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은 분홍빛 장미꽃더미로 장식되었고 직사각형의 전체모양은 하얀색으로 가장자리를 마무리했다. “너무 아름답구나!” 켈리 크로포드의 어머니는 감탄을 연발했다. 지금 그녀가 보고있는 것은 딸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서 중의 하나, 결혼청첩장이다. 문제라면, 만져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크로포드의 부모는 컴퓨터 앞에서 켈리(30)와 비디오 채팅을 하며 결혼식을 앞둔 딸의 디지털 청첩장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이것이 바로 미래야!”라고 크로포드의 아버지는 감격한 듯 몇 번이나 반복해서 외쳤다.
이메일에서 마이스페이스까지 전자 청첩 갈수록 증가
‘간편하고 친환경적’ ‘예의 없고 경박하다’ 찬반 논란
하얀 드레스에 조금씩 색깔이 섞여지고 아이팟이 축가가수들을 대신하는 등 바뀌고 있는 웨딩 전통의 가장 최근의 변화영역은 결혼청첩장이다. 하긴 매스 테크놀로지와 친환경의식의 시대로 대학합격통보의 두터운 봉투도 사라지고 있는 요즘이 아닌가.
디지털 청첩의 형태는 여러 가지다. 상세하게 설명한 이메일, PDF, 파워포인트 프리젠테이션, DVD, 텍스트 메시지,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등등…신랑신부의 설명도 훌륭하다 - 종이 사용 안하니 나무 구하지, 봉투에 주소 쓰거나 RSVP(참석여부 통보)카드 정리하느라 허비하는 시간과 돈과 냉장고 문 공간(대개 청첩장 받으면 기억하기 쉽게 냉장고 문에 붙여둔다)까지 아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Evite.com의 경우 지난 1년동안 이 사이트를 이용하여 통보된 청첩이 75만에서 120만으로 60%나 늘었다. 현재 8종류의 결혼청첩 디자인을 제공하고 있는 Evite.com은 앞으로 몇 달안에 디자인의 종류를 3배로 늘일 예정이다. 새로운 디자인에는 동성결혼용도 있고 톰 크루즈와 케이트 홈즈의 결혼사진을 찍은 유명인 전문 사진사 로버트 에반스의 사진으로 꾸며진 갤러리도 포함된다.
수요가 급증하자 경쟁자도 생겨났다. 지난 2월부터 시작한 결혼청첩 사이트 Pingg.com 역시 켈리 크로포드를 포함한 약4백회 결혼식의 청첩장을 담당했다. 이 사이트의 경우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사진을 넣거나 아니면 약 300만개의 디자인 이미지를 활용, 10~30분에 자기만의 청첩장을 만들 수도 있다.
디지털 청첩 트렌드에 대해선 웨딩플래너와 에티켓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논란이 팽팽하다. “신중하게, 품위있게 한다면 차세대 신부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디지털 청첩은 효율적일 뿐 아니라 종이청첩장 못지않게 정중해보일 수도 있다”라고 웹사이트 ‘The Knot’의 아냐 위니카는 말한다. 그러나 에티켓전문가 샬롯 헤이즈는 디지털 청첩은 ‘예절의 종말’이라며 질색한다. 이메일 결혼통보는 아무리 멋지게 장식한다 해도 편하려는 방편일 뿐이며 인생의 가장 중대사인 결혼식에는 전혀 어울릴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디지털 청첩에 불편해하는 부모세대를 위해 두 종류의 청첩장을 만드는 커플들도 있다. 가족과 친척들에겐 전통적 종이청첩장을 우편으로 보내고 친구들에겐 디지털로 알리는 것이다.
아직은 시험단계여서 디지털 청첩을 보내다 예기치 못한 실수가 생길 수도 있다. DVD에 담은 비디오 청첩을 보낸 한 커플의 경우 화면을 통해 자신들의 로맨스역사까지 자세히 털어놓으며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는 사람은 꼭 알려달라고 했으나 깜빡 연락방법을 빠뜨렸다. 아무도 RSVP를 할 수 없었고 하객없는 결혼식을 치를 수 없었던 이들은 부득이 결혼식 스케줄을 다시 잡아야 했다.
“사람들이 습관을 바꿔 디지털 청첩이 정착하려면 적어도 몇 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시인하는 Pingg.com의 공동설립자 로리언 게이블은 그러나 자신에게 설득당하는 신랑신부 고객들이 급증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몇 달내에 이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아, 디지털 청첩장도 먼 훗날을 위해 꺼내볼 수 있게 간직할 수 있다. 웹사이트에서 다운로드받아 CD에 담아두는 것이다.
“A급 하객이 못 온다니 B급 당신이라도 오세요”
변하고 있는 것이 청첩장만이 아니다. 누구를 어떻게 초청할까에 대한 ‘전략’도 변하고 있다.
초혼연령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2006년의 경우 여자26세, 남자28세)는 신혼커플의 사교범위가 다양하다는 것을 뜻한다. 고교와 대학뿐 아니라 대학원과 그 후 여러 직업을 가지며 여러 도시에서 사귄 다양한 친구들의 숫자가 상당해진 것이다.
그래서 하객의 리스트를 A, B, C로 구분해 만든다. A 리스트의 손님이 못 온다고 하면 B 리스트의 손님을 초청하는 식이다. 보통 하객의 10% 정도를 B 리스트로 채울 작정을 하면 큰 낭패 없이 하객 수를 맞출 수 있다는 것.
청첩장은 8주전에 보내는 것이 기본 에티켓이지만 ‘대타’인 B 리스트의 손님은 식을 코앞에 두고 전화로 통보받기도 한다.
주아니아 우드의 경우 결혼식 1주일을 앞두고 A 리스트 하객 중 7명이 불참을 통보해왔다. 그녀는 25명의 B 리스트 친구 중 11명에게 전화, 무난히 7명을 채울 수 있었다. 솔직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초대 못해서 미안해. 예산이 빠듯해서 그랬어”라는 그녀의 설명을 대부분의 친구들은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물론 이같은 하객 등급 매기기에 대해 매너전문가들은 분노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미 선불한 1인당 수백달러짜리 하객자리를 비워둘 수는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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