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 월드컵 로고가 인쇄된 부채를 보여주며 한인 커뮤니티와 친근감을 과시하는 로레타 스펜서 헌츠빌 시장.
효성 USA 박형민 차장이 공장 내부에 설치된 방직기계를 이용해 타이어 보강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최고 타이어 보강재… 24시간 기계음 요란
현대자동차 공장, LG전자 서비스 법인, 특수코팅 페인트 생산업체 ‘듀라코트 프로덕츠’사 등에 이어 미국 내 한인기업 밀집지역인 앨라배마주에 둥지를 튼 ‘효성 USA’(대표 전영관). 효성은 첨단 과학·산업도시 헌츠빌에서 서쪽으로 약 10여분 떨어진 디케이터(Decatur) 시내의 굿이어(Goodyear) 타이어 내부보강제(tire cord) 생산공장을 지난해 1월 인수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타이어 코드란 자동차 타이어의 형태를 잡아 주고 내구성과 안전성, 주행성 등을 보강하기 위해 타이어 안에 부착되는 보강 소재.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레이온 등의 섬유 또는 철(steel)로 만들어진다. 헌츠빌과 주도 몽고메리 등과 함께 앨라배마주에서도 알아주는 공업단지 디케이터에서 24시간 불을 밝히는 효성 USA 타이어코드 공장을 방문했다.
<앨라배마 헌츠빌 - 글 구성훈·사진 이은호 특파원>
작년 1월 굿이어 공장 인수 성공적 운영
전영관 사장 등 삼총사 - 현지 직원들 호흡 척척
연간 4만5,000톤 분량 제작… 시장점유율 1위
전영관 사장과 권태수 재정담당 부사장, 박형민 기획담당 차장 등 서울 본사에서 파견된 간부 3명과 기존의 굿이어 공장에서 일하던 미국인 근로자 400여명이 함께 호흡하는 효성 USA 디케이터 타이어코드 생산공장 내부는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직기들이 내뿜는 기계음 소리로 요란했다.
효성은 2006년 세계 3위의 타이어 생산업체인 굿이어와 5~10년간 32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타이어코드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디케이터 공장을 인수, 타이어코드 세계시장 점유율 1위(35%)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 계약은 타이어코드 업계에서 단일 계약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효성의 연간 타이어코드 매출(7,000억원 상당)의 4.3배, 효성그룹 연간 전체 매출(5조원)의 60%에 해당한다.
전영관 사장은 “자동차 타이어에 보강재가 없으면 타이어는 고무풍선이나 마찬가지”라며 “전 세계적으로 타이어 보강재에 대한 수요는 연간 36만~37만톤에 달하는데 디케이터 공장에서 4만5,000톤 분량을 매년 생산하고 있다”밝혔다.
박형만 기획담당 차장은 “1년 이상 앨라배마주에서 지내다보니 주민들도 친절하고 중소도시의 가족적인 분위기 때문에 큰 불편함이 없는 것 같다”며 “앨라배마주의 생산직 근로자 평균임금 수준이 시간당 15~17달러 정도로 높은 편이고 효성이 공장을 인수한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짧은 기간 내에 노사간 화합을 이뤄내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헌츠빌 인근 디케이터 시내에 입주한 ‘효성 USA’ 관계자들이 타이어 보강재 생산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영관 사장, 박형민 기획담당 차장, 권태수 재정담당 부사장.
효성그룹은
효성그룹(회장 조석래)은 1966년 설립 이래 7,000여명의 임직원과 연간 매출규모 5조원의 건실한 복합기업체로 성장해 왔으며, 7개의 퍼포먼스 그룹과 27개의 퍼포먼스 유닛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섬유 사업과 무역에 든든한 기반을 두고 중공업과 화학, 건설, 정보통신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효성의 주요 제품은 최종 소비재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중간 산업재로 창사 초기부터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번영을 추구하며 북미, 유럽, 동남아, 중동에 이르는 해외 네트웍에 기반을 두고 전 세계 150여개 국을 상대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인터뷰-스펜서 헌츠빌 시장
“더 많은 한국 기업들 헌츠빌 진출 도울 것”
1950~60년대까지만 해도 목화재배에 의존하던 농업도시 앨라배마주 헌츠빌.
그런 헌츠빌이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미 전역의 한인들을 무섭게 빨아들이는 ‘블랙 홀’(Black Hole)로 변하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첨단 과학도시’라는 모토를 내걸고 이공계 인력양성 및 투자기업 유치에 집중한 결과 헌츠빌은 3,000여 한인들과 1,400여개에 달하는 기업 및 과학연구소를 유치하는데 성공, 미국 내 많은 대도시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헌츠빌의 성공 뒤에는 올해 70세인 할머니 시장이 든든히 버티고 있다.
앨라배마주 중앙에 위치한 주내 최대도시 버밍햄 출신인 로레타 스펜서 시장은 1982년 한국 기업 중 최초로 헌츠빌에 금성사(현 LG전자)의 컬러TV 생산공장이 들어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헌츠빌의 대표적인 친한파이다.
헌츠빌 다운타운에 있는 최신식 시청 건물 8층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본보기자와 인터뷰를 가진 스펜서 시장은 “1996년 처음으로 시장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한인들이 물심양면 지원해 준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며 “지금까지의 성장에 만족하지 않고 시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대형 소매업소와 숙박시설을 더 많이 유치하고 가능하면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헌츠빌에 진출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1996년 시장에 당선, 올 가을 4선을 노리고 있다. 앨라배마 주립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했고 정계에 진출하기 전 장례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았다.
한국음식 중 갈비와 김치를 가장 좋아한다는 스펜서 시장은 “2011년까지 헌츠빌 인구는 현 수준보다 1만명 이상이 늘어날 전망”이라며 “헌츠빌 시민들이 거주 지역 안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외식을 하는 등 경제활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헌츠빌 인구는 2008년 2월 현재 17만2,000명으로 버밍햄, 몽고메리, 모빌에 이어 앨라배마주 내 4번째 규모의 도시이다. 버밍햄 태생인 스펜서 시장이 헌츠빌로 이주한 것은 7세 때. 무려 63년을 헌츠빌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시내 구석구석을 잘 아는 것이 장점이다.
마음씨 좋은 이웃 할머니처럼 순수하고 온화한 이미지의 스펜서 시장은 “LA에 돌아가면 헌츠빌이 살기 좋은 도시라는 점을 꼭 홍보해 달라”고 부탁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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