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싸가지’는 싹과 아지가 합성된 단어로 아지는 ‘작은 것, 새끼’라는 뜻이다. 어원적으로 싸가지는 ‘장래성과 기대감 넘치는 아주 작은 싹’으로 긍정적 의미를 가졌다. 하지만, 예의범절을 무시하는 사람을 가르켜 ‘싸가지가 없다’라고 하면 ‘그 인간은 도대체 가망이 없다’는 무서운 뜻이 된다.
뉴욕주 상원의원 말콤 스미스가 바로 그런 인간으로 전락되었다. 지난 4월, 버팔로 하키팀을 소유한 억만장자 탐 골리사노는 주예산과 세금인상을 논의하기 위해 스미스 의원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스미스는 자신의 블랙베리에서 손과 눈을 떼지 못하고 이메일과 문자를 날리며 방문객의 존재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에 화가 치밀은 골리사노는 다른 의원들과 합세하여 스미스를 뉴욕주의 다수당 원내총무 자리에서 쫓아냈다. 매너없는 인간은 싹수가 노랗다는 이유다.
테크놀로지가 스미스를 싸가지 없게 만들었을까 아니면 스미스는 본래 싸가지 없는 인간이었을까. 그 질문은 스미스 본인 자신만이 대답할 수 있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테크놀로지가 인간의 기본 싸가지를 자연 도태시키는데 공헌하고 있다는 점이다.
“셀폰 때문에 영화관람에 방해받은 경험이 있다”는 네티즌 95%의 불평이 말해주듯, 도서관, 연주장, 학교, 회의장, 비행기등 어느 곳을 막론하고 셀폰, 인터넷, iPod등을 사용하는데 무매너증 소지자들로 차고 넘친다. 무덤에 까지 가져가고 싶은 소품으로 여길만큼 긴요한 물건이요, 그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지만, 사용자의 매너는 싸가지 제로 눈금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30년전, 수업시간의 골치거리는 껌씹고 떠드는 학생이었다. 요즘은, 수업시간에 문자 보내는 것을 제재하는 교사에게 욕을 퍼부으며 교실문을 박차고 나가버리는 학생이다. 대학생도 마찬가지다. ‘도쿄생은 바보가 되었는가’의 저자 다치바나 다카시는 “동경대생은 수준 이하다”라는 말을 주저없이 내뱉는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동경대에 들어갈 정도면 지식과 학문의 기술은 갖추었을지 몰라도 싸가지 수준은 바닥이라고 탄식하는 것이다.
싸가지는 가정에서 싹튼다. 한손에는 맥주, 다른손에는 핫도그를 들고 소파에 앉아 멍청하게 TV를 보며 꺼억 꺼억 트림을 하는 호머 심슨같은 아버지로부터 자식인 바트가 무엇을 배웠겠나. 아무리 “서당개 삼년이면 보신탕이 되고, 윗물이 흐려도 여과시켜 내리면 맑기만 하더라”로 바뀐 시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서당개는 배운대로 짖어대고, 아래물의 맑기는 윗물이 좌우한다.
독일의 사상가 가다머는 교육을 “자기 스스로 하는 도야(陶冶)다”라고 정의했다. 도야로 표기된 독일어 bildung을 가다머는 “집안에 있는 편안한 느낌”으로 설명했다. 싸가지가 바로 그것이다. 타자(他者)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들과 아우러질때 자신을 bildung하는 것이요 싸가지가 있다고 볼수있다.
문제는, 낯설지 않은 교실이나 집안에서 조차 편안한 느낌이 없다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과정에서 이루어 지는 교육, 그렇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교사와 부모는 학생을 만나주기는커녕, 넌 왜그렇게 남 생각을 못하니”라고 꾸짖기만 한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갖추어야 할 예절은 강요해도,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지켜야 할 매너를 저버린 교실과 가정에서 편안한 느낌이 들까. 아이들은 싸가지 있는 교사, 부모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본적도 없이 어른으로 성장한다.
스미스 의원처럼 윗사람이 되지만 싸가지 없는 무례한 인간으로 전락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지켜야 할 매너부터 배우는 것이 싸가지 교육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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