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생전 사회적인 위치나 빈부의 상관없이 사람이 죽은 다음 묘지의 비석에 공통된 부분이 있다면 고인의 생년월일과 사망 월일이 분명하게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를 이어주는 - 한 줄이 고인의 살아 생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가를 채워지는 것이다.
지난 3 개윌 사이 3인의 장례식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모두가 출생일과 사망일 사이를 행복하고 보람있는 삶으로 가득 채우고 떠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장례식이 모두 아름다운 장례식이라는 생각을 얻었다.
지난 12월 13일 예비역 소장 잭 헤밍웨이(Maj. gen. Jack Hemingway 1920-2008)의 사망 소식을 어느 친구가 이메일을 통해서 알려 주었다. 헤밍웨이 소장은 퇴역 이후 가족과 함께 킬린 지역에 자리를 잡고 살면서 지역 사회발전에 대단한 공을 세운 사람이다. 시 판사, 상공회장, 상공회 이사장, 매트로 플렉스 병원 이사장, 부동산 개발업자 그 이외에도 헤밍웨이 소장의 손길이 닿은 사업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많다. 킬린의 큰 별을 잃은 것이다. 헤밍웨이 소장은 한국 6.25동란시 소령의 계급을 달고 한국에서 근무를 했던 것을 인연으로 킬린 지역 한인들과 매우 가깝게 친분을 유지했었다. 특히 킬린 한인 이민 초기에 헤밍웨이 소장으로부터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한인사회 발전에 후원해주었다. 그런 이유로 그는 살아 생전 킬린 지역 한인들에게도 대부 같은 존재였다. 지난 몇 년간은 활동을 자제 해왔기 때문에 한인사회에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었지만 소위 올 타이머들에게는 그의 이름이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장례식에 한인회 대표로 김동수 한인회장이 한인사회를 대표해서 참석을 했었다.
고인의 생전 사회적인 위치를 생각해서 거창한 장례식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매우 간소하고 인상적인 장례식이었다. 육군장으로 육군 묘지에서 치러진 장례식은 직계가족이외의 조객들은 전직 시장들과 지역 유지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고인 살아 생전에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좋아했던 사람들이었다. 고인을 보내는 유족들의 슬픈 마음을 읽을 수 있었지만 한에 맺혀 서럽게 통곡을 하는 사람은 눈에 뜨이지 않았다. 오히려 고인이 이 세상을 사는 동안에 보람있는 삶을 살았던 것을 축하하며 행복하게 떠난 것을 함께 즐기는 것 같았다. 장례식에는 달랑 두개의 대형 화환이 전부였다. 그것은 유가족들의 선택이었다. 유가족은 조의금을 절대사절로 했으며 굳이 조의금을 하고싶은 조객들은 지역 비영리 단체 모금에 보태 줄 것을 부탁했다. 사후에도 지역 사회를 위해서 한몫을 할 수 있는 고인에 대한 존경심으로 고개를 더 깊이 숙이게 해주었다.
두 번째는 전혀 안면이 없었던 사람(Claudine 1920-2009)의 장례식에 참석했을 때였다. 킬린에서 태어나 평생을 킬린에서 살았던 사람이었다. 고인의 손녀딸과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참석한 장례식이었다. 그녀의 자손이 많은 것을 보아 그녀가 다복한 삶을 살았다는 것 이외 별로 설명 할 것이 없는 장례식이었다. 다만 그녀의 장례식이 아름다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음악과 유가족 대표의 간단한 조사와 그리고 목사님의 간단한 설교로 끝나는 장례식이었다. 역시 서러움을 참지 못하고 서럽게 통곡하는 사람은 눈에 뜨이지 않았다. 이 장례식 역시 화려한 모습 없이 화환은 달랑 두 개뿐이었다.
또 하나는 몇 일 전 이 세상을 떠난 한 친구(Valerie 1922-2009)의 장례식이었다. 친구라 하기에는 나이차이가 큰 사이이지만 편리상 친구라고 불렀으며 평소 그녀를 좋아했었다. 매주 수요일마다 모이는 여성골프 회원이었던 그녀는 몇 년 전 까지 70 중반의 나이에도 가끔은 참석해서 9홀을 함께 돌았던 친구였다. 그녀의 골프에 대한 열정은 그녀의 아들은 물론 그녀의 손자 손녀들까지 골프를 즐기게 만들어 주었다. 전직 교사였던 그녀는 은퇴이후에도 지역 사회 활동을 화려하게 했던 사람이다. 지난 몇 년간 골프를 칠 수 없을 만큼 활동력이 줄었지만 회원들의 정기 오찬에 참석해서 골프에 대한 화제로 골프에 만족을 대신 했다. 골프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그녀는 지역 정치 참여활동을 활발하게 했었다. 그녀의 장례식 역시 간소하고 고인이 떠난 것에 대한 슬픔보다는 유가족이나 조객들에게 매우 평화스러운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었다.
아주 오래 전에 보았던 찰톤 헤스톤이 주연한 소이랜드 그린 (The Soyland Green) 이라는 과학 공상 영화에서 주인공의 아버지가 자신이 죽은 순간이 가까워진 것을 알고 미리 준비를 한다. 평소 자신이 즐겨듣던 음악을 틀어놓고 방안을 온통 장미꽃으로 장식하고 조용히 침대 위에 누워서 마지막 순간을 기다린다. 그 영화를 보고 난 후 가끔은 사람이 마지막 순간을 그렇게 선택 할 수 있다면 하는 상상을 한다. 현실에서는 영화 속에서처럼 죽음의 순간을 선택 할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의 장례식을 이런 저런 방법으로 해달라고 유언을 남겼을 때 유가족들은 최대한으로 그 뜻을 반영하려고 할 것이다.
앞서 말한 장례식의 공통점은 그들의 사회적 위치나 경제적인 여유를 보았을 때 그들의 장례식이 화려하고 거창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장례식이 모두 간소하지만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고인과 가족들의 선택이었다.
화려하지 않으며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지들이 슬퍼하지 않으며 고인이 남긴 삶의 흔적에 축복을 받으며 떠나는 것이 아름다운 장례식이라 생각한다.
자신만의 장례문화를 간소화하는 것도 개인이 남길 수 있는 사회적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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