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침묵시위를 펼치기도 하고 청소년 대상 웍샵을 통한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등 가정폭력 근절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한인사회의 가정폭력은 어느 정도 위험수위에 올라있는지, 예방책과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 등에 대해 알아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뉴욕·뉴저지 한인사회 가정폭력 실태의 실체를 파악하기란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백인 등 서양인들과 달리 동양인, 특히 체면과 남의 이목을 중시하는 한국인들은 아무리 미국생활을 오래했다 하더라도 스스로 자신의 불행을 외부에 알린다는 일 자체가 터부시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컬럼비아 대학이 한인 등 보스턴 지역에 거주하는 아시안 607명을 대상으로 몇 해 전 실시한 가정폭력 피해에 관한 조사에서 한인 응답자의 27%는 가정폭력 피해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중국인 응답자의 18%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가정폭력으로 피해를 당하면 도피처를 찾겠다고 대답한 한인은 17%에 불과한 반면, 중국인들은 이보다 두 배 높은 37%를 기록해 큰 차이를 보였다.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한인도 7%에 그쳤지만 중국인은 무려 57%가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즉시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뜻을 밝혀 대조를 이뤘다. 그나마 뉴욕·뉴저지 한인 관련기관의 꾸준한 홍보교육의 결실로 예전보다 다소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가정폭력 피해로 감춰진 그늘 속에서 외롭게, 생명을 건 위험부담을 안고 살아가는 한인들이 많다고 짐작만 할 뿐 그 규모는 파악하기 힘들다.
현재 뉴욕·뉴저지를 활동범위로 삼고 있는 대표적인 관련기관은 뉴욕가정상담소(소장 안선아), 가정문제연구소(소장 레지나 김), 가족사랑 상담센터(소장 박순탁 목사), 패밀리 인 터치(소장 정정숙 박사), 뉴저지 여성 사회봉사센터(AWCA) 산하 가정상담소(소장 김경실)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외 무지개의 집(이사장 방은숙)은 국제결혼 후 가정폭력에 시달하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기관을 통해 접수된 상담건수를 집계하면 한인사회 가정폭력의 실태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한인 이민가정의 가정폭력에 관한 정확한 연구 자료가 변변치 않다보니 실태 파악은 고사하고 문제의 심각성마저 그간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짧게는 올해로 창립 6주년을 맞은 기관에서부터 많게는 34주년에 이르기까지 한인가정의 부부문제라면 나름대로 전문기관이라 다들 자부하지만 이중 매년 상담건수를 집계하고 유형별로 꼼
꼼히 분석하거나 원인을 파악하는 기관은 손으로 겨우 몇 군데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종합적인 파악은 어렵지만 일단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뉴욕가정상담소에 접수된 가정폭력 및 부부문제 상담건수를 종합하면 가정폭력 피해 상담건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반면 뉴저지 한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AWCA 가정상담소는 2006년 1~10월 기준, 총 1,368건의 상담건수가 접수돼 전년 동기대비 250%의 증가하기도 했으며 가정문제연구소도 2001~2003년까지 감소 추세를 보이다 2004년 이후 다시 오름세로 치닫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한인사회 가정폭력 피해 상담건수가 줄어드는 것이 대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감소가 관련기관들의 예방교육과 홍보에 의한 노력의 결과인지, 아니면 피해를 당하고도 단순히 상담기관을 찾는 한인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인지에 대한 분석도 현재로는 제대로 진단하기 힘들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가정폭력 피해자가 여성이 대다수를 차지하던 예전과 달리 갈수록 남성 피해자들도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뉴욕가정상담소의 경우 예년 같으면 연간 1~2건에 그쳤던 남성 피해자 상담이 2006년에는 42건으로 껑충 뛰었다.<본보 1월4일자 A4면> 가정문제연구소도 아내에게 맞고 사는 남편들의 문의 전화가 조금씩 잦아지고 있지만 남자의 자존심 때문에 상담실로 직접 찾아오는 한인 남성은 거의 드물다고 밝힌 바 있다. 이뿐만 아니다. 가정폭력 피해자는 여성에서 남성으로 확대되는 것은 물론, 젊은 층 부부와 청소년들에게도 여파를 미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은 연인이나 이성친구와의 관계에서 폭력과 학대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가정문제 전담기관 뿐만 아니라 이제는 퀸즈 YWCA(회장 민금복) 등을 비롯해 청소년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인기관들도 앞장서 예방교육에 힘쓰고 있는 추세다.
