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곳 어스틴의 더위가 만만치 않습니다. 처음 방문하는 이들은 과연 텍사스다운 더위라고 혀를 찹니다. 고국의 더위는 습도가 많은 무더위라서 찌는 듯한 더위라는 표현을 씁니다만 이곳 더위는 따가운 더위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어찌나 한낯의 더위가 강하고 센지 마치 습식사우나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건조하고 뜨거워 살이 익을 정도입니다. 자동차를 타려면 핸들이 뜨거워 잡을 수가 없을 정도이니 서늘한 지역서 오신 분들은 기겁을 하고 에어컨으로 뛰어 들어옵니다. 필자도 이곳에서 산지 벌써 오년이 되어가는 탓에 이만한 더위는 견딜만합니다. 점점 더위에 무감각해지는 걸보니 이곳 기후에 많이 익숙해진 모양입니다. 필자도 첫해에는 숨을 헐덕거리며 무척 더위를 탓던게 생각납니다.
이렇게 더운 날씨가 되면 늘 생각나는 추억하나가 있습니다. 등목입니다. 지금은 집안에 샤워장이 있지만 넉넉치못한 그 시절 샤워를 집뜰 수돗가에서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세수나 빨래도 집안 마당에 있는 수돗가에서 했습니다. 거기엔 늘 비누와 치약치솔, 그리고 면도기가 놓여있고 빨래줄엔 수건들이 널려있곤 했습니다. 땀을 뻘뻘흘리며 무거운 가방을 들고 학교서 돌아오면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교복 상의가 등짝에 처억 들러 붙습니다. “얘야 등목하고 들어가라…” 는 어머니나 누이의 음성에 책가방을 마루에 던져놓고 웃도리만 훌렁 벗고 수돗가에 푸샵자세로 엎드립니다. 그러면 시원한 물한바가지를 등짝에 쫘악 부어주는데 그 시원함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물이 등을 타고 흘러내릴때는 마치 심장이 얼어붙는 것같습니다. 너무 시원해서 그 시원하다는 말이 제대로 나오지 못해 “어 시워.. 어셔..” 하고 말을 맺지 못합니다. 입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물을 뱉어내는 동안 물을 부어주시는 분이 등을 손으로 밀어주시면서 “ 거 시원하겠다”하고 대신 말해줍니다. 거기에 비누칠을 한번 하고 물로 씻어주면 땀까지 모두 씻어주는 최고의 등목을 받게 됩니다.
장성하여 다 큰 아들이라도 등목할 때는 어머니나 누이가 등짝을 짝짝 때리면서 뽀드득 소리가 나도록 손으로 등을 밀어줍니다. 지금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겠지만 그때는 그렇게 등목을 시켜주는 일이 식구간에는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등목을 마치고 뽀송뽀송한 수건으로 얼굴과 웃통을 닦을때 얼마나 기분좋고 상쾌한지 모릅니다. 사랑받고 있다는 걸 이 순간처럼 실감나게 느껴보는 때도 별로 없습니다. 마음엔 행복으로 한껏 부풉니다. 그래서 요즘처럼 뜨거운 때엔 등목하던 그때가 참 그립습니다. 지금은 각자 샤워를 합니다. 그래서 더 편리하고 쾌적합니다. 그러나 등목에서 느끼는 것 같은 사람사는 풋풋함이 그때만 못합니다.
뜨거운 세상에 시원한 등목같은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인생이 뜨거워 짜증나고 지칠때 식구들의 손길이 등을 쓸어주는 시원한 냉수등목같은 게 있다면 정말 행복할텐데 말입니다. 주님이 오늘같은 날 그런 냉수등목을 해주신다면 필자는 등을 한번 내밀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수건을 허리에 두르시고 제자들의 발을 씻겨셨던 분이시니 필자는 감히 그 분께 등목을 청해보고 싶습니다.
잠언이 말합니다. “충성된 사자는 그를 보낸 이에게 마치 추수하는 날에 얼음냉수 같아서 능히 그 주인의 마음을 시원케 하느니라”(잠25:13) 주님이 시원한 얼음냉수처럼 찾아오시는 인생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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