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20일 뉴욕증시는 실적 부진과 금융 불안에 대한 우려 때문에 2개월 만에 다우 지수 8,000선이 무너지는 급락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신임 대통령의 취임 후 변화와 개혁,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얼어붙으면서 새 정부의 ‘경기 회복’ 달성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잠정집계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32.13포인트(4.01%) 떨어진 7,949.09로 마감됐다.
다우지수가 8,000선 밑으로 떨어진 채 마감된 것은 작년 11월20일 이후 처음이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88.47포인트(5.79%) 떨어진 1,440.86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44.90포인트(5.28%) 내린 805.22로 각각 거래를 마쳤다.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일로 하루를 쉬고 개장한 증시는 오바마 취임으로 미국이 축제 분위기인 가운데 금융 부실 우려가 투자심리를 억누르는 양상을 보였다.
영국 정부는 전날 은행의 막대한 손실에 대비해 은행의 부실채권 등을 보장키로 하는 2단계 금융구제안을 발표했고 영국 정부가 지분율을 70%로 확대키로 한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는 자산 상각 등으로 지난해 420억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예상, 주가가 급락했다.
기관들을 상대로 한 대형 자산운용사인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채권관련 미실현 손실이 작년 9월말 33억달러에서 12월말 63억달러로 약 2배에 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50% 넘는 폭락세를 보였다.
또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웰스파고도 추가적인 자본 조달이 필요하다는 애널리스트의 분석이 제기되면서 20% 넘는 급락세로 마감됐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날 두바이에서 한 강연에서 신용위기로 인한 미국의 금융 손실은 3조6천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면서 씨티와 BOA, 여타 은행들의 현 상황은 시스템이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씨티그룹도 17% 이상 떨어졌고 PNC파이낸셜서비스그룹은 40%, 뉴욕 멜론은행은 14%가 떨어지는 등 금융주들이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의 실적 부진도 여전히 증시에 부담이 되고 있다.
오바마가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기대는 취임식을 계기로 한껏 높아지고 있지만, 그가 실제 취임과 함께 풀어나가야 할 경제 현실은 암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이 7.2%를 기록하는 등 실업이 급증세를 보이고 소매판매도 감소하는 등 소비위축도 심각하게 진행돼 경기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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