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제 대학?
4년제 대학 재학생중 6년안에 졸업하는 학생이 53%에 불과하다고 지난주 미국 기업연구소가 발표했다. 조사한 1400개 대학 가운데 6년 안에 90% 이상 학생이 졸업하는 대학은 40개 뿐이며, 4년안에 90% 이상이 졸업하는 대학은 겨우 7곳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4년제 대학이란 명칭도 6년제 대학으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이처럼 평균 졸업률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대학에 가지 말아야 할 학생이 가고, 받지 말아야 할 지원자를 받아주는 문제대학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대학 이슈는 1968년도 프랑스의 ‘5월 혁명’에서 보여준 것처럼 대학생들이 정치, 교육, 사회 문제에 가담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권위와 관료사상에 의거한 중앙집권적 국가를 이루려는 정치인들에게 반기를 들었고, 초대형 강의, 지루한 강의내용과 형식적인 평가제도로 고학력 실업자를 양산하는 대학을 비평했으며, 성차별, 인종차별을 하는 사회에 대항했다. 한편, 요즘의 대학 이슈는 “어떻게 하면 명문대학에 들어가나”라는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된 입시경쟁이다. 학문에 심취하고 사회를 변혁시키기 위한 진학이 아니라 대학 이름에 쏠려 “일단은 들어가고 보자”는 태도가 앞서는 것이다.
MIT 경제학자 프랭크 레비와 피터 테민 교수는 이제 대학 졸업장은 직장을 얻는 보증수표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25년만에 가장 심각한 실업률이 예상되는 올해 대학 졸업자의 졸업장 무게와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워지고 떨어진 것이 그것을 뒷받침 한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마땅한 직장을 찾지 못해 부모 집에 기거하며 근처 커뮤니티 대학에서 컴퓨터 네트워킹 자격증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 수만 달러씩 빚을 내서 학부과정을 마쳤지만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학생 같은 경우가 미국 전역에 널려있다.
10대초가 되면 학생이 학문을 계속할 소질과 능력이 있는지 어느 정도 파악된다. 해서,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에서는 초등학교를 마칠 무렵에 학문을 할 학생과 기술을 배울 학생으로 진로를 정한다. 물론 직업학교를 선택한 학생도 대학에 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진로를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독일의 인문학교 진학률이 20% 정도에 그치는 이유는 학문 연구가 적성에 맞다고 생각하는 학생만이 대학에 진학하고, 나머지 80%는 직업교육을 통해 사회에서 능력발휘를 하는 길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자연히, 치열한 입시경쟁도, 개인과 국가 차원의 돈, 시간, 정력 낭비도 상대적으로 적다.
그런 낭비를 마다하지 않고 대학 이름과 졸업장에만 집착하는 사회는 에릭 호퍼 같은 사람을 감당할 재간이 없다. 샌프란시스코와 LA 사이를 오르내리며 철도, 항만 공사장에서 노동자로 일했던 그는 광적인 독서와 깊은 사색을 통해 11권의 책을 저술하고 독자적인 사상을 구축하여 세계적 지성인 대열에 올랐다. 그는 UC-버클리에서 정치학을 8년간 강의했고, 200여개 신문에 신디케이트 컬럼을 썼으며, CBS-TV의 ‘호퍼의 열정적 정신’ 프로그램을 통해 60년대의 최대 이슈인 월남전, 이스라엘, 흑인운동의 지도력 문제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폭넓고 깊은 견해를 피력했다. 호퍼가 배운 곳은 대학이 아니라 길거리다. 그를 가르친 사람은 교수가 아니라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어떤 종류의 학교 졸업장 하나도 없는 떠돌이 노동자가 뿜어낸 인간과 현실에 대한 통찰과 비평을 6년제 대학 졸업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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