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 원 vs. 온리 원
　
　1869년 발행 당시 90센트에 불과했던 우표가 최근 뉴욕의 경매장에서 43만 달러에 팔렸다. 136년전 뉴잉글랜드의 얼음 판매상이 인디아의 창고 관리인에게 보낸 봉투에 붙어 있었던 우표가 링컨 대통령 얼굴이 담긴 우표로써는 “온리 원”이라는 이유다.
　유일성 또는 희소성이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일부 학생과 부모는 온리 원 보다는 넘버 원을 염원한다. 어쩌면, 신체의 부분마저, 왼손보다 오른손의 서열이 높다는 무의식적인 수직적 사고가 뿌리 깊게 박힌 사회의 영향일지도 모른다. 왼손으로 글을 쓰면 호통을 치고, 어른이 주는 선물을 왼손으로 받거나, 왼손으로 술을 따르거나, 왼손으로 악수를 청하면 인상을 찌푸리고, 심지어 왼손으로 화투를 치면 재수없어 같이 못 치겠다는 아우성이다.
　넘버 원은 아무나 될 수 없지만 온리 원은 누구나 될 수 있다. 제각기 다른 구조와 모양의 DNA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온리 원이 되려면 세가지가 요구된다. 첫째, 전후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알렉산더, 나폴레옹, 히틀러 세 정복자가 차지한 땅을 합친 것 보다 넓은 지역을 섭렵한 징기스칸, 그를 독특한 지도자로 만든 것은 수평적 사고에 의한 경영방식이었다고 매켈리스터 대학의 인류학 교수 잭 웨더포드는 피력했다. 최고 우두머리 명칭인 ‘칸’ 대신 친근한 이름 ‘테무친’으로 자신을 불러달라고 부탁했던 징기스칸, 그는 관료제도에서 흔히 나타나는 수직식 사고를 폐기처분하고 피지배자들의 수평적 협력을 강조하는 행정을 펼쳐 방대한 영토를 다스릴 수 있었다.
　둘째, “전에 없었던 속성이나 아디어를 통해 차별화를 이룬 브랜드가 성공한다”라고 경영계의 그루 잭 트라우트가 강조한 것처럼 차별화가 필요하다. 대부분 항공사들이 적자에 허덕이는 동안 창업이래 30년간 지속적인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사우스웨스트의 비결은 무엇일까. 차별화 경영이다. 여러 종류의 기종을 보유한 다른 항공사와는 달리 사우스웨스트는 보잉 737 한가지 기종만 사용하여 조종사 훈련과 정비에 쓰이는 비용을 절감했고, 대도시 공항을 중심으로 운항하는 타 항공사의 전략을 접고 중소도시를 직결하는 방법으로 저가운임을 유지했다. 또한, 조종사, 승무원, 지상요원이 각각 맡은 분야에만 열중하는 타 항공사의 각개전투 식 운영을 피하고 일체감과 가족적 분위기를 조성했다.
　셋째, 저마다의 독특한 이미지가 필요하다. 한국을 방문했던 외국귀빈 3,000명을 상대로 “한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가”라는 코스모 지의 설문조사에서 “한국 여성들은 모두 영화배우 같이 예쁘고 말쑥하지만 획일적 외모를 가졌다”라고 답한 항목이 있다. 그것은 주요대학 입학사정관들이 한인 지원자들의 문제점에 대해 “너무 똑같은 교내외 활동, 운동, 악기를 한다”고 입을 모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온리 원은 타인과 벌이는 수직식 경쟁에 염두를 두지않고 오직 자기 자신을 경쟁상대로 삼는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세계는 이미 평평해졌고 새로운 모습의 이동형 사회로 변하고 있다. 수평적, 개방적 사고로 경계와 벽을 모르고 세상을 누볐던 과거 징기스칸 유목민의 세상이 재현되고 있다. 이제, “2등은 패배다. 1등을 해라”는 케네디가의 일등주의 가훈을 “자신을 이기는 것이 가장 강한 것이다”라는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등정한 엄홍길의 가훈으로 바꿀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