청소년 시기에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알리는 교육만이 장차 발생할 수 있는 가정폭력을 근절해 나가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는 인식이 한인사회에 널리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가정폭력 및 부부문제 관련 서비스 제공 한인기관 문의
■뉴욕가정상담소: 24시간 핫라인(718-460-3800) ▲www.kafsc.org
■가정문제연구소: 24시간 핫라인(718-321-2400) 및 플러싱에 자체 쉼터 운영 ▲www.kfccny.org
■가족사랑 상담센터: 24시간 핫라인(201-840-9916) 및 뉴저지에 자체 쉼터 운영 ▲www.kaflcc.org
■AWCA 가정상담소: 문의: 201-862-1118(화·목 9AM~5PM 상담) ▲www.awcanj.org
■패밀리 인 터치: 문의: 201-224-0511(부부 프로그램 운영) ▲www.familyintouch.org
■무지개의 집(국제결혼 한인여성 대상): 문의: 718-539-6546 ▲www.rainbowsisters.org
■가정폭력을 당했을 때 대처 요령
가정폭력을 당했을 때 상황을 탈출하거나 신변보호를 위한 안전대책 요령은 다음과 같다.
◎위험에 처했거나 폭력을 당했다면 주저 없이 911로 신고한다.
◎자녀와 사전에 비밀신호를 정해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면 즉시 이웃집이나 경찰에 신고하도록
교육한다.
◎인근 경찰서의 위치와 전화번호를 외우거나 알아둔다.
◎안전한 곳에 비상금을 보관해두고 긴급시 전화통화, 택시, 음식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게 준비한다.
◎안전한 곳에 자동차 열쇠와 집 열쇠 여분을 숨겨둔다.
◎중요한 신분관련 서류은 미리 챙겨둔다.
◎학대자의 사회보장번호(SSN)와 출생지, 생일 등을 기억해준다.
◎보호 명령장을 받았다면 사본을 항상 소지하고 다닌다.
◎본인과 자녀들이 긴급히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가방에 챙겨 안전한 곳에 준비해둔다.
◎학대받은 증거는 문서로 준비해 모아둔다. 상처부위 사진, 병원진단기록, 폭력이 발생한 날짜와 상황을 적은 메모)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주정부의 신분 변경 및 재정지원 프로그램
뉴욕주 범죄피해자보드(CVB)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재정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가정폭력도 범죄의 하나이기 때문에 범죄피해자 대상에 포함되는 것.
가정폭력 피해자가 제공받을 수 있는 혜택은 다음과 같다. 혜택을 받으려면 경찰 리포트를 비롯, 신변의 위협을 당하고 있다는 증빙서류와 CVB의 신청서류를 함께 제출하면 된다.
◎최고 6,000달러까지(1996년 11월1일 이전 발생한 범죄는 2,000달러) 장례비 지원.
◎폭력 행위로 손상된 가구나 물품 보상금으로 최고 500달러까지(현금으로 100달러).
◎폭력에 따른 치료비용(보험혜택 받지 못하는 부분에 한해)
◎폭력 피해로 손실된 응급 생활비로 주당 600달러에서 최고 3만 달러까지
◎직업 재활비용
◎상담비용
◎법원, 병원 출입 교통비용
◎가정폭력 피해자 셸터 거주 비용
◎피해자를 보호하거나 돕다가 망가진 주변인의 개인물품 손상 비용으로 최고 5,000달러까지 모두 무료로 보상해준다.
이외에도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이름 변경, 사회보장번호 신규 발급 등을 비롯, 새 거주지로 옮기는 이사비용, 비행기나 기차 여행비 등의 교통비, 정착비용, 정신적, 물질적 피해까지도 합법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해준다.
■뉴욕가정상담소 & 가정문제연구소의 연도별 가정폭력 및 부부문제 상담건수
2001년 5,145+861 =6,005건
2002년 5,001+803 =5,804건
2003년 4,327+766 =5,093건
2004년 3,309+795 =4,104건
2005년 3,057+724 =3,781건
2006년 1,983+805 =2,78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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