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서리가 아니라 ‘고로서리’
한인운영 주내 850여개소…매출 최대 50% 떨어져
KAGRO 강영국 회장 “요즘 장사 반토막”
구입원가 올라도 판매가에 반영할 수 없어
워싱턴주 중동부에서 그로서리를 운영하는 A씨는 얼마 전부터 얼굴에 검버섯이 피더니 이젠 주위 사람들로부터 40대 중반인 실제 나이보다 10살은 더 들어 보인다는 말을 듣고 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에 문을 열고 닭튀김 등 델리를 직접 만들면서 카운터까지 보다가 오후에 잠깐 쉰 뒤 밤 10시에 문을 닫는 생활을 반복하면서 만성적인 수면부족에 시달린 결과다.
경제 한파로 매출액과 함께 순이익도 대폭 줄어들자 경비를 최대한 줄일 요량으로 종업원 한 명을 줄여 직접 문을 열고, 닫게 되면서다.
A씨는 그로서리가 아니라‘고로(苦勞)서리’라면서도 매출과 이익이 얼마나 줄었는지는 한사코 답을 피했다.
한인 그로서리 업주들은 대부분 안정적 운영을 추구하지만, 인수 뒤 매출을 크게 늘려 많은 이익을 남기고 되파는 것을 염두에 두는 사람도 많다. 일부 업주들이‘영업 성적표’발표를 꺼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인들의 주력업종으로 워싱턴주에만 850여 개에 달하는 그로서리 업소들이 지역 및 매장 면적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예년에 비해 적게는 10~20%, 많게는 50%까지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
고객들이 지갑을 좀체 열지 않는데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코스트코 등을 찾는 경향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매출액보다도 큰 폭으로 줄어드는 순이익이 업주들을 더 맥 빠지게 만든다. 주력품목인 맥주를 비롯해 빵ㆍ우유 등 거의 모든 품목의 구입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원가가 올라도 인상분을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순이익은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센트랄리아에 업소가 있는 강영국 한인 그로서리협회장은 “요즘은 장사가 반토막”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인업주들은 매출액 대비 25% 이상을 유지했던 순이익이 현재 18% 전후로 떨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별 보고 집을 나서 별 보며 집에 들어갈 정도로 고생하면서 인건비도 채 건지지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사상최고로 치솟았다 최근 급락하고 있는 가솔린 가격도 주유소를 겸하고 있는 업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갤런당 10센트 이하의 이익을 보는 것이 관례지만 최근 가격이 급속하게 떨어지면서 과거 비쌀 때 비축했던 가솔린을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퓨얄럽의 업주 B씨는 “비싸게 사뒀던 최상급 휘발유를 마냥 비축만 할 수 없어 갤런당 1달러 정도씩 손해를 보고 팔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야키마의 농장 주변에서 종업원 한 명을 두고 그로서리를 운영하는 허용주씨는 “요즘은 인건비나 건질 정도로 손님이 줄었다”며 “비수기인 겨울에 적자나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씨는 “은퇴할 나이가 된데다 장사도 여의치 않아 판매할 계획이지만 그로서리 융자도 사실상 중단돼 언제나 팔릴지 모르겠다”고 허탈해했다.
황양준기자 june66@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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