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단상-박용진 목사(어스틴 제일 장로교회)
필자에게는 전속 이발사가 있어서 한 달에 한번씩 이발을 합니다. 그 이발사는 다름 아닌 필자의 아내입니다. 9년 전 미국에 유학하러 처음 온 날로부터 이 전속 이발사가 제 머리를 깎아주고 있습니다. 왠만한 이발사보다 실력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경제적으로도 좋고 필자의 분위기에 가장 잘 어울리게 머리를 다듬어줘서 좋습니다. 머리를 깎은 날은 거추장스럽게 긴 머리카락들이 잘려 나가서인지 기분이 상쾌합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집에서 머리를 깎아서인지 지금은 이발관을 찾는 일이 오히려 어색하기만 합니다. 이렇게 이발을 홈메이드로 하다보니 필자의 집안에 있는 나무치는 일이며 잔디 깎는 일도 자연스럽게 홈메이드로 하게 되었습니다. 한번쯤 전문가를 불러서 시원스럽고 깔끔하게 치면 될텐데 금방 다시 자란다는 생각에 엉성하고 때로는 듬성듬성 풀이 삐죽거리며 나오는데도 필자가 직접 다듬어댑니다. ?
며칠 전엔 집 앞에 있는 나무의 가지를 필자가 직접 쳐주었습니다. 나무줄기가 가래떡 굵기 정도되는 나무인데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 한 해 만에 그 키가 지붕만큼 솟아올랐습니다. 창문을 가리고 나중엔 곁에 있는 오크나무 가지를 뚫고 올라가 두 나뭇가지가 엉켜서 거의 산발한 머리처럼 어수선해 보이는 것입니다. 언젠가부터 사람을 불러서 삯을 주고 나무를 잘라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급한 마음에 직접 작은 톱을 사다가 잘라주었습니다. ?
톱으로 길다란 가지들을 잘라 나무를 다듬고 보니 얼마나 시원하고 보기 좋은지 모릅니다. 산발한 머리가 이발한 머리가 되는 것입니다. 지붕까지 솟아올랐던 나뭇가지가 사라지고 나무가 어른 키만큼 짧막하게 몸통만 남았습니다. 얼마나 시원스럽고 보기가 좋았던지…이발을 마치고 금새 나온 새신랑 머리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참 묘한 것은 나무 한 그루를 다듬어주었을 뿐인데 집 뜰 전체가 시원스럽게 바뀌어 보이는게 아닙니까. 곁에 서있는 아름드리 나무와 키 작은 넝쿨나무 그리고 주변의 화초들로 이루어진 뜰이 얼마나 새로와 보였는지 모릅니다. 별다른 생각없이 나뭇가지를 잘라주었을 뿐인데 생각지도 않게 뜰 전체가 확 달라진 것입니다. “왜… 진작 이렇게 산발한 나뭇가지를 다듬어주지 못했을까” 탄성이 나오기까지 합니다.
주님이 만든 인생의 뜰도 본래 아름답고 예쁠 것입니다. 그런데 다듬지 않고 방치하기 때문에 균형과 조화를 잃고 어수선한 뜰이 되는 것입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힘들다는 이유로…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일을 미루다 보면 어느새 인생은 산발한 나뭇가지와 무성한 잡풀이 가득한 미운 정원이 되고 말지요. 그렇다고 매번 전체를 손대느라 수고할 필요는 없습니다. 꽃 한 그루 나무 한 그루 마다 제 모습을 잘 유지하도록 가꾸듯 그렇게 우리의 마음도 차근차근 다듬어주면 됩니다. ?
작은 일에 충실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습니다. 작은 감정을 잘 다스리면 큰 감정도 잘 다스립니다. 작은 수고가 모여서 큰 수고를 이루어집니다. 오늘부터라도 미뤄온 마음의 뜰을 다듬어보심이 어떨까요. 거추장스러운 건 차례로 내버리고 하나씩 세우고 다듬다 보면 본래의 아름다움이 되살아날 것입니다. 새봄에는 모든 이들에게서 주님이 주신 예쁜 마음의 정원이 제 빛깔을 내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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