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일보가 만난 사람>
▶ 애틀랜타 유일한 여성 테니스코치 최미현씨
“테니스는 폼입니다” 최씨는 테니스를 가르치면서 폼과 기본기를 가장 강조하고 있다.
ALTA리그 동호인팀을 지도하고 있는 최씨. 최씨는 이들이 테니스를 통해 이민생활의 활력를 얻고 있는 모습에 더 할 나위없는 보람을 느끼고 있다.
국가대표 출신…대학때 선수 청산하고 미국행
미국생활 몇년간은 “돈만 벌자” 죽자살자 일만
ALTA 5개팀 지도..유명세 덕에 레슨일정 꽉차
“모든 운동이 마찬가지지만 테니스는 특히 폼이 중요합니다. 폼만 잘 잡으면 반은 배운거라고 할 수 있어요”
초보자가 대부분인 ALTA(Atlanta Lawn Tennis Association) 리그팀을 맡은지 1, 2년 안에 모두 리그 우승으로 이끌어 유명세를 타고 있는 최미현(31) 코치.
최 코치는 단기간에 팀을 우승으로 이끈 비결을 묻는 질문에 먼저 폼과 기초를 강조한다.
“제가 맡은 분들이 대부분 초보자였어요. 그래서 기초부터 서둘지 않고 가르치기가 더욱 쉬웠어요. 간혹 어떤 분들은 급한 나머지 자꾸 다음단계를 요구해요. 스텝 바이 스텝이 중요한데 말에요”
이런 최 코치의 지론을 증명이나 하듯 인터뷰전 최 코치에게 레슨을 받던 한 여성이 “서브는 언제 배워요?”라는 질문에 최 코치는 “아직 멀었다”로 단호하게 답한다.
선수 출신으로 애틀랜타에서는 유일한 여성코치인 최씨가 처음 테니스와 인연을 맺은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충남 홍성초등학교에서 육상선수로 활약했었죠. 그러던 어느날 젊은 선생님이 오셔서 테니스부를 만들더니 저를 스카우트 했어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던 저는 잘만 하면 공짜로 대학도 갈수 있다는 말에 넘어갔구요”
이렇게 인연을 맺은 테니스는 그후 최씨의 모든 것이었다. 중학교 시절에 당시 테니스 명문이던 중앙여중 코치의 눈에 띄어 서울로 전학을 가게 됐고 1년반의 혹독한 훈련끝에 첫 출전한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중앙여고 2학년때는 청소년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최씨가 이처럼 뛰어난 테니스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운동감각도 있지만 그녀의 화끈한 성격도 한몫 했다.
“중3때였어요. 말레이시아에서 홈팀 선수와 경기를 가졌는데 자꾸 심판이 배드콜을 하는 거에요. 그래서 서브를 하는척 하다가 심판을 향해 공을 날렸죠. 공은 심판의 안경을 정확히 가격했죠. 저요? 당연히 퇴장 당했죠”
이런 최씨에게 위기가 왔다. 고2때 리복컵 국제대회 한국예선 경기에서였다. 4강에만 오르면 테니스선수로서 물질적 후원이 약속됐던 이 대회에서 최씨는 같은 학교 선배와의 8강 경기에서 그만 다리에 쥐가 나 아깝게 경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이후 급격한 슬럼프에 빠졌어요. 또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이 부담도 됐구요”
결국 최씨는 장학생으로 입학한 대학생활을 1년만에 그만두고 홀홀단신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테니스는 때려치고 돈만 벌자고 마음 먹었죠. 그래서 몇년동안은 죽어라 일만 했어요. 일식집에서 일하게 됐고 여기서 매니저까지 오르니 시간여유가 생기더라구요. 그때서야 다시 라켓을 잡았어요. 물론 선수로서가 아니라 코치로서 말입니다”
최씨가 애틀랜타에 온 것은 5년전. 뉴욕에 함께 일하던 일식집 주인부부와 함께였다.
“애틀랜타에 오니 테니스 코트 조건이 뉴욕에 비해 상당히 좋았어요. 그리고 ALTA리그가 활성화 돼있는 것도 인상 깊었구요”
처음에는 코치로서 활동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차츰 그녀의 명성이 입소문으로 전해지자 여기저기서 모시기 경쟁까지 일어났다. 현재는 ALTA리그 남자 1팀과 여자 2팀에다 가을부터는 남녀 1개팀씩 더 늘어났다. 유명세 덕에 그녀의 하루 일과는 테니스 레슨으로 꽉차 있다.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그리고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는 매일 테니스를 가르친다.
“솔직히 말하면 선수출신들은 동호인들을 가르치는 것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하지만 애틀랜타에 오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어린 선수를 가르쳐 훌륭한 선수로 키우는 것도 보람 있지만, 테니스를 치면서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동호인들을 보면 희열을 느낍니다. 동포들이 테니스를 통해 이민생활의 활력소를 얻는다면 그 이상 바람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주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