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경기부양책이 불충분하다며 그의 말과 실제 계획에는 큰 격차가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크루그먼은 9일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오바마는 전날 경제흐름을 바꾸기에는 너무 늦었다고는 믿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가능한 한 빨리 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그렇게 될 수도 있다며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크루그먼은 대공황 이후 가장 위험한 경제위기에 맞서 극단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오바마의 말은 맞지만 오바마가 내놓은 실제 처방은 그의 말 만큼 강하지 않다면서 경제를 살리기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크루그먼은 미국의 거대한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향후 2년간 30조달러 이상의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이 이뤄져야 하지만 소비자들의 지출과 기업 투자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생산과 실제 판매 간에 큰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오바마의 부양책은 이 격차를 채우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경기부양책을 통한 재정지출은 사회기반시설 투자에 따른 직접적인 수요 창출 효과와 함께 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 활성화라는 간접적인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오바마의 부양책은 공공지출이 60% 정도이고 나머지는 감세로 구성돼 있어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 등이 소비를 진작시키는데 실제 효과가 있을 것인가에 많은 전문가가 의문을 갖고 있다는 것이 크루그먼의 설명이다.
오바마가 경기부양을 위해 의회에 요청할 것으로 보이는 7천750억달러 가운데 3천억달러 가량이 감세로 충당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루그먼은 부양책 규모가 제한되는 것이 의회예산국이 이번 회계연도에만 1조2천억달러의 재정적자를 추정할 정도로 엄청난 부채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면 이보다는 경제를 구해내지 못할 경우 발생할 더 큰 위험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루그먼은 부양책을 전혀 안쓰는 것보다는 일부라도 쓰는 것이 낫지만 현재 상황에서 보면 경제 잠재력과 실제 성과 간의 격차 및 오바마의 강력한 경제적 언변과 실망스러운 그의 계획 간의 격차가 크다면서 오바마가 어떤 설명을 하더라도 그의 계획은 경제가 필요로 하는 것에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도 지난 8일 오바마의 경기 부양책에 상당 액수의 감세가 포함됐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충분치 않은 규모라고 지적하고 분명히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등 오바마의 부양책 규모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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