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연안 美병력 증강에 항의..러 문서통해 확인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 지난 1968년 1월 미국 정보함 푸에블로호 나포사건 직후 소련 정부는 린든 존슨 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소련과 접경지역인 북한 연안에 미 핵항공모함과 전투기가 집중 배치된데 대해 항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미 우드로윌슨센터의 `냉전 국제사 프로젝트’ 파일 가운데 레오니드 브레즈네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당 중앙위에서 행한 발언록을 통해 확인됐다. 이 자료는 우드로윌슨센터측이 러시아어 문서를 영어로 번역해 놓은 것이다.
16일 연합뉴스가 확인한 이 발언록에 따르면 브레즈네프는 푸에블로호 나포사건(1월23일) 열흘쯤 후인 1968년 2월 3일 존슨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앞으로) 우리는 소련의 안보이익과 관련해 국경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우리의 행동에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 필요하면 응전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 그는 우리는 국가방위를 위해, 그리고 미국에 대해 우리가 지금 농담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극동에서 군사준비태세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서한에서 북한에 대해 협박과 압력을 가하는 것은 단지 사태를 막다른 길로 몰아가고,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한다고 미국측에 상기시켰다.
브레즈네프는 이런 조치가 효험을 발휘해 결국 존슨 대통령이 2월6일 동해 부근에 군사력을 집중시킨 배경을 설명하고, 푸에블로호 사태의 조속한 해결이 서로(미.소)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답신을 보내왔다면서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핵항모 엔터프라이즈호가 북한 연안에서 철수했다고 말했다.
이어 브레즈네프는 북한에 대해서는 미국에 도발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푸에블로호 사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상당히 극단적인 자세를 보이며 사태해결에 대한 의향을 보이지 않은 것은 물론 심지어 주민들에게 언제라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며 사실상 `총동원령’을 내렸다.
또 김일성 주석은 푸에블로호 나포 8일 후인 1월31일 유사시 소련의 신속한 군사적 지원 등을 요청하는 공식문서를 알렉세이 코시긴 당시 총리 앞으로 전달하기까지 했다.
이와는 별도 문서에서 안드레이 그로미코 외상은 1월31일 강철근 소련주재 대리대사를 면담한 자리에서 소련은 유엔안보리 회의 등에서 푸에블로호 사건과 관련해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로미코 외상은 안보리에서 알제리, 에티오피아, 인도, 파키스탄, 세네갈 등 아프리카 및 아시아 국가의 대표들이 북미간 갈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모종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혀 이들 국가들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모습을 보였다.
ks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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