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파후에 그리는 참사랑
오늘도 설레이는 마음으로 그리던 호반을 찾았다.
웬일일까 항상 반겨 맞아 주던 벤취가 나를 외면한 채, 기다림에 지쳤는지 호수 저 건너편만 물끄러미 바라보며, 명상에 잠겨 있는 듯한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한 발자국 일찍 서둘러 왔었을걸. . . . 그러나 명상을 깨우지 않는 것이 오히려 좋으리라는 생각에 묵묵히 그 앞을 지나쳤다.
변덕스럽던 겨울의 추위도 이젠 꼬리를 감추고, 짙어 가는 초록빛 잔디가 여름을 손짓 하는 것 같다. 처량하게 보이던 오리 떼들이 때를 맞난 듯 빙글빙글 호수 위에 원을 그리며, 햇빛 따라 변하는 그들의 색 옷을 한결 뽐내는, 주인공들이 나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빵 조각을 던져주는 귀여운 꼬마들의 고사리 손을 따라, 우루루 모여 들지만 재빠른 오리들에게 낚아 채임을 당한다. 그런가 하면 짓궂은 애들의 속임수에 이리 저리 쫓아 다니다가 끝내 부스러기 한 조각도 얻지 못하니, 오죽이나 멀쑥하고 화가 나겠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자태를 잃지 않고, 유유히 사라져 가는 그 뒤 모습이 참으로 멋있어 보인다.
단순하면서도 순수한 자유로움을 마음껏 누리는 의기양양한 오리들,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다 보고 있노라니, 수 없이 밀려 오는 잔물결 따라 호수 위로 번지는 파랑, 빨강, 노랑을 비롯한 아름다운 색갈들이 나의 시야를 가득히 채운다.
이 세상 역겨움에 젖은 생각은 공중 높이 날려 보내고, 소심증으로 찌들은 망상 마져 저 잔물결 위에 띠워 보낸채, 나는야 저 멀리 아련한 수평선을 향해 하염없이 떠나고만 싶구나.
아무리 오지 (奧地) 바다 끝 먼 곳에 가 있을 지라도, 전능자의 인도하심이 있을진 데 누구를 두려워하리요. 늙어서 백발에 이르도록 그가 창조하신 귀한 생명들을 품어, 기리 지켜 주신 그 은혜 안에서 어찌 연령의 제재가 용납 되어지며, 아무리 몰아치는 폭풍일지라도 보람된 오늘을 맞기 위해, 쌓아 올린 향년 (享年)이 무시될 수가 있으리요.
만복의 근원이신 조물주의 법을 따라서, 어찌 지음 받은 우리 인간이 법을 달리 만들어 집행하며, 또한 시위를 벌림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란 말인가.
혼돈에 빠져 헤어나지를 못하는 무능한 자처럼, 확고한 주관을 상실한 채 이성 (理性)마저 망각한 수렁에서 헤쳐 나와, 보람된 오늘과 희망찬 내일을 약속한 진리의 표적이 확고 부동해야만 할 것이다.
‘겸손과 온유와 인내와 용납’ 의 말에 앞서 일치됨을 상실한 소용돌이 속에서 뛰쳐나와, 순수한 사랑, 행함의 사랑, 동고동락의 진정한 사랑을 누리고 싶다.
그릇된 생각을 깨닫지 못하는 이웃을 항상 가까이 대하면서도, 마음이 무뎌서 무관심으로 지나치는 타성을 떨쳐버리고, 그들을 바르고 넓은 생각의 인격자로 변화시키는 희생적인 헌신을 베풀어야 하고, 외식(外飾)에서 떠나 진실된 시야를 넓힐 뿐 아니라, 승화(昇華)된 삶의 뚜렷한 가치관을 정립하여, 다시는 이웃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언행은 하지 않고, 그들에게 위로와 섬김을 베풀어 기쁨을 주는,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렇게 함으로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심령들에게, 승리의 면류관을 차지할 수 있을때까지 이끌어 주는 배려, 바로 이것이 소리만 나는 꽹과리가 아니라 침묵으로 인내하여 지체들을 이끌어 가는, 참으로 헌신하는 희생적인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공동체는 옳고 공평하게 유지가 되는 때에, 건전한 힘이 발휘되며, 목적을 향하여 정진(精進)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그러지를 못하고 명칭과 직책, 그리고 직급(職級)으로 인한 권한을 행사(行使)한다면, 균등이 와해되고 구성원들의 마음을 격동케 하는 원인이 되는 것임으로, 이는 결코 지혜로운 처사가 아닌 것이다.
현실만을 바라보는 사고방식과 이기적 욕구만을 추구하는 것은, 패가망신을 자초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속담에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한다’ 는 말처럼, 비록 명칭이 굉장(宏壯)하고 직책이 높아진다 하더라도, 교만보다 겸손함으로 어디까지나 하나의 지체로서 존재한다는 의식으로, 오로지 주어진 바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한다면 ‘착하고 충성된 종’ 이 될 것이며, 이것이 바로 목적을 향하여 달려갈 길을 다 마치고, 면류관을 차지하는 영광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숭고한 사랑, 뜨거운 열정, 모두와 함께 같은 마음으로 은혜의 바다로 배 띠워 돛을 올려, 주를 찬양하며 달렸으면 하는 간절함이 내 영과 혼과 몸을 불 태운다.
모든 생물의 생동함을 구가(謳歌)하는 환희 속에서, 나는 참 사랑의 곡을 만들어 노래를 하고 싶다. 어리석은 변론의 어두움을 깨치고 구름없는 아침 해의 빛 처럼, 만물을 소생케 하는 영광 속에 불쾌함이 사랑으로, 낙심이 희락으로, 불안과 긴장이 화평으로, 오래 참음으로 좌절을 극복하고, 그리고 자만이 자비함으로, 포악이 양선(良善)으로, 나태가 충성으로, 분이 온유로, 낭패와 실망이 절재와 희망으로 변하는, 복되고 아름다운 지체들의 귀한 모습을 영원히 대하고 싶다.
깁자기 호반이 그리워진다. 묵묵히 지나쳐 버렸던 발길을 돌려 즐겁게 맞아 주던 벤취를 다시 찾아, 예쁜 오리들을 불러 모아 마음 아팠던 이야기를 오손 도손 나누고 싶다. 저 멀리 바다에서 보냈던 나의 노래가 물결 따라 바람 따라 이들에게도 전해졌을까.
큰 풍파도 복종케 하는 빛의 인도함에 따라, 오늘도 순풍에 돛 단 나의 작은 배에 몸을 싣고, 변함 없는 언약의 확신 속에서 기쁨을 노래하는 참사랑을 그려 본다.
김경숙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