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호 이시도르 천주교회 신부는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기리며 “고생 많으셨습니다. 하나님 품에서 편히 쉬시기를”이라고 말했다.
깨어있는 종교지도자로 아름다운 삶 마쳐
둘루스 임시성전 거쳐 2년뒤 스와니 입당
지난 16일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했다는 비보가 전 종교계를 울렸다. 종교계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한국의 정신적 지주와 같았던 김 추기경의 선종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애도 물결이 일었다. 애틀랜타도 예외는 아니었다. 종파를 초월한 각 교회 지도자들과 성도들의 추모가 이어지는 가운데 애틀랜타의 유일한 한인 성당인 애틀랜타 한국순교자 천주교회에 마련된 분향소의 표정은 차분하고 잔잔하다. 그의 집무실에서 만난 안정호 이시도르 신부는 성당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특유의 차분하고 잔잔한 말투와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소식은 가톨릭계로서는 정말 큰 비보가 아닐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어떤 심경 이었나?
“그 분은 고생을 많이 하신 분이다. 그 분이 살아온 발자취에 놓인 우리나라의 역사적 상황이 그랬고, 당시 바티칸 가톨릭계의 상황 또한 그랬다. 두 상황 다 역동적인 변화를 겪는 시기였고 그 한가운데를 버티고 살아오신 분이 김수환 추기경 그분이다. 고생 많았던 그 삶 끝은 아름다웠다. 슬프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감도 든다. 신앙 안에서 인생을 살고 인간으로서 사제로서 그 삶을 다하고 가신 그분의 선종은 기쁨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가톨릭 장례 때는 기쁨을 의미하는 흰색 성의를 입는다. 하나님 품에서 편히 쉬시기를 바란다.”
어떤 심경인지 짐작이 간다. 그렇다면 사제로서 인간으로서 김수환 추기경은 어떤 사람이었다고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제2차 바티칸 총회가 열린 1960년대를 거치며 가톨릭교회에는 쇄신과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그 변화 속에서 사제로서 공부하던 중이셨던 그분은 그 계기를 통해 많은 결의를 다졌을 거라 생각한다. 앞으로 사제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과 무엇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찰이 있었을 것이다. 동시에 당시 한국의 시대상은 독재와 억압에 얼룩진 일그러진 역사였다. 그 암울한 시대상 또한 김 추기경님에게는 고뇌와 도전의 대상 이었을 것이다. 그런 숙고들이 김 추기경님을 어려운 민중들의 편에 서게 했던 것 같다. 그런 결심과 삶의 방향을 평생 지켜낸 그 분의 삶이 있었기에 우리가 그분을 종교를 초월한 한 나라의 어른으로 위대한 종교지도자로 기억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또한 살아생전 그분은 깨어있고 열린 분이었다. 젊은 사제들과 소통하기를 즐기고 노인들과도 그랬다. 그분은 나이를 불문하고 모든 이들과 폭넓은 관계를 유지하셨다. 그리고 유머감각도 아주 뛰어난 분이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시도르 신부는 사제 서품을 받기 전 수련하던 때를 회상하며 말을 이어가다가 그 당시 가톨릭계 내부의 작은 변화로 직접 김수환 추기경으로부터 서품을 받는 기회를 놓쳤던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잠시 화제를 바꾸겠다. 현재 한인 순교자 천주교회의 둘루스 이전 혹은 분리의 이야기들이 들리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동체 분리는 급속한 교회의 성장과 장소의 협소 등을 이유로 이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게다가 현재 본 성전 신자수의 절반이 둘루스와 스와니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거리상의 문제도 둘루스 제2성전 분리 의견에 힘을 싣게 되었다. 이 분리 움직임은 동북부 애틀랜타 사제들의 회의인 ‘디너리 미팅’에서 그레고리 대주교님의 암시와 더불어 이루어졌다. 현재 내부적으로는 스와니가 최적의 장소로 거론되고 있지만 여러가지 여건상 둘루스 천주학교에 임시 성전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새 공동체의 첫 걸음으로 4월 정도에 본격적으로 미사가 시작될 예정이며 둘루스 새 공동체는 애틀랜타 한인순교자천주교회의 ‘미션’으로 운영하다 서서히 독립시킬 예정이다.”
-둘루스 성전이 임시거처가 될 것 이라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새 공동체 정식 성전 지정 등 새 공동체에 관해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현재 기대하고 있는 것은 1년 정도 둘루스 임시 거처에서 공동체 기틀을 다지고 그 이후부터 다른 장소를 물색한 다음 2년 후쯤 스와니 쪽으로 정식 성전 입당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국 내 가톨릭신자는 인구 대비 10%가량으로 추산된다. 이것을 애틀랜타 한인사회에 적용하면 천주교 신자가 1만 여명 정도가 된다는 결과가 나온다. 현재 우리 천주교회에 등록된 신자 수는 3500여명 정도 인데 새 공동체의 분리를 통해 둘루스나 스와니 쪽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새로운 천주교 신자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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