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기술
1932년, 당시 콜럼비아대 교수 월터 피트킨이 쓴 ‘인생은 40부터’라는 책 내용 가운데 “급변하는 시대에 사는 사람일수록 삶의 기술을 터득해야 한다”는 조언은 76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적용된다.
삶의 기술은 어디서 올까? 그것은 개인의 경험과 생각에서 나오고, 그것들은 자신을 스스로 발견하는 데서 온다. 여기서 피트킨은 마흔 전에 자신을 스스로 발견하는 사람이 드물고, 복잡한 세상을 제대로 터득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주의를 준다.
따지고 보면, 마흔이 넘어서야 삶의 기술을 터득하고 자아성취를 이루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다. 43세에 시작해 10년 만에 꿈을 이룬 007 시리즈의 작가 이안 프레밍, 44세에 시작해 12년 만에 완성한 ‘뿌리’의 작가 알렉스 헤일리, 30년간 세일즈맨으로 전전하다가 50세가 넘어 작은 햄버거 가게를 세계적 기업으로 변신시킨 맥도날드의 창업주 레이크 락, 44세에 구멍가게로 시작해 유통시장에 혁명을 일으킨 월마트의 샘 월튼이 좋은 예다.
40대에 들어서 자동차 왕국을 일으킨 헨리 포드는 “사람이 마흔 이전에 하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 그 이후에 하는 일이 인생을 결정한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사람들은 마흔이 넘어서야 학교를 통해 체계적으로 쌓아온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된다. “파시즘 독재, 사회주의, 민주주의를 막론하고 학교는 모든 사람을 체계적으로, 근본적으로 노예화 한다”는 오스트리아의 교육사상가 일리히의 비평처럼 학교라는 체제를 빨리 망각해야 비로소 인간은 독립적으로 무엇인가를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을 되찾게 된다.
그렇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좋은 직장과 편안한 삶을 기대하며 학교라는 제도를 맹신한다. 배움의 목적, 즉,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를 추구하기 보다, 오히려 주어진 자유를 ‘만들어낸 두려움으로 향하게 하는’ 제도 자체에 익숙해 진다.
“공부 안 하면 국물도 없어”라는 부모의 으름장부터 모든 것을 수치로 환산해서 “남보다 쳐지면 어떡하나” 라는 두려움을 주는 학교와 졸업증이나 자격증이 없으면 인정 받기 힘들게 조직된 사회에 이르기까지 두려움의 노예로 만드는 것에 자의 반 타의 반 동조하는 것이다. 삶의 기술 중 가장 기초는 그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베르는 인간의 두려움을 이렇게 그렸다. 1950년대, 포르투갈과 영국을 왕래하며 냉동화물을 수송하는 선박이 스코틀랜드의 항구에 정박했다. 물건을 내린 후, 한 선원이 마지막 점검을 위해 냉동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지나가던 다른 선원이 동료가 안에 있다는 것을 모르고 밖에서 냉동실 문을 닫아 버렸고, 화물선은 포르투갈을 향해 떠났다.
냉동실 안에 갇힌 선원은 “나는 이제 죽었구나” 생각하고 자기가 겪는 고난 이야기를 매일 냉동실 벽에 적어 나갔다. 온 몸이 얼어 마비되는 과정, 얼은 피부가 터져나가는 과정, 자신의 몸이 굳어지며 얼음 덩어리로 변해 가는 과정을 낱낱이 기록했다.
화물선이 리스본에 도착했을 때 냉동실 문을 연 선장은 죽어 있는 선원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얼어 죽는 과정을 상세히 기록한 일기 때문이 아니라 냉동실의 온도 때문이었다.
온도계는 섭씨 19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냉동실에 화물이 없었기에 포르투갈로 돌아가는 항해 동안 냉동장치를 꺼놓았던 것이다. 선원은 단지 자기가 춥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죽었다.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두려움 때문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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