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신학교에 입학하던 1950년도 말에 가장 인기 있던 신학자는 ‘로마서 주석’과 ‘교회교의학’의 저자 칼 발트와 ‘하나님을 향한 죄수’, ‘나를 따르라’의 저자 디드리 본 훼퍼였다.
나는 본 훼퍼에게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그에 관한 자료와 많지 않은 서적들을 구입하여 읽었다.
우선 그는 학문적 천재였다. 1906년 2월4일 독일 브레글라우에서 이름 있는 정신과 의사요 대학교수이던 아버지를 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다. 17세에 튀빙겐 대학에 입학하여 신학을 공부하기 시작하여 21세가 되던 1927년에는 신학사상의 기적이라는 격찬을 받은 ‘성도의 교제’라는 논문으로 신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그리고 현장 목회 실습을 위하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독일인 교회 부목사로 부임하여 1년여를 시무한 후 귀국하여 베를린 대학 신학부 강사로 출발하여 안전하고 인기 있는 대학 교수의 길에 들어선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1933년 나치당이 정권을 장악하더니 히틀러가 등장하여 개인의 자유와 기본적 인권도 무시하고 민주주의 원칙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전체주의 독재정치를 실시하다가 1934년에 이르러서는 힌덴부르크 대통령이 사망하자 히틀러는 스스로 총통이 되어 마침내 20세기의 신화가 남기고 간 최악의 비극사를 엮어 나간다. 본 훼퍼는 그 시기에 역사의 현장 한가운데 있던 목사요, 장래 목회자를 희망하는 신학도를 길러내야 하는 교수로서 그의 사색과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여 마침내 신앙의 정절과 순수성을 지키기로 결단하고 히틀러에 항거하는 삶을 산다.
그는 말한다. 크리스천이란 그리스도의 명령을 따라 십자가의 길을 가야하는 자들이다. 그리고 우리가 받은 은혜는 종교적 위안이나 자기도취에 빠지는 값싼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십자가의 길을 걸을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는 값비싼 은혜이다. 그렇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하지 말고 그리스도께서 원하시는 일을 하려고 해야 한다. 출세와 안전과 축복만을 구할 것이 아니라 고난과 시련, 끝내는 죽음의 길에도 나서야하는 것이 진정한 제자의 삶이다. 너무나도 진실하고 투명한 제자의 삶을 살고 싶어 하던 본 훼퍼였다. 그는 인류 역사 최악의 독재자이던 히틀러에게는 도저히 굴복할 수도, 더더구나 타협할 수는 없었다.
그는 결국 2차대전의 종말을 알리는 연합군의 진군 소리가 들리는 듯한 1945년 4월9일 새벽 나치 독일의 국가 비밀경찰 게슈타포에게 끌려가 플로센뷔르크에서 아깝게도 39세의 나이에 교수형을 당하고 만다. 그러나 역사는 알려주고 있다. 디드리 본 훼퍼를 처형한 주범 히틀러는 3주 후에 자살했고 그로부터 1개월 뒤에 나치당 제3공화국은 무너지고 말았다.
언제나 역사의 교훈은 동일하다. 정의는 승리하고 악은 역사의 무대에서 여지없이 KO 당하고 만다는 것을…
마침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으심을 기념하는 사순절 주간이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도 부르고 계시다. ‘나를 따르라’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
이제 그리스도를 따르려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때이다. 본 훼퍼는 여러 곳에서 반복하여 말하고 있다. 예수께서 우리를 부르시는 것은 교단이나 교리의 종교에로 부르시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제자의 삶에로 부르고 계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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